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일본 도쿄 시부야 유로스페이스 영화관에서 만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함께 하트 모양을 만들어보이고 있다./한국예술영화관협회 |
30년 인연을 맺어온 한국과 일본의 감독이 만났다. 한 명은 작년에 데뷔한 신인감독이고, 다른 한 명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거장이다. 연출 경력 차이가 현격한데도 “불러주셔서 영광”이라며 인사한 쪽은 거장이었다. 초청한 신인감독은 김동호(89)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찾아온 거장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었다.
지난달 28일 오후 일본 도쿄 시부야의 유로스페이스 영화관에서 열린 ‘한일영화관의 여행’ 행사에서 김 전 위원장과 고레에다 감독은 환한 웃음으로 서로를 맞았다. 두 사람의 대담은 한일 독립영화와 예술영화관의 가치를 조명하는 영화제인 ‘커뮤니티시네마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열렸다. 김 전 위원장이 전 세계 극장 30여곳과 영화인 100여명을 만나 촬영한 다큐멘터리 ‘미스터김, 영화관에 가다’ 상영 이후 관객 앞에 나선 두 사람은 145석 상영관을 꽉 채운 일본 관객들의 열렬한 환대를 받았다.
고레에다 감독은 약 30분간 진행된 대담에서 “영화계 대부이신 김 위원장님 밑에서 자란 영화인은 일본뿐 아니라 세계에 걸쳐 많이 있고, 저도 그중 한 명”이라며 “그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한다는 의미에서 오늘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님의 연출 데뷔작인 ‘미스터 김’에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물론이고 영화와 영화관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고민이 차근차근 들어 있어 참 좋았다”고도 했다.
지난달 28일 일본 도쿄 시부야 유로스페이스 영화관에서 만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다정하게 기념사진을 찍었다./한국예술영화관협회 |
고레에다 감독은 1996년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 때 김 위원장의 초청으로 데뷔작인 ‘환상의 빛’을 선보였다. 국내에 고레에다 감독을 널리 알린 결정적인 계기였다. 당시 상영회 때 영사 사고로 필름이 불타는 소동이 벌어졌는데도 관객들은 자리를 지키고 응원의 박수까지 쳤다. 고레에다 감독은 그때의 감동을 여러 차례 인터뷰에서 되풀이 회상하며 감사를 전했다. 김 위원장에게는 “북극까지라도 위원장님이 부르시면 가겠다”고 약속했다. 거장의 의리는 바쁜 일정에도 굳건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올여름 국내 개봉하는 신작 ‘상자 속의 양’, 배우 에디 레드메인과 공동 작업하는 또 다른 신작 등으로 바쁜 중에도 이날 대담에 기꺼이 참석했다. 그는 ‘미스터김’ 영화에 출연도 했다. 영화에서 고레에다 감독은 “제 영화의 DNA는 모두 작은 영화관에서 본 것에서 나왔다”며 “영화관은 제가 유일하게 잘 다녔던 학교”라고 말한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대담에서 “일본의 작은 영화관들은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관객을 유지하는 걸 영화를 찍으면서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한국 영화관도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운영 방안을 함께 고민하며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예술영화관협회(KACA)와 일본 커뮤니티시네마센터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페스티벌은 12일까지 이어진다. 영화 ‘해피엔드’로 국내에서도 사랑받은 네오 소라 감독, 영화 ‘장손’으로 주목받은 오정민 감독도 참석한다. 양국의 동시대 감수성을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한일 대표작도 상영된다. 한국 영화로는 ‘성적표의 김민영’과 ‘절해고도’ 등이, 일본 영화로는 미야케 쇼 감독의 ‘플레이백’ 등이 선정됐다.
한일 극장의 생존 전략을 논의하는 ‘예술영화와 예술영화관의 현재’ 토크도 열린다. 행사에는 최낙용 KACA 회장, 김상민 에무시네마 대표, 최현준 인천 미림극장 대표, 이한재 라이카시네마 대표, 하효선 시네아트 리좀 대표 등 KACA 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주희 KACA 부회장은 “두 나라의 거리가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 앞에서는 얼마든지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이번 행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영화 현장에서 양국의 단단한 연대가 계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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