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재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달 12~13일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서 사법 3법 통과와 관련한 후속 대응 등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법원은 그간 해당 법안들이 사법체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 예상되는 만큼 충분한 공론화 및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수차례 국회에 냈다.
그러나 민주당 주도의 강행 처리가 끝내 현실화하자 사법행정 책임자인 박 처장은 지난달 27일 조 대법원장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박 처장은 입장문에서 “제가 물러나는 것이 국민과 사법부를 위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아 처장직을 내려놓게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처장이 지난달 16일 처장직에 임명된 지 42일 만이다. 그러나 이날 여권에선 “대법원장도 사퇴하라”는 압박이 이어졌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날 “모든 사법 불신의 원흉이자 책임자는 조희대 대법원장”이라며 “스스로 거취를 표명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법 3법 통과로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내 전체 대법관 26명 가운데 22명을 임명하게 된다. 법조계 안팎에선 대법원의 ‘보수·진보 경합’ 구도를 진보 우위로 바꿔 이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이런 입법독재 국가에서 판사를 계속하면 뭐하겠냐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다음번 인사에서 사직하고 변호사로 개업하는 것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견 법관은 “국회에서 행정처도 없애라고 하던데, 이참에 처장 이외에 다른 행정처 간부들도 다 사퇴하고 아예 사법행정 업무마비 상태로 가자”고 꼬집었다.
국회가 재판소원 도입에 따른 소송 절차 규정도 마련하지 않고 이 법을 공포한 날부터 바로 시행하도록 한 점 역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형사재판 업무를 기피하는 법관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법왜곡죄 시행이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도 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판사들이 정치·사회적 관심도가 높거나 논쟁의 여지가 있는 큰 형사사건은 앞으로 더욱더 서로 맡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결국 국민들의 기본권 보장과 멀어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윤지·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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