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일 밤 11시 56분. 충남 서천군에서 “40대 여성이 운동을 나간 뒤 밤늦도록 귀가하지 않고 있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실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신고 접수 약 3시간 30분 만인 3일 새벽 3시 45분께 피해자 A(40대·여)씨는 집 근처 인도 주변 공터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 1시간 넘게 배회하며 먹잇감 물색… CCTV에 담긴 참혹한 그날
수사 결과 A씨는 실종 신고 전인 2일 오후 9시 45분께 서천군 서천읍 사곡리의 한 인도에서 30대 남성 B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이 확보한 현장 CCTV에는 범행 전후의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검은색 점퍼 모자를 눌러쓴 B씨는 범행 장소인 도로 옆 인도를 1시간 넘게 오가며 대상을 물색하듯 배회했다. A씨가 우산을 쓴 채 걸어오자 B씨가 말을 거는 듯하다가 뒤쫓아가며 화면에서 사라졌다. 약 10분 뒤 현장에는 A씨의 우산만이 덩그러니 도로 위에 남겨져 있었다. 사건이 발생한 길은 평소 A씨가 산책하러 오가던 곳이었다.
◇ “사기당해 화났다” 묻지마 살인… 살인 예비 정황도 드러나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흉기를 미리 소지한 채 범행 대상을 기다렸다. 범행 직후에도 도주하지 않고 한동안 주변을 맴돌다 현장을 벗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CCTV 분석을 토대로 이동 동선을 추적, 사건 다음 날인 3일 아침 서천군 주거지에서 B씨를 긴급체포했다.
B씨는 조사에서 범행을 시인했다. 그는 “사기를 당해 돈을 잃었고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범행이 사전에 준비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이어갔다.
경찰은 11일 그를 검찰에 송치했고, 이틀 뒤인 13일 충남경찰청은 신상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했다. 범인은 서천군 관내에서 장애인 도우미로 근무했던 34세 남성 이지현이었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이지현에게 살인 혐의뿐만 아니라 살인예비 혐의도 함께 적용해 28일 구속기소했다. CCTV 분석 결과, 그가 A씨를 살해하기 직전 다른 여성을 뒤쫓아가는 등 추가 범행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다.
◇ “심신미약 아니다”… 1·2심 모두 무기징역 선고
재판의 핵심 쟁점은 범행의 고의성과 피고인의 심신 상태였다. 7월 22일 1심에서 변호인 측은 이지현의 지적장애를 강조하며 “표현과 소통에 서툰 점이 있다”고 주장, 이를 양형에 참작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지현이 범행 도구인 흉기와 지문 유류 방지용 털장갑을 미리 준비한 점, 사건 전 “다 죽여버리겠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긴 점, 범행 장소를 사전 답사하며 대상을 물색한 점 등을 들어 “주도면밀한 계획범죄”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수사 과정에서 범행 경위를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범행 도구를 사전에 준비한 점을 볼 때, 지적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5년의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검찰과 피고인 양측의 항소로 이어진 2심에서도 결과는 똑같았다. 대전고법은 11월 7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유지했다. 다만, 검찰이 청구한 전자장치 부착 명령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재범 위험성 등의 요건 불충분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반복되는 비극...‘안전 사각지대’ 대책 마련 분주
서천군은 사건 직후 범죄 취약지구에 CCTV를 확충하고 LED 보안등을 설치하는 등 안전 인프라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피해 유가족과 지역 주민을 위한 심리 지원 프로그램도 가동했다.
정부 차원의 대응도 이어졌다. 법무부는 9월 매년 40건 이상 발생하는 ‘이상동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보호관찰 대상자 중 잠재적 고위험군을 선별하여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이상동기 범죄는 2023년 46건, 2024년 42건으로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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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AX콘텐츠랩 기자 newsuye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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