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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환경에서도 한국이 잘될 것이란 희망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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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평화봉사단, 한국 파견 60주년
조선일보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왼쪽)과 네드 슐츠 하와이대 마노아 캠퍼스 명예교수. /조선일보DB


1966년, 20대 청년이었던 네드 슐츠 하와이대 마노아 캠퍼스 명예교수는 ‘이름도 잘 몰랐던 나라’ 한국의 부산 경남고에서 근무했다. 당시 그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냉전 시기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고 미국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기 위해 출범시킨 평화봉사단(Peace Corps Volunteers)의 ‘1호 단원’이었다. 슐츠 교수에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식사. 별다른 반찬 없이 밥만 계속 나오는 삼시 세 끼가 그의 입엔 다 똑같이 느껴졌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1975년, 평화봉사단 단원이었던 캐슬린 스티븐슨 전 주한 미국 대사는 충남 예산중에서 영어 교사로 근무했다. 그에겐 에어컨과 온수가 없이 한국의 뚜렷한 사계절을 겪는 것이 육체적으로 큰 도전이었다. 전후(戰後) 한국의 재건을 도우러 왔다가 열악한 환경을 마주한 두 사람이 한국에 대해 가진 감정은 같았다. 바로 “한국이 잘될 것이란 희망”이었다.

평화봉사단은 1966년부터 1981년까지 약 2000명의 미국 청년을 한국의 시골 지역에 파견해 교육, 결핵 퇴치 사업 등을 전개했다. 올해로 한국 파견 60주년을 맞았다. 스티븐스 전 대사와 슐츠 교수는 지난달 27일과 28일 각각 진행한 본지 인터뷰에서 70년 동맹이 관세 등을 놓고 때때로 얼굴을 붉히는 이 시기에 “얼굴을 맞대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인적 교류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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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왼쪽)와 네드 슐츠 하와이대 마노아 캠퍼스 명예교수가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강이나 우물에서 빨래를 하던 주민들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스티븐스)”고 할 정도로 두 사람이 겪은 50~60년 전 한국의 경제 상황과 공중보건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이 후진적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한국이 선진국으로 발전할 것이란 믿음을 의심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스티븐스는 “700명이 넘는 학생이 겨울에 난방도 안 되는 교실에 모여 있었다”며 “처음 보는 외국인이 아이들의 관심을 끌고 영어 공부를 하게 만드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지만 엄청나게 열정적이었다”고 했다. 또 “‘우리 아이들의 삶은 더 나아져야 하고, 우리 아이가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한국적인 열망이 정말로 강렬했다”고 했다. 슐츠는 한국과 일본이 우호적으로 지내야 한다는 취지의 뉴욕타임스(NYT) 사설로 수업하던 중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우리는 일본을 뛰어넘을 것”이라 말한 학생을 떠올렸다. 그는 “식민 지배와 6·25 전쟁을 겪으면서 과거를 넘어서려는 강한 열망이 느껴졌다”며 “나라도, 나도 잘돼야 한다는 대단한 결의가 있었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우리가 도와주겠다고 봉사를 하러 왔지만 결국에는 배운 게 더 많았다”고 했다. 스티븐스는 국무부 외교관으로 일하다 2008~2011년 한국 대사까지 지낸 미 조야(朝野)의 대표적인 친한파다. 슐츠는 한국에서 경주 등을 방문한 뒤 한국 역사 등에 호기심을 느껴 한국학을 연구하는 교수로 일하다 은퇴했다. 그는 “한국에 파견된 거의 모든 단원이 많은 사안에 대해 한국인의 시각을 갖게 돼 한국에 큰 도움이 됐다”며 “한·미 관계의 핵심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다. 우리가 도움을 줬던 한국의 젊은이들이 이제 해외로 나가 다른 나라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문화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로 기쁘다”고 했다.

☞미국 평화봉사단

미국 청년들을 개발도상국에 파견해 기술과 지식을 전수하는 연방정부의 행정기관이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인생의 2년을 봉사해 세계 평화에 기여하자”며 1961년 설립했다. 현재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아프리카·중남미·동남아 등 40국에서 농업·보건·교육 지원을 하고 있다. 한국에는 1966년부터 1981년까지 약 2000명의 단원을 파견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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