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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행·잠복 총동원…고액체납자, 끝까지 쫓는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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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달 서울국세청 징세관실 조사관
고액·상습체납자 30여명, 체납액 7000억 추적 중
외국인 500억대 체납도 받아내는 ‘해결사’
“바보라서 성실납세하나…양심없는 체납자들, 계속 추적”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체납자 현장수색을 나가면 공무집행방해라고 말씀드려도 고성을 지르고 욕설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뒷목 잡고 쓰러지는 척하는 분도 있었는데, 119 부른다고 하니 머쓱해하더군요.”

박희달 조사관은 서울지방국세청에서 6년째 고액체납자들과의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금융정보조회부터 시작해 CCTV(폐쇄회로텔레비전) 분석, 미행, 잠복, 현장수색에 소송까지. 체납자가 세금을 내지 않기로 작정하고 숨겨둔 재산을 찾아 징수하기 위해 지난한 과정을 반복해왔다. ‘법에서 허용하는 모든 행정수단을 총동원해 고의적인 체납자들에 대응한다’는 게 그의 신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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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납자들의 압류품을 보관하는 국세청 내 수장고를 소개 중인 박희달 조사관. 박 조사관이 들고 있는 에르메스 가방은 평가액이 3500만원 수준으로, 조만간 공매에 부칠 예정이다.(사진=국세청)


박 조사관은 지난달 27일 서울국세청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세금은 내지 않으면서 호화생활을 누리는 이들을 보면 부당함을 느낀다”며 “완납을 시키진 못해도 어느 정도 결실을 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겨 체납징수 업무를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8년 국세청 9급으로 입직한 박 조사관은 국세공무원 경력 3분의 1 이상을 체납징수에 몰두해왔다. 2019년부터는 서울국세청 징세관실에서 3억원 이상의 고액·상습체납자들을 전담하고 있다. 박 조사관이 조사 중인 체납자는 30여명, 이들의 체납액은 총 7000억원 규모다.

박 조사관이 쫓았던 체납자 중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인도 여럿 있다. 63빌딩을 세운 주역이지만 1997년 외환위기(IMF 사태) 후 1000억원대 세금을 내지 않은 대기업 회장, 2023년 주가폭락 사태의 주범으로 체납액이 1000억원대인 투자자문사 대표 등이다.

박 조사관은 고액·상습체납자 못지않게 난이도 높은 외국인의 체납징수에서도 쾌거를 올렸다. 그는 “2023년 외국국적자가 국내에서 사업을 하다 500억원가량의 세금을 체납했지만 외국인이라 징수가 쉽지 않았다”며 “외국 국세청과의 징수 공조로 현재까지 300억원가량 납부시켰고 올해 안에 완납할 예정”이라고 했다. 특별공로를 인정받은 박 조사관은 올해 첫 도입된 ‘징수포상금 500만원’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도 크다.

박 조사관이 체납자 추적에서 가장 중심에 두는 건 ‘세금으로 내야 할 재산을 어디로, 어떻게 빼돌렸는가’하는 점이다. 그는 “배우자, 친인척을 넘어 지인, 회사 직원 등의 명의를 이용해 재산을 은닉하는 경우가 많아 자금흐름을 포착하기 쉽지 않다”며 “체납자의 생활실태를 따라가면서 은닉장소를 지목해 현장수색한다”고 했다. 이어 “수색에서 골드바나 명품가방 등을 압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메모지나 계약서처럼 제3자 등을 통한 재산은닉 증거를 찾는 데에 더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체납추적에서 가장 힘든 순간도 현장수색으로 꼽았다. 박 조사관은 “욕설·협박을 듣는 것도 힘들지만 현장에서 별다른 소득을 올리지 못하면 힘이 쭉 빠진다”며 “체납자가 자주 드나드는 제3의 장소를 찾아가니 은닉재산은 없고 내연녀만 있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허탕을 치면 오랜 시간 공들여온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듯해 밥맛도 없고 잠도 못 잔다”고 토로했다.

사해행위(재산을 고의로 숨기거나 타인에게 넘겨 체납세금을 걷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 취소소송에서 대형로펌의 벽에 부딪힐 때도 허탈함을 느낀다. 박 조사관은 “고액·상습체납자, 누구나 알만한 체납자들은 모두 다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다”며 “자택에서 압류한 현금·명품 등도 본인 소유가 아니라면서 소송에서 그럴듯한 거짓말로 딱 잡아떼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밀린 세금 한 푼 내지 않으면서 수천만원을 들여 로펌을 쓰는 체납자들에게 패소하면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가 체납자 추적의 ‘집념’을 놓지 않는 건 성실납세자들에게 허탈감을 안기고 싶지 않아서다. 박 조사관은 “우리 국민의 90%인 성실납세자들이 바보라서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게 아니잖나”라며 “설령 현장에 압류재산이 없더라도 찾아가고, 계속해서 체납자들에 압박을 가해 조세정의를 실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 조사관은 탈세제보도 독려했다. 그는 “여러분의 결정적 제보가 더해지면 체납 추적의 속도는 훨씬 빨라질 것”이라며 “성실납세가 헛되지 않도록 비양심적인 체납자의 은닉재산을 적극 신고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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