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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가처분 기각, 남은 건 이사회 신뢰다[김현아의 IT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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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 중단 리스크는 걷혔지만
거버넌스의 본게임은 지금부터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KT(030200) 차기 대표 선임을 둘러싼 법원의 판단은 반가운 소식이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이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대표 선임 절차를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이 한 고비를 넘었기 때문이다.

만약 소송이 인용돼 절차가 멈췄다면 KT는 또다시 경영 공백 장기화의 소용돌이에 빠졌을 가능성이 크다. 회사는 숨을 고를 시간을 벌었고, 새 대표 체제로 인사·조직 개편 등 후속 작업을 추진할 여지도 넓어졌다.

다만 이번 결정이 곧바로 KT 이사회에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 법원이 본 것은 “대표 선임 절차에 중대한 위법이 있었는가”라는 비교적 좁은 쟁점이다.

가처분 단계에서 절차를 멈출 만큼의 위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지, 이사회 운영 전반의 거버넌스 구조와 신뢰 문제까지 정리해 준 것은 아니다. 절차가 이어지게 됐다는 사실과, 이사회가 신뢰를 회복했다는 사실은 다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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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가처분 요건을 봤고, 시장은 신뢰의 축적을 본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비교적 명료했다. 결격 사유 논란이 제기된 조승아 전 사외이사가 대표 선임 과정에 관여했으므로 박윤영 신임 대표 후보 선임 절차가 위법이며 이사회 결의 효력을 정지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조 전 이사는 KT 사외이사 재직 이후 현대제철 사외이사를 겸임했고, 최대주주 지위 변동 등과 맞물려 상법상 사외이사 자격 유지에 충돌 소지가 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KT는 “최종 후보 3인 면접 과정에는 조 전 이사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고,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여 가처분을 기각했다.

결국 법원은 대표 선임의 핵심 절차를 가처분으로 멈출 정도의 위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는 경영의 연속성을 지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판단이 이사회를 둘러싼 구조적 비판까지 해소한 것은 아니다. 법적 판단은 최소 기준을 확인하는 작업이고, 거버넌스 신뢰는 그 최소 기준 위에서 반복적으로 쌓여야 한다.

이번 가처분이 던진 메시지는 단순하다. KT는 ‘대표 공백’이라는 즉시 위험에서는 한 발 물러섰지만, 이사회의 권한 행사 방식이 신뢰를 축적해 왔는지라는 질문은 더 크게 마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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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논란은 단일 사건이 아니라 신뢰 구조의 문제다

최근 KT 이사회는 단일 사건을 넘어 구조적 의심을 동시에 받고 있다. “이사회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비대해졌다”는 비판이 사내외에서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표 선임 가처분은 법원 판단으로 일단락됐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논쟁은 이사회 전반의 운영 방식으로 이어지며 시장의 시선을 붙잡고 있다.

첫째, 컴플라이언스위원회의 실질적 독립성 논란이다. 위원회가 독일 위성업체 리바다 관련 투자 알선 및 연이은 취업 청탁 의혹이 제기된 A이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이사회가 이를 안건으로 올리는 데 소극적이었다. 위원회 조사와 별개로 제3자(법무법인)에게 추가 조사를 의뢰한 점 역시 “내부 견제 장치가 실제로 작동하는가”라는 질문을 키운다.

핵심은 사내 감시기구의 문제 제기를 이사회가 어떤 기준과 절차로 다루는가다. 상정 기준, 추가 조사 결정의 근거, 비용 집행 원칙에 대한 설명이 빈약하면 신뢰는 급격히 흔들린다. 회사 비용이 특정 사외이사 개인의 방어 논리에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배임 논란까지 나오면서, 논란은 사안이 아니라 구조로 번지고 있다.

둘째, 감사위원회 ‘회계 전문가’ 공백 사태다.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사에 대한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와 감사위원 중 1명 이상의 회계·재무 전문가 필요 요건은 내부통제 신뢰의 최소선이다. 그런데 이사회가 기존 감사위이자 회계·재무 전문가로 분류되던 사외이사를 재선임하지 않으면서 공백 논란이 제기된 점은 가볍지 않다. 감사위원회는 회계 신뢰와 내부통제의 핵심 축이기 때문이다.

이사회가 뒤늦게 재무·회계 전문가 선임을 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건 다행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왜 이런 논란이 생겼는지, 어떤 검토를 거쳤는지, 같은 공백이 재발하지 않도록 어떤 장치를 둘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다. 이사회가 기본 요건 관리에서 허점을 드러낸 만큼 신뢰 훼손이 불가피하다.

셋째, 국민연금이 문제를 제기한 사외 이사들의 재선임 이슈다. 국민연금은 대표이사가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할 때 이사회 승인을 의무화한 내부 규정 개정에 찬성했던 사외이사들에 대해 재선임 반대 입장을 내부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연금은 해당 조항이 대표이사의 권한을 과도하게 제한해 주주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문제를 제기해 왔고, 관련 회의록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럼에도 관련 이사들이 그대로 활동하고 일부가 연임까지 앞두고 있다면, 이사회가 비판을 수용하고 수정할 의지가 있는가 의문은 커질 수밖에 없다. KT노동조합과 KT새노조가 이사회 전원 사퇴를 요구하는 배경도 이 지점에 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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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이후가 진짜 시험대다

이번 가처분 기각은 당면 리스크를 줄였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대표 선임 절차가 중단되지 않았고, 경영 공백 장기화 가능성도 낮아졌다. 그러나 법원이 해소한 것은 ‘절차를 멈추게 하는 위험’이다. ‘신뢰를 회복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사회가 이번 결정을 방패 삼아 자신을 둘러싼 각종 논란을 덮으려 한다면, 다음 분쟁은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이를 계기로 환골탈퇴하는 심정으로 스스로의 이권을 내려 놓는다면 KT는 오랜 지배구조 논란의 고리를 끊는 전환점을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 필요하다. 컴플라이언스 이슈는 상정·조사·비용 집행의 원칙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감사위원회 논란은 상법상 회계·재무 전문가 요건을 둘러싼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새롭게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제기한 쟁점은 주주권 침해 우려를 해소할 제도 보완과 함께, 이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책임지고 신뢰를 회복할지에 대한 분명한 행동, 이를 테면 해당 사외이사들의 거취를 포함해 답해야 한다.

법원은 가처분을 기각했다. 이제 시장은 이사회의 태도와 실행을 볼 것이다. 대표 교체 이슈가 마무리된 지금, 거버넌스의 평가는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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