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 서울 금천구 독산동 한 아파트 단지에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정윤지 기자) |
독산동 주민들, 주거지 70m 앞 ‘데이터센터’ 건립 반발
2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월부터 서울 금천구 독산동 724-4번지 데이터센터 건립을 두고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착공한 이 데이터센터는 5메가와트(MW)급 소형 데이터센터로 지하 1층·지상 8층 규모로 지어져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독산동 부지 인근 6개 단지 아파트 주민 대표들은 ‘데이터센터 건립반대 연합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리고 공사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주거지와 70m 떨어진 곳에 화재에 취약하고 소음·진동·전자파를 유발하는 데이터센터 건축을 허가했다는 이유다. 또 전기와 열 냉각을 위한 물 사용량이 증가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데이터센터 부지 바로 앞에 살아 공사 현장이 보인다는 주민 최영진 씨는 “데이터센터가 들어오면 굉장히 위험한 시설을 안고 사는 것”이라며 “화재발생 위험 뿐만 아니라 물도 많이 사용하는데 구청은 이걸 왜 허가해주느냐”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허가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알리거나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이들은 금천구청 앞에서 두 차례 시위를 열고 1500여명이 나서 반대서명을 했다. 아파트 단지 곳곳에도 ‘결사반대’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비대위 측은 “생활과 직결되는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사전 설명이나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다”며 “최소한의 소통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금천구청은 현재 해당 센터 건립 공사를 중지했다고 설명했다. 안전점검 과정에서 나온 지적사항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구청은 전자파·소음·열섬 현상 등 주민 우려에 대해 시행사가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청 관계자는 “결과가 나오면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허가는 관련 법령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 내부. (사진=연합뉴스) |
서울 영등포·경기 고양 등 수요 넘치자 갈등…지방은 ‘유치전쟁’
주거지 인근 데이터센터 건립으로 인한 갈등은 금천구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과 문래동에 들어설 예정인 데이터센터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구청에 따르면 1월까지 민원만 약 2800건 접수됐다. 경기 고양시와 김포시에서는 주민 반발에 착공 이후 공사가 중단됐다가 행정심판을 거친 끝에 사업을 재개하는 등 차질을 빚는 경우도 있었다. 고양시 사리현동에 들어설 데이터센터는 2023년 3월 건축 허가가 났지만 여전히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의 반발 못지 않게 지방정부도 난감한 상황이다. 현행법상 주거지 인근에 데이터센터를 짓는다는 이유로는 건축을 제한할 근거가 없어서다. 이 때문에 일부 지자체는 주거지 인근 데이터센터 입지를 제한할 수 있도록 서울시 등에 법령 개정을 건의했지만 별다른 진척은 이뤄지지 않았다. AI의 핵심 시설로 꼽히는 데이터센터 건설 정책과 맞물려 규제 신설에 신중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 같은 문제는 데이터센터 수요가 수도권으로 몰리며 계속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는 초고속 통신망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다. 특히 주된 수요 지역이 수도권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서비스 기업 세빌스코리아가 지난해 발표한 ‘2025 한국 데이터센터 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상업용 데이터센터 중 90%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고 2028년까지 40개 이상이 수도권에 추가로 구축될 예정이다.
반대로 지방에서는 오히려 데이터센터 유치 전쟁에 한창이다. 경남 함양·충남 당진·전북 새만금 등이 대표적이다. 이 지역들은 수도권과 달리 산업 기반을 다변화할 수 있는 지역경제 활성화의 도구로 데이터센터 유치를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민들의 데이터센터에 대한 위험 인식이 과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내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전자파 세기를 측정한 결과 인체보호기준 1%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도 “주민들은 AI데이터센터를 막연히 유해시설로 보고 있는 것 같다”며 “데이터센터는 AI 학습이나 연산할 때 핵심 시설이라 빅테크들도 자체 확보하려고 건설 초기에 있는데 주민 반발로 늦어져 안타깝다”고 했다.
데이터센터를 빠르게 확보해야 하는 만큼 주민 반발에 미뤄지지 않도록 주거지와 먼 곳 중에서 조건을 충족한 지역을 찾는 게 더 낫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두현 건국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주민 입장에서는 데이터센터에 상주 인력만 있으면 돼서 고용효과도 크지 않은데 많은 전기를 사용하고 화재 위험도 있을 수 있으니 반기지 않는 것”이라며 “가급적이면 도심에서 떨어지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