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싱가포르와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을 개시하고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첨단기술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싱가포르에 3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펀드(K-VCC)를 조성할 방침이다. 양국은 현 국제 정세가 ‘초불확실성 시대’에 놓여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며 전방위적 협력을 통해 동반 성장을 모색한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싱가포르를 국빈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2일 로런스 웡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공동 언론 발표를 통해 “경제 분야 연계를 더욱 공고하게 하는 한편 AI 등 미래 첨단 분야 혁신을 가속화하고 국방·안보 협력 기반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 정부가 체결한 문건은 ‘FTA 개선 협상 개시 공동선언문’과 각 산업 분야별 양해각서(MOU) 5건이다.
이 대통령은 “우리 두 정상은 올해 발효 20년을 맞는 양국 FTA를 통상 및 경제 안보 환경 변화와 기술 발전을 충분히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양국 정부 간 FTA는 2006년 3월 발효됐다. 이번 합의는 20년간 변화해온 국제 질서와 산업 체계를 반영해 공급망, 녹색경제, 무역 원활화, 항공 유지·보수·운영(MRO) 등 4개 분야에서 FTA를 개선하는 차원이다.
5건의 MOU는 △과학기술 협력 △공공 안전 분야 AI 및 디지털 기술 협력 △지식재산 분야 강화 협력 △환경 위성 공동 활용 △소형모듈원전(SMR) 협력 등이다. 양국 정상은 회담과 MOU 서명식, 공동언론발표를 진행하는 동안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 협력 관계 구축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이번 MOU 체결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오늘날 초불확실성 시대의 격랑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며 신뢰할 수 있는 진정한 동반자가 더욱 절실하다”고 하자 웡 총리는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 후 처음 만난다는 점에서, 국제 정세가 불확실한 시점에서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싱가포르는 유사 입장국으로서 자유무역을 수호하고 규칙 기반의 질서를 수호하는 전략적 이해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나아갈 길이 무궁무진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대통령은 양국 간 AI 협력을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같은 날 열린 ‘한국·싱가포르 AI 커넥트 서밋’에 참석한 이 대통령은 “양국은 혁신의 DNA를 AI 산업으로 확장해 디지털 경제의 새로운 지평을 함께 열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양국이 ‘AI 협력 프레임워크’를 체결하기로 한 점을 거론하며 “2030년까지 싱가포르에 3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펀드(K-VCC)를 조성하고 국가 간 경계를 허무는 공동 연구를 통해 양국 연구자들이 인류의 난제 해결을 위한 AI 기술 개발에 전념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투자 펀드를 만들어 관련 기업들이 과감한 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게 이 대통령 설명이다. 이날 행사 종료 후에 양국 기업 및 기관들은 자율주행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 7건의 MOU를 체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웡 총리와 미국·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습 상황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이 대통령은 “중동 정세가 글로벌 안보와 에너지 공급망,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평가했다”며 “중동의 안정과 평화가 회복되길 바란다는 데 (양 정상이) 뜻을 함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8년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된 점을 거론하며 “8년 전 싱가포르는 대화와 소통의 리더십을 통해 평화를 향한 탁월한 외교력을 보였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적극 지지해 준 점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통령이 웡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이번이 두 번째로 양국 정상은 친밀감을 드러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우리 정부는 이번 첨단 분야의 포괄적 협력을 통해 양국 관계를 한 단계 격상시키고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상호 보완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싱가포르=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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