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학업중단자 수/그래픽=김다나 |
"우리나라 성인 교도소 수용인원이 6만명인데, 매년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이 5만명이에요. 소년원생의 절반이 학업중단 학생입니다.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해서 형사처벌한다고 뭐가 달라질까요?"
박선영 한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한국청소년학회 소속)는 법무부의 촉법소년 연령 하향 시도에 반대하며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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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촉법소년, 아예 처벌 않는 경우도...한국은 소년원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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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 관련 5개 학회(한국아동복지학회·한국아동권리학회·한국청소년복지학회·한국청소년학회·한국청소년활동학회)가 3일 법무부의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법무부는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촉법소년 연령을 현행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방안을 보고하며 "해외 입법례는 7세 미만부터 16세 미만까지 다양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학회 측은 "대부분 국가에서는 형법상 처벌 대상이 아닌 촉법소년을 실제로 처벌하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소년법에 따라 사실상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0세 이상부터 14세 미만까지를 '촉법소년'으로 규정해 형사처벌의 대상은 되지 않지만,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해외는 촉법소년을 아예 처벌하지 않는 나라도 있어 우리나라에 비해 촉법소년 연령이 낮다는 것은 잘못된 비교라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캐나다의 경우 촉법소년인 11세가 살인을 해도 어떠한 처벌을 받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죄질에 따라 10가지 보호처분을 받는다. 6호(소년호보시설에 감호 위탁), 8~10호(소년원 송치)는 자유를 박탈한 자유형이므로 엄연한 처벌이라는 설명이다. 또 보호처분은 전과기록이 남지는 않지만 수사기록과 재판기록이 존재해 향후 누범이 될 경우 강력처벌을 받을 수 있다.
박 교수는 "선진국도 강력처벌을 했다가 낙인효과, 사회적 고립 등으로 오히려 재범이 늘었다"며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은 형사처벌 연령을 상향했다"고 말했다.
해외국가의 형사처벌 연령/그래픽=김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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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범죄 비율 크게 다르지 않아...14세도 교도소 수용 사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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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소년들의 강력범죄가 늘었다'는 논리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회 측은 촉법소년 범죄의 절반은 절도이고, 강력범죄(살인, 강도, 성범죄, 방화) 비율은 4% 미만으로 매해 비슷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촉법소년의 범죄 검거수는 2만195명으로 5년 전 대비 80.6%가 급증했다. 특히 성폭력이 739건으로 85.7% 늘었다.
박인숙 변호사(법률사무소 청년)는 "촉법소년은 범죄소년(14세 이상~19세 미만)을 따라가 성폭력 등 범죄에 가담하는 경우가 많다"며 "피상적인 데이터만 볼 게 아니라 아이들이 어떻게 범죄를 저지르게 됐는지 배경을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사회적 이슈가 된 '딥페이크 성범죄'에 10대가 대거 가담하게 된 이유도 특정 SNS(소셜미디어)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딥페이크(이미지·음성 합성기술)를 무료로 활용할 수 있게 마케팅 활동이 일어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박 변호사는 "2022년 정부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위해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했을 때도 교도소에 14세가 수용된 사례가 한건도 없었다"며 "14세의 경우 형사재판을 받더라도 소년부로 송치되거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하면 오랫동안 형사절차가 진행되면서 구치소에서 범죄를 학습하기도 하고, 결국 집행유예를 받으면 아무런 보호나 교육없이 사회로 돌아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도 "과거에 비해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민감해지면서 일반인도 성범죄 건수가 늘었다"며 "촉법소년만 유독 성범죄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요즘 청소년들은 매체에서 성관계 장면을 쉽게 볼 수 있고, 노래방, PC방 등 성관계를 할 수 있는 장소가 많다"며 "촉법소년 대부분은 가정의 관심을 받지 못한 아이들로, 이들을 보살피기 위한 대안가정, 그룹홈이 늘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는 앞으로 두 달간 성평등가족부가 이끌 예정이지만, 애초에 법적논의를 국민 여론에 의해 결정할 사안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인 소라미 변호사는 "처벌 강화는 대중도 이해하기 쉽고 정부 차원에서도 법조문만 바꾸면 되는 손쉬운 일"이라며 "촉법소년은 대부분 가정으로 돌아가기 힘든 청소년들이라 예산과 인프라를 지원해 성인 범죄자가 되지 않도록 사회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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