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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지상전' 피해야 하는 경제적 이유: 약달러와 패권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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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연 칼럼니스트]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지 4일 만에 미국에서 지상군 투입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지상군의 투입은 전쟁이 장기전으로 간다는 뜻이고, 세계 경제 체제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얘기다. 장기전이 경제에 주는 피해를 자세히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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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훈장 수여식에서 장기전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사진 | 뉴시스]


■ 장기전의 악몽=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3일째를 맞으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밋빛 전망은 색이 바래 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지상군에 관한 입스(yips)가 없다"고 말했다. 입스는 선수가 불안감으로 평소 잘하던 동작을 못하는 현상을 일컫는 골프 용어다.


같은 날 백악관에서 열린 전쟁 유공자 명예훈장 수여식에서는 "(이란과의 전쟁이) 4~5주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우리는 더 오래 지속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개전 후 처음으로 장기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트럼프가 지상전을 언급한 것은 전쟁이 상당한 장기전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상군 투입 가능성이 왜 장기전을 의미하는지는 미국의 전쟁 역사를 돌아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이 공습한 나라 영토에서 지상전을 벌였던 가장 짧은 전쟁은 1990년 이라크와의 1차 걸프전이었는데, 무려 7개월이 걸렸다.


3년이 걸린 한국전쟁이 2번째로 짧았다. 3번째가 2차 걸프전인 이라크와의 전쟁인데, 무려 8년이 넘게 걸렸다. 미국이 지상군을 투입한 아프가니스탄, 베트남과의 전쟁은 무려 19년 이상 지속됐다.


■ 전쟁의 경제적 피해=장기전만의 문제를 다루기에 앞서, 일반적인 전쟁의 경제적 피해를 먼저 살펴보자. 에프레임 벤멜레흐(Efraim Benmelech)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경영전문대학원 교수와 이탈리아 에이나우디 경제금융연구소 소속의 주앙 몬테이로(Joao Monteiro) 박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벌어진 100개 이상의 전쟁을 연구해 전쟁의 경제적 피해를 평균화한 논문을 지난해 발표했다.


전쟁이 벌어진 평균 3년 동안 참전국에서는 먼저 가계 소비가 약 11% 줄었다. 정부와 민간 투자는 이 기간 14%나 축소했다. 수출은 평균 13%, 수입은 7% 감소했다. 국가 인프라나 첨단기술 연구가 사실상 멈추면서 결과적으로 전쟁으로 참전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년 동안 13% 축소했다. 이렇게 감소한 GDP는 일반적으로 10년이 지나도 전쟁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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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시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이 전쟁의 경제적 피해를 다룬 논문 수십편을 분석해 2023년 발표한 보고서는 전쟁으로 발생한 경기침체가 20개 나라에서는 1인당 GDP의 40~70%를 일시적으로나마 감소시켰다. EBRD 보고서는 전쟁으로 재정적자가 평균 5% 이상 늘어났고,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평균 47% 이상 상승했다고 지적한다.


개별 기업의 피해는 초단기전일 경우에도 심각했다. 참전국 기업은 그렇지 않은 나라의 기업보다 매출과 노동생산성 성장률이 4%포인트 이상 낮았다. 2008년 조지아와 러시아의 5일간 군사 충돌의 여파로 조지아 기업은 주변국 기업보다 영업을 중단할 확률이 9%포인트 높아졌다.


■ 흔들리는 미국 국채=지금까지 언급한 경제적 피해는 단기전과 장기전에 모두 해당한다. 한국·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 대국들의 에너지 공급처인 중동에서 전쟁이 벌어져 미국 등 참전국들의 문제가 세계 경제의 침체로 연결되거나, 물가는 오르는데 생산량은 줄어드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아지는 것은 장기전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이 지상군을 투입해 장기전 상황에 빠져들면 금융 시스템, 더 나아가 달러 위주의 현재 세계 경제 질서를 위협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미국 국채에 문제가 생기고, 달러 결제 시스템에서 이탈하는 돈이 증가해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축소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경제 시스템에 그 어느 때보다 밀착돼 있는 우리에게 좋을 게 없는 얘기다.


달러 기축통화 세계에서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는 안전자산 중의 안전자산이다. 그래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기 시작한 직후인 지난 3월 1일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개전開戰 전보다 낮아져 3.929%를 기록했다. 지정학적 위험을 피해서 안전자산인 미국 장기 국채를 사들이는 투자자들이 그만큼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전과 장기전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은 미국 10년물 국채를 팔고 있다. 대량 매도세로 미 장기 국채 가격이 내려가면서 3일 현재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은 4.056%로 높아졌다.


이처럼 단기전에서 달러가 안전자산 역할을 하다가 장기전으로 전쟁의 성격이 변하면 모든 게 바뀐다. 군사비 증가로 국채 발행을 늘릴 것을 우려해 국채 가격은 하락하고, 장기 국채 수익률이 높아지면 시중 금리는 그에 맞춰 상승한다. 이는 경기침체의 전조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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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이 3일째 공습을 이어가면서 지난 2일(현지시간)에도 이란의 수도 테헤란 시내가 폭염에 휩싸였다. [사진 | 뉴시스]


■ 장기전과 달러 지배력의 약화=지금이 약달러 시대이고,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도 이와 일치한다는 건 달러 지배력의 약화를 부채질할 수 있다. 우리는 최근 몇년간 원화 가치가 미국 달러 가치보다 더 떨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치솟아 이를 실감하지 못했다. 최근 1년 동안 달러 가치는 7% 이상 하락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 외환보유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게 미국 국채다. 그런데 세계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를 통해서 가지고 있는 달러(미국 국채) 비중은 2001년 71%에서 2025년 4분기 57%로 쪼그라들었다. 러시아를 미국 주도 결제 시스템인 SWIFT에서 축출한 여파가 겹치면서 세계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은 2022년 7.0%에서 2025년 8.5%로 완만하게 증가했다(BIS).


미국이 여러 가지 불리함에도 지금까지 달러를 기축통화로 허용한 건 일종의 국제 화폐를 찍어낼 수 있는 특권 때문이다. 이 특권은 미국이 국채를 발행하면서 시중 이자보다 싼 가격에 빚을 조달할 수 있는 이권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미국이 10년 만기 국채를 팔아서 얻는 이득은 이미 2023년 마이너스로 전환됐다(연방준비은행). 국채 대신 시중에서 빚을 조달하는 게 더 싸졌다는 얘기다. 미국이 달러 기축통화 체제를 유지해서 이득 볼 게 없다면, 이 체제의 붕괴는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부쩍 미국 경제와의 접점이 증가한 우리로서는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 질서가 흔들리는 게 이번 전쟁의 가장 큰 피해가 될 수 있다.


한정연 더스쿠프 칼럼니스트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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