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한 분노 작전’ 보고받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자택에 마련된 임시 상황실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과 함께 이란 공습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뒤편에 걸려 있는 지도 하단에 ‘장대한 분노 작전’이라고 적혀 있다. 백악관 엑스 캡처 |
트럼프, 이란 국민 향해 “무기 내려놓고 정부를 장악하라” 메시지
혁명수비대에 저항 명분만 제공…새 정권 만들 정치 세력도 부족
출구전략 늦어져 ‘이라크 수렁’ 재연 땐 미 본토까지 영향력 우려
이란 정권 교체라는 ‘도박’을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규모 군사작전을 통해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하메네이 제거가 곧 정권 교체(레짐 체인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작전은 장기적인 분쟁의 시작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 개시와 함께 소셜미디어에 게재한 영상에서 “이란의 핵무기를 막고 미사일 산업과 해군을 완전히 궤멸시킬 것이며 이란 대리세력이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군대, 경찰은 모두 무기를 내려놓으라. 이란 국민은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함으로써 정권 교체가 주요 목적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과거에도 중동에서 여러 차례 정권 교체를 시도한 바 있으나, 중동 전체를 전쟁의 수렁으로 빠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2003년 미국은 대량살상무기(WMD)를 빌미로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몰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8년간의 전쟁을 벌이느라 엄청난 인적·물적 희생을 치러야 했다. 이후 중동은 극단주의 이슬람단체 ‘이슬람국가’(IS)의 준동으로 더 큰 혼란에 빠져들었다.
미 싱크탱크 외교협회(CFR)의 린다 로빈슨 선임연구원은 하메네이 제거가 곧 정권 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혁명수비대 자체가 곧 이란 정권”이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메네이의 ‘순교’는 혁명수비대 내 강경파에게 저항의 명분을 제공해 장기전으로 이어질 토양을 구축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미국이 인명 피해 가능성이 우려되는 지상군 투입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맥스 부트 CFR 선임연구원은 “폭탄과 미사일을 사용해 이란의 미사일·핵 프로그램 대부분과 해군 병력을 파괴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미·이스라엘의 폭격이 멈추는 순간 이란이 이러한 능력을 재건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면서 “정권 교체를 하려면 지상군 투입이 필요한데 트럼프는 그런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란은 47년 동안 혁명수비대의 엄격한 통제를 받아 구심점이 될 만한 정치세력이 부족하다. 이런 곳에 자금이나 군사력 지원 없이 “정부를 장악하라”는 말만으로 정권 교체를 기대하는 것 또한 과도한 희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디애틀랜틱은 “세상을 모든 것이 거래되는 놀이터로 보는 지도자(트럼프), 권력을 위해서라면 자국민의 파멸도 아랑곳하지 않는 신정주의자(하메네이)의 대결에서 9200만 이란 국민은 예측 불가능한 지정학적 드라마의 관객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디까지 관여할 의지가 있는지, 또 혁명수비대가 얼마큼 반격할 각오가 돼 있는지에 달려 있다. 로빈슨 선임연구원은 “(확전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시나리오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메네이 제거를 승리로 선언하고 핵 협상으로 복귀하는 것”이라며 “신속한 출구전략을 모색하지 않으면 혁명수비대와 대리세력이 역내 미군기지에 다양한 형태의 공격을 감행할 것이고 그 영향은 미국 본토까지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란은 중동에서 가장 크고 다양한 규모의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이스라엘과 전쟁을 치르면서 탄도미사일을 상당수 소진했지만, 여전히 2000기 이상을 가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내다봤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방부 중동 담당 차관보를 지낸 대니얼 셔피로도 이란이 “원한다면 이스라엘에 수백 발의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방이 묘연한 이란의 농축 우라늄 역시 핵확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이란이 보유하고 있는 60% 농축 우라늄 400㎏의 정확한 위치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전략국제연구센터의 조지프 로저스 핵문제프로젝트 부소장은 “이번 작전으로 이란원자력기구가 붕괴하면 뿔뿔이 흩어진 이란 핵 과학자들이 핵무기에 관심 있는 국가나 (테러단체 같은) 비국가행위자에 (핵 정보·물질을 넘김으로써) 핵확산 위험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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