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허흥범 레진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허흥범 레진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사진=최현승 기자 |
TV와 OTT가 주도하던 ‘롱폼(Long-form)’ 중심 구조는 유튜브를 거치며 10~15분 안팎의 ‘미드폼(Mid-form)’으로 이동했다. 최근에는 1~2분 내외의 모바일 기반으로 한 ‘숏폼(Short-form)’이 빠르게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글로벌 콘텐츠 기업 레진엔터테인먼트(이하 레진엔터)는 지난 2월 4일 숏폼 드라마 플랫폼 ‘레진스낵’을 선보였다. 숏폼 앱 하나를 추가한 데 그치지 않고, 웹툰·웹소설 기반 IP(지식재산권)를 영상으로 확장한 뒤 이를 다시 플랫폼 성장과 연결하는 구조를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 2월 10일 서울 성동구 레진엔터 사옥에서 진행한 머니투데이 <더리더>와의 인터뷰에서 허흥범 레진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레진스낵을 “짧은 영상 포맷 대응이 아니라, 레진이 가진 IP를 더 넓은 방식으로 확장하는 플랫폼 실험”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허 대표는 “숏폼은 일시적 유행이라기보다 콘텐츠 소비 방식의 구조적 변화”라며 “레진스낵은 IP 홍보용 부가 서비스가 아니라 제작과 플랫폼 운영을 함께 연결하는 신규 성장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레진엔터가 강조하는 경쟁력은 ‘숏폼’이라는 형식보다 원천 IP와 운영 경험이다. 허 대표는 “숏폼 플랫폼 경쟁의 핵심은 결국 콘텐츠 경쟁력”이라며 “원작 팬덤이 있는 IP, 웹툰 운영 노하우, 제작 경험이 함께 있어야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레진코믹스·봄툰을 통해 확보한 IP 라이브러리는 3만여 개 규모다. 허 대표는 이를 레진스낵의 핵심 자산으로 꼽았다. 그는 또 “레진과 봄툰이 8개 언어, 10개 플랫폼에서 서비스를 운영하며 쌓은 경험도 레진스낵 전략에 반영했다”며 “레진스낵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한국어·영어·일본어·대만어 4개 언어 서비스로 출발했다”고 밝혔다.
◇원천 IP·운영 경험 앞세운 숏폼 드라마 플랫폼
레진스낵의 포맷과 서비스 설계도 분명하다. 허 대표는 “회당 1~2분 내외 초단편 포맷을 기본으로 잡았다”며 “출퇴근길이나 이동 중처럼 짧은 시간에도 몰입할 수 있는 리듬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어 “UI(사용자 인터페이스)는 한손 조작 중심으로 단순하게 설계하고, 상단 ‘Top12’ 배치로 이용자의 선택 부담을 줄였다”며 “원작 기반 작품에는 레진·봄툰 표기를 함께 넣어 시청 뒤 원작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레진스낵을 단순 시청 앱이 아니라 IP 유입 통로로 설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허 대표는 “시청 시간을 늘리는 것 자체보다 IP 전체 생태계 안에서 이용자 이동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숏폼 드라마를 보고 끝나는 구조가 아니라, 원작 웹툰·웹소설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드는 플랫폼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원작 기반 영상화에서 민감한 지점인 ‘원작 훼손’ 우려에 대해서도 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캐릭터의 본질과 세계관의 핵심을 지키는 것”이라며 “숏폼은 전개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이야기 구조나 장면 구성은 압축·재배열이 불가피하지만, 캐릭터성과 관계성의 결까지 바꾸면 원작 기반 콘텐츠의 의미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레진스낵이 지향하는 건 단순 각색이라기보다 IP의 ‘확장’에 가깝다”며 “원작자와의 협업, 내부 가이드라인, 심의 프로세스를 통해 어떤 부분을 유지하고 어떤 부분을 조정할지 기준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작·오리지널 병행…레진스낵의 콘텐츠 운영 방향
레진스낵의 콘텐츠 운영은 원작 기반 작품과 오리지널 숏폼 드라마를 함께 편성하는 방식이다. 허 대표는 “오픈과 함께 자체 제작 오리지널 10개 작품을 공개했다”며 “이병헌 감독의 ‘애 아빠는 남사친’, 원작 IP 기반 작품인 ‘남고소년’ 등을 대표 라인업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준익 감독 등 기성 감독들과의 협업도 이어가고 있다”며 “숏폼 드라마를 단순히 짧고 가벼운 포맷으로만 두지 않고, 완성도와 IP 경쟁력을 함께 보여주는 장르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콘텐츠 플랫폼은 결국 라인업이 승부처라고 강조했다. 그는 “플랫폼 경쟁력은 어떤 작품을 보여주느냐에서 드러난다”며 “초기 라인업이 이용자 체류, 재방문, 유료 전환까지 연결되기 때문에 제작진과 IP 조합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원작 기반 작품은 팬덤 유입 역할을 하고, 오리지널 작품은 새로운 IP를 발굴하는 역할을 한다”며 “두 축을 함께 가져가는 구조가 레진스낵 운영의 기본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허 대표는 레진스낵을 독립 플랫폼으로만 보지 않는다. 그는 “숏폼은 웹툰 플랫폼 유입 채널이자, 영상화 가능성이 높은 IP를 빠르게 검증하는 테스트베드”라며 “상대적으로 빠른 제작·출시를 통해 시장 반응을 먼저 확인하고, 반응이 검증된 IP를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같은 중대형 영상으로 확장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웹툰-숏폼-드라마-게임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IP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게 목표”라며 “레진스낵은 그 가운데 숏폼 축을 담당하는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허 대표와의 일문일답.
