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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한수원 집안싸움 봉합 ‘글쎄’…수출체계 손질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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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국제중재→대한상사중재원 이관 권고
공운법·배임 리스크에 정부개입 한계 뚜렷
근본 해법은 이원화된 원전수출 체계 정비
“원전 전문기관으로 수출창구 일원화 해야”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정부가 한국전력공사(한전)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간 원전 관련 국제중재 분쟁을 국내로 이관하도록 권고하며 갈등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강제력이 없고, 비용·기간 단축 효과 역시 불확실한 데다 합의 과정에서 배임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있어 실질적 봉합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데일리

(사진=연합뉴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원화된 원전 수출 구조가 갈등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수주와 정산이 분리된 현 체계로는 유사 분쟁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수출 체계 전반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요구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국내서 중재…비용·배임 리스크는 여전

3일 관가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지난 27일 한수원이 한전을 상대로 영국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제기한 중재를 대한상사중재원(KCAB)으로 이관하도록 두 기관에 권고했다. 단순한 중재기관 변경에 그치지 않고, 정기 협의체를 가동해 양측이 근본적인 합의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행 여부는 각 기관 이사회 의결 등 내부 절차를 거쳐 자율적으로 결정된다.

이번 분쟁은 한수원이 지난해 5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공기 연장 및 추가 업무 수행 비용을 청구하기 위해 한전을 상대로 LCIA에 중재를 신청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국정감사에서는 공공기관 간 분쟁으로 과도한 소송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해외 중재 과정에서 원전 관련 민감 기술이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는 중재를 국내로 이관할 경우 변호사비 등 법률 비용 부담 완화와 절차 단축, 기술 유출 우려 감소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제중재를 국내로 이관하면 절차가 보다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고, 협의체를 통해 합의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비용과 기간을 줄일 여지가 있다”면서도 “정확한 절감 규모를 사전에 산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조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평가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 따른 ‘공공기관 자율경영 원칙’상 정부가 직접 분쟁에 개입해 결론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정산 및 비용 문제는 각 기관의 기대이익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합의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배임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산업부 관계자 역시 “공공기관의 자율경영 원칙상 정부가 직접 지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번 권고는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분쟁 장기화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근본 해법은 이원화된 원전 수출 체계 손질

결국 근본적 해법은 원전 수출 구조 자체를 재정비하는 데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원전 수출은 2016년 공기업 기능 조정 이후 이원화돼 있다. 한국형 원전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국가는 한전이, 설계 변경이 필요한 국가는 한수원이 담당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한전은 미국·UAE 등 중동·아시아 지역을, 한수원은 체코·루마니아 등 유럽·북미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수주 활동을 벌여왔다.

수주 단계에서는 이른바 ‘팀코리아’ 체제로 협업이 가능하지만, 공사 기간 지연이나 추가 비용이 발생해 정산 국면에 들어서면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구조다. 모회사인 한전과 자회사인 한수원 간 책임 범위를 둘러싼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한 회사가 일괄 수행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라며 “기술을 보유한 한수원 중심으로 수출 창구를 일원화하는 것이 구조적 해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원화 체계가 유지될 경우 향후 해외 사업에서도 변경 사항이 생길 때마다 계약 재협상과 법적 분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용희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거버넌스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수원의 기술 역량이 강화된 상황에서 과거의 관료적 형님·아우식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원전 수출 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산업부는 작년 8월부터 원전 수출 체계 효율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제3의 전담기관 신설 △한전 또는 한수원으로 일원화 △기능별 분담 유지 등 3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특정 방안을 미리 정해두고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각 안의 장단점과 실행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따져보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분쟁은 단순한 정산 갈등을 넘어 수출 체계 전반과 연결된 사안인 만큼 큰 틀에서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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