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박혜수 기자 |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HD현대그룹의 인력 운용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조선업 슈퍼사이클로 업황 회복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외국인 의존도가 높아진 현장에서 내국인 채용을 늘리고자 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이 조선업 전반의 인력 구조 변화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올해부터 조선소 현장에 외국인 노동자보다 내국인 채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그동안 구인난과 인건비 증가로 인해 외국인에 크게 의존해온 인력 구조를 전환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한국 조선산업 인력 구성에서 이주노동자 비중은 2007년 3.2%에서 2024년 22.7%로 확대됐다. 업체별 이주노동자 규모는 지난해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 합병)·HD현대삼호 1만명 이상, 한화오션·삼성중공업은 4000명에 육박했다.
조선업계가 내국인 채용을 늘리고자 하는 배경에는 업황 회복이 있다. 국내 조선 3사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수주 물량이 2~3년 치가 쌓인 데다, 고선가·선별 수주로 수익성 중심의 체질 개선에 성공하며 외형과 내실 성장을 동시에 이뤄냈다. 조선업 호황으로 자금 여력이 커지자 인력 구조의 질적 성장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외국인 고용 축소 움직임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2023년 4월부터 한시적으로 운영해온 '조선업 별도 쿼터제'를 올해부터 종료하고, 제조업 쿼터로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이는 조선업에 대한 한시적 특례를 정상화하고, 기업이 자체적으로 인력 구조를 전환해 질적 성장을 유도하는 정책 신호로 해석된다.
그동안 조선업계는 만성적인 구인난과 인건비 부담으로 외국인 인력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구조는 언어 장벽으로 인한 안전 관리의 어려움과 숙련 기술 인력의 단절, 생산성의 질적 한계 등 인력 리스크를 키운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높아질수록 내국인 지원자가 줄어드는 구조적 악순환이 고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국내 조선업의 산업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선업의 핵심 기술 경쟁력 중 하나로 용접·조립·의장 등 숙련 인력이 꼽히는데,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는 구조가 굳어지면 숙련공 양성에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선업 호황이 지역 경제 소비 효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의식을 키운 배경이 됐다.
이 가운데 조선업계 내 내국인 인력이 확대되면 중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근속을 통해 숙련 기술의 전수, 로봇·자동화 공정 도입 시에는 안정적인 현장 운영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경우 오히려 인건비가 절감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HD현대의 인력 구조 변화 움직임이 조선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이 같은 방향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초기 내국인 채용에 따른 인건비 인상과 단기적인 인력 공백 우려로 단기간 내 실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현실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결국 인적 투자비용 확대가 선행돼야 하지만, 고정비 확대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현재 흑자 기조인 조선업이 다시 침체기로 돌아설 경우 그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내국인 채용 확대를 점진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위기다. 특히 조선업이 흑자 국면에 들어선 현시점이 인력 구조 전환의 적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궁극적으로는 내국인 숙련 인력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지만, 외국인 인력 축소가 급격하게 이뤄질 경우 현장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내국인 채용을 확대하되, 청년 유입을 유도할 근로 환경과 산업 비전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제영 기자 zero1013@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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