▲허흥범 레진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사진=최현승 기자 |
-레진엔터가 지금 ‘레진스낵’을 출시한 배경은 무엇인가
▶콘텐츠 소비의 중심이 빠르게 모바일로 이동했다. 이용자들이 짧은 시간 안에 이야기와 감정을 소비하는 패턴이 분명해졌다고 봤다. 특히 숏폼 가운데서도 단순 클립이 아니라 서사가 있는 숏폼 드라마는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레진엔터는 이를 기존 웹툰 플랫폼의 보조 기능으로 보지 않는다. 제작과 플랫폼 운영을 함께 가져가는 별도 사업 축으로 보고 있다. 레진스낵은 그 전략을 실행하는 첫 단계다. 숏폼이라는 유행을 따라가기보다, IP를 다양한 포맷으로 확장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미가 더 크다.
-레진스낵만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핵심은 포맷보다 IP와 운영 경험이다. 숏폼 플랫폼은 누구나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보여줄 콘텐츠와 팬덤을 갖추는 건 다른 문제다. 레진엔터는 레진코믹스·봄툰을 통해 3만여 개 IP를 축적했다. 원작 팬덤과 장르별 데이터도 갖고 있다.
여기에 웹툰 플랫폼 운영 과정에서 쌓은 편성 감각, 이용자 반응 분석, 제작 협업 경험이 있다. 또 해외 플랫폼 운영 경험도 큰 경쟁력이다. 레진스낵도 처음부터 국내 전용 서비스가 아니라 글로벌 확장을 전제로 설계할 수 있었다. 한국어·영어·일본어·대만어 4개 언어 동시 서비스 출발도 그런 전략의 연장선이다.
-숏폼의 포맷과 UX(사용자 경험)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회당 1~2분 내외 초단편 포맷을 기본으로 잡은 이유는 이용자의 실제 사용 시간을 기준으로 봤기 때문이다. 출퇴근길이나 이동 중 짧은 시간에도 끊김없이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UI도 복잡한 기능을 덜고, 한 손 조작 중심으로 단순하게 설계했다.
상단 Top12 배치는 이용자 입장에서 무엇을 먼저 볼지 빠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또 원작 기반 작품에는 레진·봄툰 표기를 넣어 시청 뒤 원작으로 넘어가는 흐름을 자연스럽게 만들고자 했다. 레진스낵은 시청 시간을 늘리는 것만이 아니라, IP 전체 생태계 안에서 이동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웹툰이나 웹소설 원작을 숏폼 드라마로 옮길 때 지키는 기준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기준은 캐릭터의 본질과 세계관의 핵심을 지키는 것이다. 숏폼은 전개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이야기 구조나 장면 구성은 압축·재배열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팬들이 좋아한 캐릭터의 성격, 관계의 긴장감, 작품의 정서까지 바꾸면 원작 기반 콘텐츠의 의미가 없어진다.
레진엔터가 지향하는 건 단순 각색보다 IP의 확장에 가깝다. 원작자와의 협업, 내부 가이드라인, 심의 프로세스를 통해 어떤 부분은 반드시 유지하고 어떤 부분은 포맷에 맞게 조정할지 기준을 세우고 있다. 숏폼 드라마에서 유입된 이용자가 원작을 봤을 때 이질감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이 결국 장기적인 IP 확장에 중요하다.
▲레진스낵 앱 소개 이미지/사진제공=레진엔터테인먼트 |
-원작 기반 작품과 오리지널 작품의 역할은 어떻게 나누고 있나
▶오픈과 함께 공개한 자체 제작 오리지널 10개 작품이 레진스낵의 출발점이다. 이병헌 감독의 ‘애 아빠는 남사친’, 원작 기반 작품인 ‘남고소년’ 등을 대표 라인업으로 보고 있다. 검증된 제작진과의 협업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고, 이를 기반으로 다른 숏폼 드라마와 차별화를 만들고 있다.
중요한 것은 숏폼 드라마를 단순히 ‘짧아서 가벼운 콘텐츠’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작 기반 작품으로는 팬덤 유입을 만들고, 오리지널 작품으로는 새로운 IP를 발굴하는 구조를 가져가고 있다. 결국 플랫폼 경쟁력은 라인업에서 드러난다. 초기에 어떤 작품을 보여주느냐가 이용자 체류, 재방문, 유료 전환까지 연결되기 때문에 제작진과 IP 조합에 공을 들이고 있다.
-레진스낵이 기존 사업과 만드는 시너지, 그리고 중장기 목표는
▶레진스낵은 독립 서비스이면서 동시에 웹툰 플랫폼과 연결된 유입 채널이다. 숏폼은 상대적으로 빠른 제작·출시가 가능해서 시장 반응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또 어떤 IP가 영상에서 더 강한 반응을 얻는지 데이터를 축적하기 좋다. 이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를 통해 레진이 지향하는 방향은 웹툰-숏폼-드라마-게임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IP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것이다. 레진스낵은 그 가운데 숏폼 축을 담당하는 플랫폼이다. 장기적으로는 원작 소비와 영상 소비가 서로 유입되는 구조를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허흥범 레진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1964년 12월 29일 출생
중앙대학교 회계학 학사
㈜다우기술 경영지원본부 상무
다우키움그룹 전략경영실 전무
키움저축은행 대표이사
키움예스저축은행 대표이사
(현) ㈜키다리스튜디오 대표이사
(현) ㈜레진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최현승 기자 hs175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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