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엥겔랍 광장에서 한 여성이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하면서 47년간 이어진 이란 신정체제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하메네이가 공식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고 사망하면서, 이란 후계 구도는 안갯속에 잠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국민이 조국을 되찾을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며 체제 전복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공고한 지배 체계를 갖춘 신정체제가 하루아침에 무너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강경파가 집권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1일(현지시간) 이란 정부는 하메네이의 사망을 공식 확인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수뇌부가 집결한 시설 세 곳을 집중 폭격한 데 따른 것으로, 혁명수비대(IRGC)의 모하마드 파크푸르 총사령관과 하메네이의 수석 안보고문이자 국가방위위원회 위원장인 알리 샴카니도 사망했다.
이란 정권은 신속히 최고지도자 권력을 대행할 임시 지도자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란 헌법 111조에 따른 것으로,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골람호세인 모흐세니 에제이 사법부 수장, 헌법수호위원회 이슬람법 전문가 1인 등 3명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이란 국정운영의 키는 실권자인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이 쥘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하메네이가 라리자니 사무총장에게 국가 운영 전권을 넘겼으며, 그가 페제시키안 대통령을 제치고 미국과의 핵 협상, 미국 공격에 대비한 전시 비상 계획을 수립하며 안보·외교·정치를 총괄하고 있다고 전했다. 라리자니 사무총장은 미국과 핵 협상을 막후에서 조종했으며, 지난 1월 이란 반정부시위 유혈진압을 주도했다.
라리자니 사무총장은 미국·이스라엘의 공습 후 “우리는 시온주의 범죄자들(이스라엘)과 비열한 미국인들이 이번 일을 후회하도록 만들 것”이라며 “용맹한 군인들과 위대한 나라 이란은 지옥에 갈 국제적 폭군들에게 잊을 수 없는 교훈을 가르쳐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이 지난해 8월13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나비 베리 레바논 국회의장과 회담한 뒤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이런 가운데 이란 지도부는 정권 안정을 과시하기 위해 차기 최고지도자 선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란 헌법에 따라 시아파 성직자 88명으로 구성된 전문가위원회가 차기 최고지도자를 선출하게 된다.
NYT는 하메네이가 지난해 6월 ‘12일 전쟁’ 당시 자신의 후계자로 모흐세니 에제이 사법부 수장, 하메네이의 비서실장 알리 아스가르 헤자지, 초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손자 하산 호메이니 등 3명을 지명했다고 보도했다. 이중 헤자지 비서실장은 미·이스라엘 공습으로 숨졌다.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도 유력 후보로 거론되지만, 군주제를 무너뜨리고 탄생한 이슬람공화국에서 권력세습은 금기시되기에 정권 내부의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신정체제 전복을 노리지만, 전문가들은 이란 신정체제는 최고지도자 개인의 죽음에도 견딜 수 있도록 촘촘하게 설계돼 있다고 지적한다. 바샤르 알아사드 전 대통령 축출 후 정권이 붕괴된 시리아의 사례와 달리 이란은 정권의 미래가 한 개인에 달려 있지 않다는 것이다.
사남 바킬 채텀하우스 중동·북아프리카 책임자는 “이란은 지도부와 지휘 체계 일부가 약화되더라도 재건해온 경험이 있다”며 “미·이스라엘의 첫 공격 후 4시간 만에 대응 공격이 이뤄졌다는 것은 이란이 비상사태에 대비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최고지도자의 죽음으로 오히려 군부 내 강경파가 집권할 가능성도 있다. 브론웬 매덕스 채텀하우스 소장은 “혁명수비대는 경제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군산복합체에 가까우며, 그들 중 한 명이 결국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하메네이 사망 시 혁명수비대 출신이나 다른 파벌의 강경파 인사가 집권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만약 혁명수비대나 군부 내에서 분열이 발생한다면 다른 정치적 경로가 열릴 가능성도 있으나, 현재로서는 그런 조짐은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이번 공격으로 내부 결속이 공고해질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국민들을 향해 “권력을 장악하라”고 정권 전복을 촉구했지만, 현 체제를 대체할 세력도 마땅치 않다. 이란 야권은 분열돼 있으며, 반정부 시위의 구심점을 할 지도자도 없는 상황이다.
한편 이란 시민들은 하메네이의 사망 사실이 알려지자 거리로 쏟아져나와 환호하며 기뻐하기도 했다.
☞ [시스루피플] 전쟁 나면 누가 이란 이끄나···유혈진압 설계자·핵협상 지휘자 라리자니
https://www.khan.co.kr/article/202602231615001
☞ “하메네이 제거가 곧 이란 정권교체 아냐, 장기적 분쟁 시작”···이란 사태 확산 촉각
https://www.khan.co.kr/article/202603011310001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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