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스마트폰 시장에 전례 없는 초대형 복합 위기(퍼펙트 스톰)가 몰아치고 있다. 극심한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으로 기기 원가가 치솟은 가운데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물류망이 사실상 마비되면서다. 올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11억 대를 밑돌며 사상 최대폭의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 대중화가 본격화되던 2013년 이후 13년 만의 최저치다.
3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11억 대를 소폭 하회할 전망이다. 전년 대비 12.4% 급감한 수치다.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이 급감한 건 메모리 공급난 영향이 크다. 메모리 업계가 수익성 높은 인공지능(AI)용 D램과 기업용 스테이트솔리드드라이브(eSSD) 중심으로 생산 능력을 대거 전환하면서 스마트폰의 두뇌를 담당하는 모바일용 저전력 D램(LPDDR4와 LPDDR5)의 공급 공백이 발생했다. 당장 올해 2분기 모바일용 D램 가격은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폭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시장 양극화는 심화하고 있다. 탄탄한 공급망 장악력과 압도적인 가격 결정력을 갖춘 애플과 삼성전자(005930)는 프리미엄 제품군을 앞세워 한 자릿수 성장을 유지하며 선방할 것으로 보인다.
원가 상승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기 어려운 중저가 제조사들은 벼랑 끝에 몰렸다. 신흥 시장인 중동·아프리카(-19%), 중남미(-14%), 아시아 태평양(-14%) 지역에서 두 자릿수의 뼈아픈 출하량 감소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자금력이 부족한 소형 제조사들은 연쇄 구조조정을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스마트폰 산업의 물류망을 옥죄고 있다. 최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폐쇄 발표와 사우디 아람코 정유시설 가동 중단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물량 대부분을 항공으로 운송하는 스마트폰 업계에 유가 상승은 곧장 치명적인 물류비 폭등으로 이어진다.
스마트폰 업계는 두바이, 도하 등 중동의 핵심 항공 물류 허브를 사실상 잃게 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중앙아시아나 북미로 돌아가는 대체 노선을 이용할 경우 최소 2~3시간의 비행이 추가된다. 보잉 777F 화물기 기준으로 3시간 우회 시 연료비만 2만 5000달러가 추가되며 14시간 이상 장거리 비행에 따른 조종사 교대 인건비와 험지 운항에 따른 보험료 할증 등 수만 달러의 부대 비용이 단말기 원가에 고스란히 얹어질 수밖에 없다. 해상 운송에 의존하는 재생(리퍼비시) 부품 조달 역시 두바이 제벨알리항 접근 제한으로 심각한 차질을 빚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이번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 하향은 단순 소비 심리 위축이 아닌 공급과 물류망 붕괴에 기인한다”며 “단기간 내 반등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정상화 시기로는 2027년 하반기를 점쳤다. 새로 지어지는 메모리 공장(팹)이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수율이 안정화되며 D램과 낸드 수급난이 잦아들 것으로 본 것이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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