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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도 아니고 상품권도 아니다? 다카이치가 고른 ‘안전한 선물’ 정체는[나우,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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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의원 316명에 ‘선택형 선물’ 일제 전달
결혼·출산 답례품으로 흔한 日 선물 문화
“상품권은 안 되고 카탈로그는 된다?” 논란도
헤럴드경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8일 도쿄 총리 집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최근 중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자민당 소속 의원 전원에게 ‘카탈로그 기프트’를 전달한 사실이 알려지며 일본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1인당 약 1만엔(약 10만원) 수준의 선물이지만, 정치자금 규제와 맞물리면서 단순한 ‘격려 선물’인지, 계산된 정치 행위인지 논란이 번지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4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엄격한 선거를 치른 의원들을 위로하고, 향후 정치 활동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카탈로그 기프트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선물은 총리가 지부장을 맡고 있는 자민당 나라현 제2선거구 지부 명의로 제공됐으며, 정당 교부금은 사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자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카탈로그 기프트는 정해진 가격대 안에서 받는 사람이 직접 원하는 물품을 고르는 방식이다. 사무실 응접용품이나 회의·업무용 물품 등이 포함돼 있으며, 총리 비서가 의원회관 사무실을 개별 방문해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자민당 소속 중의원 의원은 31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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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결혼·출산·답례품으로 널리 쓰이는 ‘카탈로그 기프트’. 받는 사람이 원하는 상품을 직접 고르는 선택형 선물이다.[게티이미지뱅크]



카탈로그 기프트는 일본에서는 낯설지 않은 선물 문화다. 결혼식이나 출산 축하에 대한 답례품, 입학·취업 축하 등에서 널리 사용된다. 축하를 받은 금액의 2분의 1에서 3분의 1가량을 돌려주는 것이 예의로 여겨지는 일본 문화에서, 상대의 취향을 직접 묻지 않고도 선택권을 넘길 수 있는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음식, 생활용품, 유아용품 등 카탈로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 때문에 다카이치 총리 측은 “특정 물건을 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정치 활동에 도움이 되는 물품을 각 의원이 판단해 고르도록 한 것”이라며 일본식 배려의 연장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일정과 외교 일정으로 의원들과 일일이 식사 자리를 갖기 어려웠다”며 카탈로그 방식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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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축하를 받으면 금액의 1/2~1/3 수준을 답례하는 것이 예의로 여겨져, 카탈로그 기프트가 자주 활용된다.[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정치권의 시선은 곱지 않다. 야권은 정치자금규정법과의 관계를 문제 삼고 있다. 해당 법은 개인이 정치인 개인에게 정치활동과 관련해 현금이나 유가증권을 기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상품권은 유가증권으로 분류될 여지가 크지만, 카탈로그 기프트는 현금도, 금액이 명시된 상품권도 아니라 법적으로 애매한 영역에 놓여 있다.

이와이 다다시 메이지대 명예교수는 “상품권은 비교적 명확하게 규제 대상이지만, 카탈로그 기프트는 유가증권에 해당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회색지대”라고 설명했다. ‘선택형 선물’이라는 형태가 법의 경계를 교묘히 피해 간 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자연스럽게 지난해 논란이 재소환되고 있다. 2025년 3월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는 초선 중의원 의원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10만엔 상당의 상품권을 나눠줬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당시 이시바 전 총리는 개인 비용이라고 해명했지만, 지지율 하락이라는 후폭풍을 피하지는 못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의원 간 선물 교환은 일본 정치권의 오랜 관행”이라며 사회 통념상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야권은 “금액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시기와 방식, 그리고 법적 해석이 문제”라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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