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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초 항쟁’ 무명의 용사 3만3000명 고향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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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병역사박물관 5일 개관
경향신문

전남 22개 시군과 광주시에서 채취한 돌 23개로 만든 지하 무명의병 추모실.


국난 때마다 외세 맞서 일어선
호남 의병 활약상 한곳에 전시
‘불원복 태극기’ 등 돌아왔지만
흩어진 ‘항쟁 사료’ 발굴 관건

영산강 둔치에서 바람이 불어오자 전시관 외벽을 둘러싼 알루미늄 패널(키네틱 파사드)이 일제히 흔들렸다. “찰랑찰랑” 맑은 금속음이 공기 중으로 퍼져 나갔다.

오는 5일 정식 개관을 앞둔 전남 나주시 공산면 ‘남도의병역사박물관’ 외벽에 울려퍼지는 금속음은 국난 위기 때마다 스스로 일어서 싸운 호남 의병 3만3000명의 함성을 형상화한 것이다.

남도의병역사박물관은 드라마 <주몽> <도깨비> 등 20여편의 영화·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옛 나주영상테마파크 터에 들어섰다. 2만2000㎡ 부지에 지하 1층~지상 1층 규모다. 건축물은 ‘자연 친화’에 방점을 뒀다. 영산강의 지형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대형 조형물이 주는 위압감을 배제했다.

세트장을 보존해야 한다는 요구와 안전사고 우려로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왔지만 ‘호남 의병의 위상을 정립할 전당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뜻을 같이하면서 전국 최대 규모의 의병박물관이 들어서게 됐다.

호남지역은 국난의 고비마다 전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의병이 봉기한 거점이다. 임진왜란 당시 고경명 의병장이 이끈 호남 의병의 수는 6000여명으로 전국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1909년 대한제국기 교전에 참여한 남도 의병 역시 1만7000여명으로 전국 의병의 46%에 달했다. 이름도 남아 있지 않은 민초들의 항쟁은 전국 단위 3·1운동으로 이어지는 굳건한 뿌리가 됐다.

경향신문

지난달 26일 사전 관람이 진행된 전남 나주시 남도의병역사박물관 전시실에서 최낙진 해설사가 호남 의병의 항쟁사와 소장 유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내부 전시실은 명종 10년인 1555년 을묘왜변부터 1919년 이전까지 독립의군의 활약을 하나의 동선에 담았다. 이곳에는 이름난 장수의 영웅담은 없다. 대신 농민, 승려, 맹인, 머슴 등 국난에 먼저 목숨을 던진 평범한 민초들을 앞세웠다.

핵심 유물 중 하나인 고광순 의병장의 ‘불원복(不遠復) 태극기’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태극문양 위에 ‘머지않아 국권을 회복한다’는 의미를 담은 ‘불원복’ 세 글자가 선명히 남아 있다. 이 태극기는 지난달 25일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기탁돼 40년 만에 고향 전남으로 돌아왔다.

지하 1층 무명의병 추모실은 전남 22개 시군과 광주시에서 실어 온 추모석들로 채웠다. 파편화된 호남 항쟁사를 하나로 통합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최낙진 해설사(70)는 2일 “의병은 특정 영웅이 아닌 남도 민초 전체가 짊어진 역사”라며 “이름 없는 이 돌들은 각지에서 흩어져 싸우다 스러져간 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대변한다”고 설명했다.

지역 주민들의 관심도 높다. 설 연휴에 실시한 1차 사전 관람에는 1419명이 방문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진행 중인 2차 관람에는 하루 평균 300여명이 이곳을 찾고 있다.

남은 과제도 있다. 민초들의 역사인 탓에 남아 있는 유물이 많지 않다. 현재 이곳에 전시된 3085개의 전시물 가운데 구입 소장품 1500점을 제외한 나머지 1585점은 기증 또는 기탁받은 유물이다. 문서 위주의 전시인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 박물관은 곳곳에 흩어져 있는 의병들의 유물을 계속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무기류와 생활용품 등 전시물 종류도 다양화해 소장 유물을 2027년 5000점까지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방안 마련도 과제로 남아 있다.

김만호 전남연구원 문화관광연구실장은 “의병 자료 아카이브 구축과 학술 연구를 주도하는 거점 기관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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