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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핵무기 늘리겠다", 냉전 이후 첫 기조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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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롱그섬 해군기지 연설 통해 핵탄두 증강 공식화
현재 약 290기 보유, 1990년대 초 540기에서 감축 이후 첫 전환
러시아 침공·중국 군사력 증강·미국 안보 기조 변화가 배경
핵탄두 구체적 숫자는 비공개 방침
유럽 안보 자강론 본격화 신호


파이낸셜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유럽 안보 강화를 위해 핵무기 보유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냉전 종식 이후 30여년간 이어온 핵전력 감축 기조를 공식적으로 전환한 것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르테메레르 핵잠수함이 배치된 일롱그섬 해군기지에서 "우리 억지력이 현재와 미래에도 확실한 파괴력을 유지하도록 보장하는 게 내 책임"이라며 "핵탄두 숫자를 늘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추측을 방지하기 위해 과거와 달리 핵무기 숫자 정보는 공개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핵전력 증강의 근거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군사력 증강, 미국의 안보 우선순위 변경을 제시했다. 미국이 유럽 안보에서 점차 거리를 둘 수 있다는 우려 속에 프랑스가 자체 핵우산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프랑스는 1990년대 초반 핵탄두 약 540기를 보유했으나 냉전 종식 이후 자발적으로 감축해 현재 약 290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러시아·미국·중국에 이어 네번째 규모지만, 5000기가 넘는 러시아와 미국에는 크게 못 미친다. 마크롱 계획이 실행되면 프랑스는 냉전 이후 처음으로 핵전력을 증강하게 된다.

프랑스는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한 이후 EU 내 유일한 핵보유국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의 새 핵교리에 영국·독일·폴란드·네덜란드·벨기에·그리스·스웨덴·덴마크가 동참한다며 핵무기 증강이 유럽 자체 핵우산 계획의 일환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핵무기를 탑재한 자국 공군기의 동맹국 임시 배치를 허용하겠다며 유럽 국가들과 관련 협정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현재 자체 핵무기를 보유한 영국과 프랑스를 제외하면 독일·벨기에·네덜란드·이탈리아·튀르키예 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일부 회원국에는 미국 핵무기가 배치돼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 안보에서 발을 뺄 움직임을 보이자 유럽에 프랑스 핵우산을 씌우는 방안을 제안해 왔다.

스웨덴 정부는 지난 1월 영국과 프랑스의 핵 억지력 보호를 받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공개했으며, 프랑스와 독일은 지난달 뮌헨안보회의에서 핵우산 논의를 공식화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독일이 핵심 파트너"라며 전략시설 방문과 합동훈련 등 협력의 첫 단계가 올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1990년 동서독 통일 당시 미국·영국·프랑스·소련과 체결한 이른바 '2+4 협정'으로 핵무기 개발이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다.

마크롱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날 공동 성명에서 "교리적 대화와 전략적 협력을 조율하기 위한 고위급 핵운영 그룹을 만들었다"며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비롯한 국제법 의무를 준수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핵 억지력이 여전히 유럽 안보의 주춧돌이라는 공통 인식에 기반한다"며 "나토의 핵억지력과 핵공유 체계를 대체하지 않고 보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덴마크와 폴란드 등도 협력 의사를 밝혔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더 강력한 협력은 유럽의 억지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고,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엑스(X·옛 트위터)에 "적들이 감히 우리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동맹국들과 함께 무장하고 있다"고 적었다.

다만 미국과 러시아의 핵군축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뉴스타트)이 최근 종료된 상황에서 프랑스의 핵전력 확대 선언이 핵보유국 간 군비 경쟁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 프랑스사무소장 장마리 콜랭은 "핵보유국이 핵군축을 추진하도록 한 핵확산금지조약의 정신에 어긋난다"며 "러시아가 중대한 도발로 간주해 긴장이 고조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마크롱 #핵전력증강 #유럽안보 #핵우산 #NPT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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