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원유·석유제품 비축 충분"
기업들, 물류 차질 대응책 마련
2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연기가 치솟고 있다.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이날 새벽부터 이스라엘을 향해 무인기(드론)와 로켓을 발사했다. 이에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섰으며 외신들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쓸데없이 확전 명분을 줬다고 평가했다. AFP연합뉴스 |
국내 최대 국적 선사인 HMM이 호르무즈해협을 운항하던 컨테이너선을 긴급 대피시키는 등 중동발 군사적 긴장이 우리나라 경제 전반으로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선박 공격 예고로 인해 해상 물류는 물론 원유 수급과 교민 안전까지 위협받는 이른바 '복합 위기'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3일 해양수산부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은 최근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던 컨테이너선 1척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항으로 긴급 피항시켰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지난 2일(현지시간)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예고하면서 선원과 화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HMM은 컨테이너선 1척을 두바이항으로 이동시켰지만 업계에서는 두바이 역시 절대 안전지대로 보긴 어렵다는 신중론이 나온다. 현재 이란, 이스라엘, 바레인, UAE, 카타르, 쿠웨이트 등은 영공을 폐쇄한 상태로, 중동 전역의 물류·항공 허브 기능이 제약을 받고 있다. 일부 글로벌 선사들은 이미 해당 구간 운항을 중단했다. 현재 해협 인근을 운항 중인 한국 선박은 HMM과 팬오션 소속 등 30여척으로 파악됐다. 해수부와 한국해운협회는 해당 선박들에 안전 해역으로의 대피 및 계류를 지시하고 추가 진입을 일시 제한했다.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20~30%가 통과하는 핵심 요충지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이 69.1%에 달하며, 이 중 95% 이상이 이 해협을 통해 들어온다. 사실상 우리나라 경제의 '혈관'이 막힐 위기에 처한 셈이다.
3일 대한항공은 두바이편 항공기 결항을 당초 5일에서 오는 8일까지로 연장한다고 공지했다. 결항 연장조치에 따라 오는 8일 저녁 9시(현지시간) 두바이에서 출발하는 항공편까지 결항된다. 이날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체크인카운터 전광판에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행 여객기가 결항으로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
정부는 범정부 긴급대책반을 가동해 24시간 모니터링에 나섰다. 산업통상부는 "현재 약 208일분의 원유·석유제품을 비축하고 있어 단기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국내 물가 상승 압박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 카타르 의존도가 20% 미만이어서 당장의 수급 차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란과 이스라엘에 근무 중인 직원들을 두바이와 이집트 등 안전지역으로 이동시키거나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현지 법인을 중심으로 비상연락체계를 강화하며 물류 차질 시나리오별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외교부와 정치권은 교민 안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중동 13개국에는 약 2만1000명의 우리 국민이 체류 중이며, 이 중 분쟁 핵심지인 이스라엘에는 616명, 이란에는 59명이 머물고 있다.
국방부는 요청 시 군 자산을 즉각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김형구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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