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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 제거가 곧 이란 정권교체 아냐, 장기적 분쟁 시작”···이란 사태 확산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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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이란 정권교체’라는 엄청난 도박을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규모 군사작전 개시 15시간 만에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를 사살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미 전문가들은 “하메네이 제거가 곧 정권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작전은 장기적인 분쟁의 시작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 개시와 함께 소셜미디어에 게재한 8분 길이의 영상에서 “이란의 핵무기를 막고, 미사일 산업과 해군을 완전히 궤멸시킬 것이며, 이란 대리세력이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란혁명수비대, 군대, 경찰은 모두 무기를 내려놓으라. 이란 국민은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함으로써 정권교체가 주요 목적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사실상 ‘신정체제’인 이슬람공화국을 무너뜨리고 친미 정권을 세우겠다는 뜻으로,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 공격이나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생포 같은 ‘핀셋 작전’과 전혀 다른 차원이다.

미국은 과거에도 중동에서 여러 차례 정권 교체를 시도한 바 있으나, 미국뿐 아니라 중동 전체를 전쟁의 수렁으로 빠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2003년 미국은 대량살상무기(WMD)를 빌미로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몰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끝내 WMD를 찾지 못했고, 8년간의 전쟁을 치르느라 엄청난 인적·물적 희생을 치러야 했다. 이후 중동은 극단주의 이슬람단체 ‘이슬람국가’(IS)의 준동으로 더 큰 혼란에 빠져들었다.

물론 미국이 이란에서 반드시 이라크의 전철을 밟으란 법은 없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치밀한 협동 공습으로 이란 지도부가 궤멸된 후 혁명수비대·군·경찰이 반정부 세력으로 전향하고, 시민 세력이 신속히 아야톨라 하메네이 체제를 대체할 정치 체제를 재건한다면 이란에 평화가 찾아올 수 있다.

J D 밴스 부통령이 전날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을 검토 중이지만, 그로 인해 미국이 장기전에 휘말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한 것도 하메네이 제거가 또 다른 봉기를 촉발할 것이란 계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2003년 이라크 전쟁이 끝난 뒤 바그다드 책임자로 임명됐던 바버라 보딘 전 미 대사가 말했던 것처럼, “잘못될 수 있는 길은 500가지이고 잘 되는 길은 두세 가지뿐인데,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건 그 500가지를 모두 다 겪게 될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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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공습에 사망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 AP연합뉴스


미 싱크탱크 외교협회(CFR)의 린다 로빈슨 선임연구원은 “하메네이 제거가 곧 정권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슬람혁명수비대 자체가 곧 이란 정권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하메네이의 ‘순교’는 혁명수비대 내 강경파에게 저항의 명분을 제공해 장기전으로 이어질 토양을 구축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앞서 아라시 레이시네자드 터프츠대 교수는 “하메네이가 미국에 사살될 경우 그의 유산은 저항의 결과로 재해석될 가능성이 크다”고 포린폴리시에 말한 바 있다. 하메네이 정권의 잔혹한 국민 탄압과 경제 침체 등 그동안의 모든 실패가 ‘순교를 통한 희생’이라는 서사로 탈바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정권 교체’를 원한다면서도 아직까지 이란에 지상군과 자원을 투입할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CFR의 맥스 부트 선임연구원은 “폭탄과 미사일을 사용해 이란의 미사일·핵 프로그램 대부분과 해군 병력을 파괴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이 멈추는 순간 이란이 이러한 능력을 재건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면서, “정권 교체를 하려면 지상군 투입이 필요한데 트럼프는 그런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47년 동안 혁명수비대의 엄격한 통제를 받아 구심점이 될만한 정치 세력이 부족한 이란 시민에게, 상당한 물자 지원과 군사력 제공 없이, “정부를 장악하라”는 말만으로 정권 교체를 기대하는 것 또한 과도한 희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디애틀랜틱은 “트럼프 대통령이 고도로 위험한 지정학적 문제를 ‘아마추어적인 확신’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면서 “세상을 모든 것이 거래되는 놀이터로 보는 지도자(트럼프)와 권력을 위해서라면 자국민의 파멸도 아랑곳하지 않는 신정주의자(하메네이)의 대결에서 9200만 이란 국민은 예측불가능한 지정학적 드라마의 관객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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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텔아비브를 강타한 이란 미사일. 로이터 연합뉴스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디까지 관여할 의지가 있는지, 또 혁명수비대가 얼마큼 반격할 각오가 돼 있는지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로빈슨 선임연구원은 “(확전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시나리오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메네이 제거’를 승리로 선언하고 핵 협상으로 복귀하는 것”이라며 “신속한 출구전략을 모색하지 않으면 혁명수비대와 대리세력이 역내 미군기지에 다양한 형태의 공격을 감행할 것이고, 그 영향은 미국 본토까지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란은 중동에서 가장 크고 다양한 미사일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이스라엘과 전쟁을 치르면서 탄도미사일을 상당수 소진했지만, 여전히 2000기 이상을 가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다봤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방부 중동 담당 차관보를 지낸 대니얼 샤피로도 이란이 “원한다면 며칠에 걸쳐 이스라엘에 수백 발의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상당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혁명수비대는 1일 하메네이의 사망을 발표하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해 “가혹하고 단호하며 후회하게 할 처벌을 내리겠다“고 보복을 천명했다. 다만 정권 구심점이 사라진 상황에서 혼란에 빠진 이란 고위층과 군 지도부가 제대로 된 지휘를 내리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혁명수비대의 통제력이 약화될 경우 이란이 사실상 내전 상황에 빠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종파·민족별로 갈린 여러 세력이 이합집산하면서 국지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고, 이러한 충돌이 중동 다른 지역으로 확산돼 역내 불안전성이 가중될 수 있다.

한편 행방이 묘연한 이란의 농축 우라늄 역시 새로운 유형의 핵확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이란이 보유하고 있는 60% 농축 우라늄 400㎏의 정확한 위치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의 조셉 로저스 핵문제프로젝트 부소장은 “이번 작전으로 이란원자력기구가 붕괴하면, 뿔뿔이 흩어진 이란 핵 과학자들이 핵무기에 관심 있는 국가나 (테러단체 같은) 비국가행위자에 (핵 정보·물질을 넘김으로써) 핵확산 위험을 가할 수 있다”며 “이는 관리하기 어려운 더 광범위하고 분산된 분쟁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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