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뷰티 수출 가파른 성장에도 정세 불안에 발목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에 공급망 모니터링 강화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충돌 격화로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신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던 K-푸드와 K-뷰티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업계는 수출 물량이 많지 않아 당장 사업상 큰 차질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유가와 환율, 운임 등 비용 변수가 수익성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은 풍부한 젊은 인구와 할랄 시장의 잠재력을 바탕으로 미주와 유럽에 이은 이른바 '제3의 수출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시장으로 평가된다. 한국무역협회가 집계한 중동 지역 라면 수출액은 2024년 4444만 달러에서 지난해 5417만 달러로 21.9% 뛰었고, 김과 소스류 역시 각각 18.2%, 21.3%의 성장세를 보였다.
K-뷰티의 기세는 더 무섭다. 화장품 수출액은 2024년 2억8612만 달러에서 지난해 4억3677만 달러로 52.7% 급증했다. 중동 현지의 반응도 뜨겁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 아마존 UAE의 뷰티 카테고리에서 조선미녀 선크림과 닥터엘시아 보습크림이 각각 베스트셀러 1, 2위를 차지하는 등 K-뷰티 제품들이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미용기기 역시 186.5%라는 폭발적인 수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중동 시장 공략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현지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던 K-푸드·뷰티 기업들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말 UAE 유통기업 AKI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중동 시장 선점을 선언한 CJ제일제당은 햇반, 김, 김치 등 할랄 인증 제품을 앞세워 포트폴리오 확대를 논의 중이었으나,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 시점에 터진 돌발 악재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농심은 부산 할랄 전용 라인에서 생산한 신라면, 너구리, 짜파게티 등 49개 할랄 인증 제품을 중동 전역에 수출하며 최근 5년 평균 12%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농심은 현재까지 직접적인 물류 차질은 없지만, 해상 운송 여건 변화 가능성에 대비해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동 매출 비중이 가파르게 상승 중인 삼양식품의 고민은 더욱 깊다. 2024년 500억 원 수준이던 중동 매출이 지난해 660억 원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물류 노선의 핵심인 호르무즈 해협의 불확실성은 뼈아픈 대목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과거 홍해 사태 당시 희망봉 우회 노선을 경험하며 대응 시나리오를 갖췄지만, 선복 감소에 따른 운임 상승은 피하기 어려운 부담"이라고 전했다.
올해부터 중동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던 오뚜기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해 말 중동 최대 식품 박람회인 '걸푸드(Gulfood) 2026'에 참가하며 시장 가능성을 타진했고, 베트남 법인 내 할랄 인증 공장을 기반으로 동남아에서 중동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검토해 왔다. 현재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사업 추진 속도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뷰티 기업 에이피알(APR)의 경우 전체 매출의 70%가 한국·미국·일본에 집중돼 있고 중동 비중은 낮아 단기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만큼 직접적인 물류 타격도 적다는 입장이지만, 정세 불안이 길어져 유가와 환율이 요동칠 경우 글로벌 소비심리 위축과 간접 비용 상승 등 연쇄적인 영향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가 지목하는 핵심 리스크는 직접적인 공급 차질보다 비용 변수다.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이어질 경우 국제 유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국내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구조인 만큼 유가 상승은 제조·물류 비용 전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에 근접하고 해상 운임까지 오르면 원부자재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유가와 환율, 운임이 동시에 변동성을 보일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지표를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김현아 기자 haha@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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