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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가든’을 문화로 바라보며 ‘열린 업무’ 펼치는 임영석 국립수목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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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임영석 국립수목원 원장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K의 시작은 K-팝 등 대중문화 영역인데, K-푸드와 K-뷰티도 소비되며, K-가든, K-수목원도 가능하다. K-수목원은 공간에 여러 가지를 담아 보여줄 수 있어 K-컬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임영석 국립수목원 원장의 이 말은 산림을 좀 더 넓게 해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립수목원이 하는 주된 업무는 산림을 보전하고 자원으로 활용하는 일이다.

급변하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는 우리에게 산림이 더욱 필요한 자원임을 알려주고 있다. 따라서 산림을 보전하고 자원으로 활용하는 일은 국민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국립수목원은 이를 통해 산림의 중요성과 가치를 알리고 있다.

하지만 임 원장의 유연한 생각은 이 같은 주된 업무 외에도 산림을 문화로 바라보면서 좀 더 ‘열린 업무’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그 하나의 예가 ‘정원 프리미엄 배럴 에이지드 진’(Barrel Aged GIN)의 개발이다. 진의 고유한 특성을 나타내주는 주니퍼 베리와 광릉숲에서 자라는 주목, 무궁화, 노각나무, 느티나무가 어우러진 독특한 풍미를 더해 오크통에서 숙성시켰다. 47도인 이 술은 뛰어난 맛과 향기로 완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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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프리미엄 배럴 에이지드 진’



“서양은 정원에서 와인 한 잔 하는 게 문화다. 우리도 그런 문화를 한 번 만들어 보자며 복분자 등으로 시도를 했지만 퀄리티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배럴 에이지드 진을 개발하게 됐는데, 일본, 대만, 북미 등에서 큰 반응이 나왔다.”

임 원장은 사람들이 숲의 힐링 효과는 알지만 평소 숲과 친하지 않다는 말도 했다. “숲은 약용 보조기능을 해야 하는 강박이 있다. ‘약으로 쓰이는 야생식물’과 같은 책이 여러 종류 나와 있는 것만 봐도 그 점을 알 수 있다. 숲은 훨씬 더 자연스럽게 접근하면 좋다. ‘포레스트 프렌들리’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임 원장은 정원도 문화임을 강조한다. 유럽 뿐만 아니라 우리 전통의 별서정원(別墅庭園)에도 철학과 사상이 담겨있다.

“프랑스 정원에 담긴 평면기하학적인 권위, 영국 정원의 자연주의, 우리의 전통 정원은 사상과 자연이 함께 하는 물아일체 경지다. 일본 가든은 자연을 축약시키고, 중국 정원은 정자를 만드는 형태주의 가든인데, 우리도 정원과 익숙해지기 위해 누군가가 지속가능한 체계를 만든다면 한국문화를 알리기에 좋다.”

임 원장은 지난해 광복 80년 기념사업으로 국내에서 보유하지 않은 우리 식물, 특히 일제강점기 해외 보관 사료를 정리하고 유출 식물의 재도입과 학명 정정을 통해 식물을 통한 역사적 가치를 되새겼다. 식물의 학명에 창씨개명으로 기록된 명명자를 정정했고, 하버드대학교 소장 1910년대 우리식물 사료를 정리하며 사진전을 열어 100년 전 해외로 유출된 식물을 재도입했다. 이는 기후변화, 생태계 복원을 위해서도 필요한 자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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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 국립수목원 원장



“미국 하버드대 아놀드수목원에 소속됐던 식물학자인 영국인 어니스트 헨리 윌슨 씨가 1917~1918년 한국의 금강산 일대를 답사하며 만리화 등을 채집해 미국에 가져가 번식시켰다. 지난해 가을 아놀드 수목원과 협약을 맺고 전시회를 열어 몇몇 식물의 종자를 가져오고 우리 식물을 주는 등 식물에 대한 교류를 했다. 금강산에 자생하던 만리화는 금강산에서 미국을 거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것인데, 이번 전시를 계기로 국립수목원에 기증됐다. 우리도 지자체 행사에 이들 식물의 종자를 보내줘 증식하게 하기도 한다.”

개나리와 비슷한 만리화가 금강산에서 채집돼 이역만리 보스턴을 거쳐 귀향해 국립수목원에서 키우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식물학자 윌슨은 1920년에 구상나무를 처음으로 알린 학자이기도 하다. 한국 고유종인 구상나무는 한라산에서 서양 식물학자에 의해 채집돼 하버드대 아놀드식물원에 보내졌다. 어니스트 윌슨이 이 구상나무를 새로운 종으로 구분하여 학계에 보고했다. 그래서 학명이 ‘아비스 코리아나’(Abies Koreana)다.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트리의 70% 정도가 구상나무다. 임 원장은 개나리도 자생지는 우리나라뿐이라고 한다.

필자는 1990년 ‘한라에서 백두까지 한국의 야생화 대탐사’를 기획·보도하기 위해 지금은 고인이 된 이향순 선배와 격주로 주말마다 야생화 탐사 취재를 식물학자들과 1년간 다닌 적이 있다. 국립수목원장을 지낸 이유미 박사가 당시 서울대 대학원생으로 1년간 함께 탐사했다. 필자는 이 기획·보도로 이향순 선배와 함께 한국신문상 대상을 수상했다. 당시 임영석 같은 산림행정 전문가를 만났더라면 야생화 탐사의 기획 방향을 더욱 유연하고 정교하게 잡을 수 있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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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 국립수목원 원장



방탄소년단(BTS) 팬들은 멤버들의 이름이 들어간 숲 조성 사업을 벌여왔다. 지민 팬들은 ‘제이엠 실바니아(JM Sylvania)’라는 이름의 ‘지민 숲 조성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라틴어로 실바누스(sylvanus)는 숲이다. 펜실베이니아는 윌리엄 펜(William Penn)이 받은 숲(Sylva)이 많은 땅(nia)이라는 뜻이다. 잉글랜드 귀족 윌리엄 펜은 아버지가 국왕인 찰스 2세에게 빌려준 돈을 받는 대신 아메리카 식민지 땅으로 받았는데, 그 땅이 펜실베이니아주다.

임영석 원장은 “이제 숲은 단순 힐링 공간만은 아니다”고 말한다. 식물을 통해 외교를 확장할 수 있다. 토종식물로 지자체와 윈윈할 수도 있다.

임영석 원장은 2005년 산림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산림사업부서장 뿐 아니라 기획통, 국제협력 업무까지 두루 경험한 산림행정 전문가이다. 지난 2024년 1월 취임해 2년 2개월간 국립수목원을 이끌고 있다. 그는 산림행정 전문가 이상의 시야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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