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1일 제107주년 3·1절 기념사에서 격변하는 국제 정세 속 한일 협력의 필요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실용외교를 통해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오늘날 세계는 또다시 격변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2차 세계대전 이후 80여년간 확립됐던 국제 규범이 힘의 논리에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이란 공격 등 최근 국제 안보 상황을 직접 언급하면서 전후 질서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를 공개석상에서 드러낸 것이다.
이 대통령은 “힘을 앞세워 다른 나라를 수탈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감하고 함께 연대하며 어우러져 살아가는 평화로운 세상을 선열들은 꿈꿨다”며 “다시 민주주의와 평화가 위협받는 위기의 시대에 우리 모두가 3·1혁명의 정신을 깊이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같은 대외 환경을 한일 협력 강화의 근거로 직접 연결했다. 그는 “엄혹한 국제 정세를 마주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한일 양국이 현실에 대응하고 미래를 함께 열어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하며 미국의 관세 정책 등으로 통상 압력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양국 간 협력의 중요성을 우회적으로 부각했다. 최근 일본 고위 각료들의 독도 관련 도발 발언이 잇따른 상황에서도 미래지향적 관계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일본과의 셔틀외교 지속 의지도 거듭 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도 일본과 셔틀외교를 지속하며 양국 국민이 관계 발전의 효과를 더욱 체감하고 새로운 기회를 열어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이 진정한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사이좋은 새 세상을 열기 위해 일본 정부도 계속 호응해 주길 기대한다”며 일본 측 화답을 요청했다. 그는 또 “국민주권정부는 실용외교를 통해 과거를 직시하며 현재의 과제를 함께 풀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전했다.
한중일 3국 협력에 대한 구상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을 인용하며 “한중일 3국 간 협력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초부터 중국과 일본을 연이어 방문해 3국이 공통의 접점을 찾아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고 소개하며 “격변의 시대를 슬기롭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동북아의 화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북미 대화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며 “페이스메이커로서 북미 간 대화가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미국은 물론 주변국과 소통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노동당 9차 대회에서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상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해온 것처럼 한반도 평화와 남북 간 신뢰 회복을 위해 필요한 일들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우리 정부는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며 일체의 적대행위도, 흡수통일 추구도 하지 않겠다”며 대북 원칙도 재확인했다. 지난해 발생한 무인기 침투 사건에 대해서는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심대한 사안”으로 규정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약속했다.
독립유공자 예우 강화 방침도 이날 기념사에 담겼다. 이 대통령은 미서훈 독립유공자 발굴·포상 확대와 함께 효창공원 일대를 국립효창독립공원으로 지정하고 백범 김구 선생 탄생 15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독립운동하면 삼대가 망한다’는 자조적인 말은 사라지고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이 존경받으며 공동체를 배반한 행위는 준엄하게 심판받는 상식이 통하는 공정한 나라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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