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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공습에 英기지 불허…트럼프 “매우 실망” vs 스타머 “국익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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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국제법 이유로 초기 불허…이후 ‘제한적 허용’ 선회
英 “이라크전 실수 교훈”…美와 선긋기
헤럴드경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EPA]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대이란 공습을 앞두고 영국 기지 사용을 요청했으나 영국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영 정상 간 갈등이 불거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인도양 차고스 제도의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 사용을 영국이 허용하지 않았다며 “매우 실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두 나라 사이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영국의 국익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전통적 동맹국인 미·영 정상 간 이견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백악관이 수립한 대이란 군사작전 계획에는 미·영 합동 군사기지인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와 영국 글로스터셔 페어퍼드 공군기지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국제법 위반 소지를 이유로 초기에는 기지 사용을 불허했다.

다만 스타머 총리는 지난 1일 밤 ‘구체적이고 제한적인 방어 목적’에 한해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 사용을 허용하겠다며 입장을 일부 수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입장을 바꾸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고 지적하며, 이란이 영국인 다수를 살해한 책임이 있다면서 애초에 승인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팔과 다리가 없어지고 얼굴이 날아간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건의 95%는 이란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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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영국이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반환하는 협정을 체결한 것에 대해 여러 차례 ‘멍청한 짓’이라며 비판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그 땅의 소유권을 유지하고, 정당한 소유자가 아닌 이들에게 넘기지 않는 것이 법적으로 훨씬 나았을 것”이라며 재차 지적했다.

차고스 제도는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사이 인도양에 있는 60여 개 섬으로 이뤄진 군도다. 이란 남부 해안에서 약 3천860㎞ 떨어져 이란 탄도미사일 사거리 밖이지만, 미군 B-2 폭격기의 작전 범위엔 들어간다.

영국은 1965년 식민지였던 모리셔스에서 차고스 제도를 분리해 1968년 모리셔스가 독립하고 나서도 차고스 제도는 자국 영토로 남겼다. 지난해 5월 차고스 제도의 주권을 모리셔스에 이양하되, 제도 내 최대 섬인 디에고 가르시아 섬의 군사기지를 총 350억 파운드의 비용을 들여 최소 99년간 재임대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스타머 총리가 미군에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 사용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키프로스에 있는 영군 공군의 아크로티리 기지는 이란의 샤헤드 자폭 드론의 공격을 받았다.

AFP통신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텔레그래프 인터뷰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초기 공습에 관여하지 않기로 한 우리의 결정에 이견을 표현했으나 영국의 국익에 무엇인지 판단하는 것은 내 의무”라고 맞받았다.

스타머 총리는 자신의 결정과 관련, 영국 하원에 출석해 “우리 모두는 이라크(전쟁)에서의 실수를 기억하며, 또한 교훈을 얻었다”면서 “영국이 어떠한 행동을 할 때는 법적 근거, 실행 가능하고 충분히 숙고된 계획이 늘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은 토니 블레어 전 총리 집권 시절인 2003년, 국민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정권의 대량살상무기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미국과 더불어 이라크 침공에 앞장서는 오판을 저지른 바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스타머 총리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명시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그가 미국의 이란 폭격이 불법인데다, 치밀한 계획의 산물로 여기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해설했다.

스타머 총리는 또한 “이 정부는 공중(폭격)으로부터의 정권 교체를 믿지 않는다”고 말해 미국의 대이란 군사 행동과 명확한 선을 그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는 추후 미국에 기지 사용을 승인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서는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보복하면서 중동 전역의 영국 국민이 위협에 놓이게 됨에 따라 이란의 미사일 시설을 타격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란의 터무니없는 대응이 우리 국민과 우리의 이익, 그리고 동맹국들에 대한 위협이 되었다는 점은 분명하며, 이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스타머 총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을 규탄하라고 요구하는 좌파, 이란 공격에 지지를 표명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우파 사이에서 이중의 압박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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