2일 서울시내 주차장 내 전기차충전소에서 전기차량이 충전되고 있다. 전기차 통계가 공식적으로 잡히기 시작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54만3900대로, 지난 2022년 38만9855대와 비교해 39.5% 증가했다. 전기차 충전기 대수도 30만대를 처음 넘어섰다. 전기차 1.8대 가량이 충전기 1대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2024.04.02 . 서울=뉴시스 |
삼일절 연휴를 맞아 제주도를 찾은 직장인 정모 씨(30)는 전기차를 빌렸다가 난감한 경험을 했다. 낮에 차량을 이용하고 밤에 호텔 주차장에서 충전할 계획이었는데 대기 차량이 몰려 충전하기가 어려웠다. 정 씨는 “관광객이 몰리는 곳의 급속 충전소에는 늘 대기가 많았다”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대기 차량이 없는 충전소를 간신히 찾아 충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주와 부산 등 인기 관광지에 전기차 급속 충전소가 부족해 불편을 호소하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 주로 주택가와 아파트에 설치되는 완속 충전소 또한 대도시 쏠림 현상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전기차 충전소 설치 보조금을 지역과 가동률을 고려해 차등 지급해야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제주·부산 등 인기 관광지 ‘급속 충전소’ 태부족
3일 국토교통부의 1월 전기차 등록 현황과 한국환경공단의 전기차 충전소 설치 현황에 따르면,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제주의 충전소 대비 차량 대수(차충비)가 5.1대로 가장 높았다. 차충비는 충전소 1곳당 전기차 몇 대를 충전할 수 있는지는 보여주는 지표로, 수치가 낮을수록 충전을 더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제주의 차충비는 전국에서 차충비가 가장 낮은 세종(1.2대)보다 4배 이상으로 높았다.
급속 충전소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급속 충전소는 30분 안팎이면 충전이 가능해 고속도로 휴게소나 호텔, 쇼핑몰, 공공기관 등에 주로 설치된다. 인천의 급속 충전소 차충비는 29.4대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이어 부산(28.5대), 제주(27.1대) 등의 순이었다. 전국 평균(16.3대)를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인천은 공항 방문 차량이 많아 급속 충전소 수요가 많고 부산과 제주는 렌터카 등으로 전기차를 이용하는 관광객이 몰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관광지는 하루 운전 거리가 길고 특정 명소에 인파가 몰리기 때문에 완속보다는 급속 충전소 수요가 많은 편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달 설 명절을 맞아 전기차를 타고 고향 전남 목포를 찾은 한 운전자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급속 충전기를 이용하기 위해 1시간 넘게 기다렸다”며 “전기차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고속도로 휴게소가 아닌 도심 외곽 충전소를 이용하라’는 팁이 공유된다”고 전했다.
● “수요 반영해 충전소 시설 보조금 지급해야”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전기차 충전소 시설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충전소 보조금은 올해 기준 30kW(킬로와트) 이상 500만 원, 600kW 이상 1억900만 원 등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가동률에는 차등을 두지는 않는다. 여기에다 급속 충전기는 시설비가 많이 들고 산업용 전기요금을 적용받아 전기료까지 비싸 사업자들이 설치를 꺼리는 상황이다. 전국 전기차 충전소 49만467개 중 급속 충전소는 11.2%(5만5223개)에 불과하다.
주로 주거 지역에서 야간에 장시간 충전하는 완속 충전소는 도시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완속 충전소의 차충비는 서울(1.5대)과 세종(1.3대) 등이 낮았고 경남(2.6대), 전남(3.09대) 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지방으로 갈수록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미흡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수요가 높은 지역이나 인프라가 열악한 지방에 충전소를 설치할 경우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가동률이나 위치와 상관 없이 보조금을 주는 정책이 미스매치를 불러 왔다”며 “충전소가 많아 가동률이 떨어지는 곳은 보조금을 줄이고, 반대의 경우 늘리는 사후 보조금 방식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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