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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中 공안, 탈북민 25명 모이면 北 송환…임산부 강제 낙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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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강제 송환 中의 인권 침해 실태 보고서 입수
조선일보

2002년 5월 중국 랴오닝성 선양 주재 일본 총영사관 앞에서 탈북자 장길수씨 가족이 일본 망명을 시도하며 공관 안으로 뛰어 들어가려 하자 중국 공안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 당시 함께 탈북한 가족은 17명에 달했으나, 이 가운데 최소 5명은 강제 북송된 것으로 추정된다./로이터 통신


중국 당국이 탈북민들을 체포하면 중·북 국경 수용소에 감금해놓고 무차별 폭행한다는 탈북민 증언을 담은 보고서가 나왔다. 이런 탈북민들은 북송되면 국경지대 북한 보위부 시설에 감금돼 또 폭행을 당하고 임산부들은 강제 낙태, 영아 살해 등 학대를 당했다고 북한인권정보센터는 최근 작성한 보고서 ‘북·중 기관의 재중 탈북자 강제송환 체계’에서 밝혔다. 북한 인권 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는 2000년~2025년 중국 당국에 체포돼 북송됐다가 다시 탈북했거나 북한 안전부·보위부원 출신 탈북민 등 100여명을 조사해 이 보고서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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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공안, 보이지 않는 곳 때려”

본지가 입수한 북한인권정보센터 보고서를 보면 중국 공안은 탈북민을 체포할 때 법적 근거를 고지하지 않는다고 탈북자들은 증언했다.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고지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북송 관련 통지서 같은 것도 전혀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탈북민들은 중국 당국에 체포되면 이른바 ‘변방 대대 구류장’으로 불리는 중·북 국경지대 치안 구류소와 변방 구류소, 송환 시설 등에 수감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시설들은 환경이 열악할 뿐 아니라 공안의 폭행이 빈번하게 발생했다고 탈북민들은 증언했다.

구류 시설에선 임신을 했거나 미성년인 탈북민에 대한 중국 공안의 폭행도 일상적으로 벌어졌다고 한다. 한 탈북민은 “출산 직후 젖먹이와 떨어진 여성들이 ‘내보내 달라’며 철창을 두드리자 간수들이 전기 곤봉으로 때렸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탈북민은 “공안이 ‘보이지 않는 데를 때리라’고 지시해 부하들이 발로 찼고, 등과 허벅지에 시커먼 멍이 들었다”고 했다.

한 탈북자는 “중국 당국이 3일씩 밥을 안 주기도 하고, 공안이 먹다 남은 음식을 섞어 줬다”고 했으며, 또 다른 탈북자는 “이빨 자국이 난 과일 껍질이나 계란 프라이가 나왔다”고 했다. “구류장 구석에 고무 대야 하나를 두고 용변을 보게 한 뒤, 가득 차면 그대로 내다 버렸다” “넓은 방에 칸막이도 없이 바닥에 구멍만 뚫어 놓고 용변을 보게 했다”는 탈북민 증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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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재중 탈북 여성 13명과 어린이 2명이 동남아와 국경을 접한 중국 윈난성 쿤밍에서 탈출을 시도하다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이들은 쾌속정을 타고 이동할 계획이었으나, 탑승 직전 붙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쿤밍은 동남아를 거쳐 한국으로 향하는 탈북민들의 주요 경유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겨레얼통일연대


중국은 강제 송환 금지 등을 규정한 난민협약 가입국이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체포한 탈북자들에 대해 RSD(난민지위결정)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한다. 한 탈북자는 “조선 사람이라고 하니까 공안이 바로 수갑을 채웠다. 다른 건 없었다”고 증언했다. 지린성 안도현 파출소 공안에게 체포됐다는 또 다른 탈북자는 “(공안이) 체포 사유도,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고도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들은 “수감된 이후 구금 기간이나 송환 집행 시점을 물어봐도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중국 공안에 체포된 탈북자들은 북송 당일 아침에서야 송환 방침을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공안이 아무 말도 없다가 송환 당일에 ‘서둘러 나오라’고 한 뒤 바로 (북한 보위부에) 넘겼다”고 증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버스 한 대 승차 정원인 25명 정도를 체포하면 이들을 북송했다고 한다. 체포된 일부 탈북자는 북송 때까지 2~3일간 구류 시설에서 대기했다고 진술했지만, 3주 이상 구금 상태로 있었다고 증언한 이도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당국에 체포된 탈북자가 강제 북송되는 주요 경로는 6개였다. 중국 지린성·랴오닝성과 북한 평안북도·함경북도·양강도·자강도를 잇는 경로다. 양국 국경을 따라 최단거리로 이동해 당국 간 인계가 이뤄지도록 설계된 구조다.

◇“北, 임신부 낙태에 영아 살해까지”

북한으로 송환된 탈북자들은 북·중 국경 지역 북한 보위부 시설에 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탈북자들은 폭행과 강제 노동에 시달렸다고 증언했다. 특히 중국인 남성에게 인신매매된 여성 탈북자들이 임신한 경우 북한 당국은 강제 낙태를 하거나 갓 태어난 영아를 살해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한 탈북자는 “임신 8개월 여성의 배에 주사를 놓아 태아를 사산하게 했다. 출산 직후 영아를 숨지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증언했다. 한 여성 탈북자는 “자연 갈색 머리라는 이유로 ‘자본주의에 물들어 염색했다’며 머리채를 잡아 벽과 책상에 내리쳤다”고 말했다. “임산부나 미성년자를 가릴 것 없이 모두 ‘배신자’라며 구타를 당했다” “각목, 나무 몽둥이, 가죽 벨트 등으로 맞았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탈북민 북송을 결정한 중국 공안국장과 이를 집행한 변방대대장 등 개별 행위자들에 대해 국제형사법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장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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