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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공습 여파에 3억원 전세기 떴다…중동 부자들의 탈출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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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두바이 도심 전경. 금융·상업 지구를 관통하는 주요 도로에 차량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이란 무력 충돌 격화로 두바이를 떠나려는 전세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탈출 비용’이 급등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중동 상공이 흔들리자 전세기 가격이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과 하메네이 사망 이후 무력 충돌이 격화되면서 두바이발 전세기 비용은 최대 20만 달러(약 2억9000만 원)까지 치솟았다. 공습과 영공 제한으로 주요 공항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자, 일부 자산가는 오만과 사우디아라비아를 거쳐 유럽과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3일 비즈니스인사이더(BI)에 따르면 두바이와 아부다비에 거주하던 고소득 외국인과 기업가들은 차량으로 약 5시간을 이동해 오만 무스카트 등 인접국 공항으로 향한 뒤 전세기를 이용하고 있다. 국경 통과 대기 시간은 3~4시간 이상으로 늘었다. 비마나 프라이빗 제츠의 아미르 나란 CEO는 유럽행 전세기 가격이 17만5000~23만5000달러(약 2억6000만~3억4000만 원)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전세항공사 에어 차터 서비스의 홍보·광고 담당 매니저 글렌 필립스는 BI와의 인터뷰에서 “수요는 분명히 증가하고 있지만, 해당 지역을 오가는 항공편을 운항할 의향과 능력을 갖춘 항공기는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만 무스카트에서 출발하는 대피 항공편을 다수 마련했으며, 추가 운항도 예정돼 있다고 전했다.

두바이 기반 운전기사 서비스 업체 인더스 쇼퍼스의 운영 책임자 마이크 드소자는 “현재 수요 증가는 공황이라기보다는 예방 차원에 가깝다”고 말했다. 나란 CEO는 “많은 고객이 특정 기종보다 가장 빠른 운항 경로를 우선시하고 있다”며 “공역이 열려 있는 공항에 접근하기 위한 지상 지원 수요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필립스는 “고객들은 일단 그 지역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 하늘길에 붙은 ‘전쟁 비용’

전세기 업체들은 운항 가능한 항공기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한다. 수요는 급증했고 공급은 줄었다. 가격은 즉각 반응했다. 전쟁 위험이 이동 비용에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복수의 전세기 운영사 설명을 종합하면 상승 폭은 더 뚜렷하다. 두바이발 유럽행 전세기 비용은 평소 8만~11만 달러 수준이었지만, 이번 사태 이후 20만~25만 달러까지 올랐다. 아시아 노선 역시 평소 10만~13만 달러 선에서 형성되던 가격이 23만~28만 달러까지 상승했다. 중동 인접국 단거리 노선은 평소 1만5000~2만5000달러였으나 현재는 8만~12만 달러 수준으로 형성돼 노선에 따라 2배에서 많게는 8배 가까이 뛰었다.

이는 BI가 전한 ‘20만 달러 이상 전세기’ 사례를 평시 시세와 대조한 결과다. 업계는 전쟁 위험 보험료 상승, 항공기 공급 부족, 영공 우회에 따른 연료비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한다. 특히 두바이로 들어오는 기체가 줄어들면서 사실상 왕복 비용 전체가 탈출 수요에 전가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금융위기나 팬데믹 당시에도 항공 운임과 보험료, 해상 운임은 위험 신호에 민감하게 움직였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비용이 숫자로 확인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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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흔들리는 ‘세이프 헤이븐’ 이미지

두바이와 아부다비는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자금과 인재가 몰린 대표적 금융·거주 허브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산가 유입이 늘었고, 서구 기업인과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이 정착했다. 비교적 안정된 환경과 개방적 규제는 ‘안전 자산 피난처’라는 이미지를 강화해 왔다.

그러나 영공 제한과 공항 운영 차질이 이어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만으로 금융 허브가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위기 상황에서도 자본과 인력이 신속히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이동이 막히는 순간, 허브의 경쟁력도 함께 약화된다.

● 위기 속 계층 간 이동의 격차

이번 사태는 위기 상황에서 이동의 자유가 균등하지 않다는 점도 보여준다. 전세기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은 가장 빠른 경로를 확보하지만, 일반 이용자는 제한된 상업 항공편의 재개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일부 자산가는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접국으로 단거리 이동한 뒤 정기 항공편으로 갈아타고 있다. 탈출 경로에서도 비용 대비 효율을 따지는 모습이다.

전쟁은 군사적 충돌에 그치지 않는다. 원유 가격과 보험료, 운임,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파급된다. 전세기 가격 급등은 단순한 고가 서비스 사례가 아니라, 지정학적 위험이 실시간으로 가격에 반영되는 장면이다.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중동 부동산 자금 흐름과 역외 금융 자산 이동, 항공·해상 보험료 상승 등 2차 파급도 배제하기 어렵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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