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본점 내부. 주류 매대에 홈플러스 자체 브랜드의 음료 제품 등이 놓여 있다. /이영관 기자 |
이불 가게 사장 김모(65)씨는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지난 1년 동안 불안의 연속이었다. 삶의 계획이 완전히 무너졌다” 고 토로했다. 14년 전 50평 규모 매장을 이곳에 낸 그는 5년 전 7000만원 안팎을 들여 매장을 전면 인테리어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앞으로 10년 더 장사해 노후를 준비하는 게 목표여서 큰돈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그러나 작년 3월 홈플러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상황이 달라졌다. 그는 “1억 넘던 월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홈플러스에 내는 수수료는 그대로였다”며 “이미 인테리어에 많은 돈을 썼고 이대로 나가면 권리금도 받지 못하기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했다. “기업 회생 절차 동안 생계가 내내 불안했고, 결과 발표를 앞둔 지금도 우리에게 아무 이야기도 없다. 우리에겐 하소연할 수 있는 곳조차 없다”고도 했다.
소상공인들 사이에선 “당장 종업원들 월급도 빚내서 줘야 할 판”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었다. 홈플러스가 이달 3일 주기로 돼 있던 1월 판매 대금 지급을 잠정 연기하면서다. 식당을 운영하는 조모씨는 “홈플러스가 대금 지급을 연기하겠다고 하는데, 대금 지급이 3월을 넘기면 빚을 내서 각종 세금 등을 내야 해 걱정이 크다”고 했다. 2020년 이곳에 식당을 연 조씨는 원래 4명이던 직원을 최근 2명으로 줄여서 홀과 주방에 1명씩만 두고 있다.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그는 “올 들어서 홈플러스 본사 직원들 발길이 뜸해지고, 손님들 발길도 줄면서 월 매출이 작년 초 대비 30% 가까이 줄었다”며 “가게 상황이 코로나로 식당 영업이 제한됐을 때보다 심각하다”고 했다.
실제 이날 찾은 홈플러스 강서본점은 대체 휴무일임에도 불구하고 마트 매장은 물론, 식당가, 입점 업체들까지 모두 썰렁한 모습이었다. 한 미용실 입구엔 지난달 28일 자로 영업 종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식당과 카페가 밀집한 4층엔 오후 6시 기준 모든 매장을 합한 좌석 500여 개 중 10%도 차지 않았다. 2~3층 마트를 찾은 손님도 상당수는 카트나 장바구니조차 들지 않고 어슬렁거리며 구경할 뿐이었다. 홈플러스가 물품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납품을 끊은 업체가 많기 때문이다. 주류 전문 매대, 그리고 육가공품을 취급하는 샤퀴테리 코너에는 홈플러스 자체 브랜드(PB)인 ‘심플러스’ 옥수수수염차, 보리차, 과자 등이 놓여 있었다. 2층 12개 계산대 중에 손님이 있는 계산대는 5개뿐이었고, 그마저도 저렴한 PB 과자나 음료를 주로 사는 데 그쳤다.
홈플러스의 법정관리를 둘러싼 법원의 판단에 홈플러스 직원들과 홈플러스 내 입점 소상공인 등의 생계가 달려 있다. 홈플러스에는 직접 고용 인원 2만여 명과 협력·입점 업체 등 10만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고, 전체 납품업체 4600곳 중 45%가 매출의 절반 이상을 홈플러스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 업체의 연간 거래액만 1조8283억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홈플러스 폐점으로 한 업체당 3억9000만원의 매출이 줄어드는 셈이다. 홈플러스 매장에 입점한 식당, 판매점 등도 3900여 개다. 이들도 생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홈플러스 회생 계획은 핵심 전제인 3000억원 규모 긴급 운영 자금 조달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등과 함께 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이 난항을 겪자, MBK는 우선 단독으로 1000억원을 책임지기로 했고, 향후 회생 절차가 연장되면 MBK는 1000억원을 추가 대출해 총 2000억원을 내놓기로 했다.
[이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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