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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치료제 놓고 체외충격파로 실비 청구…도수치료 막히자 ‘신종 비급여 사기’ 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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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조직형’…환자 모집, 사기 꾸미는 의원
막히면 다른 비급여 발굴…규제 비웃는 ‘풍선효과’
식별 불가한 AI 위조 등장…기존 검증 시스템 무력화
공·민영 칸막이 여전…실시간 정보교류시스템 절실
헤럴드경제

의료인·브로커·설계사가 역할을 나눠 환자를 모집하고 진료기록을 조작하는 ‘기업형 보험사기’가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제미나이를 이용해 제작함]



# 서울 강남의 한 의원은 2023년부터 “실비 보험 있으면 도수치료 1만원”이라는 파격적인 미끼 문자로 환자들을 끌어모았다. 실손의료보험 가입 여부만 확인되면 본인 부담금은 1만원에 맞추고 나머지는 모두 보험사에 청구하는 식이다. 실제로 1980년생 여성 가입자는 이 의원 등에서 발톱무좀(진균증) 치료 명목으로 무려 180회 넘게 치료를 받고, 보험사에 실손의료비 2600만원을 청구했다.
보건소의 계도가 이어지자 이 의원은 병원명을 숨기고 “강남역 0번 출구 인근”이라며 위치 정보만 흘리거나, SNS 팔로잉 목록에 자사 계정만 남기는 ‘우회 전략’ 광고를 이어가기도 했다. 다른 지역에선 SNS 설문을 통해 실손 가입 여부를 미리 파악한 뒤, 가입자에게만 개별적으로 접근하는 타깃 마케팅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최근 보험사기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사기의 주체가 개인 환자에서 병원 등 조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개인이 치료비를 부풀리거나 허위 청구를 시도하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는 병원이 실손보험을 수익 모델의 핵심으로 삼아 환자를 적극 모집하고, 진료 기록까지 설계해 주는 구조로 변모하고 있다. 사기의 규모가 커지고, 적발은 더 어려워지는 이유다.

미용 시술을 통증 치료로 ‘세탁’…병원이 설계한 기획 사기
금융당국에서도 이런 병원 주도의 보험사기 진화 양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과거에는 환자가 사고를 조작해 보험금을 타 내는 ‘생계형 사기’가 주류였다면, 이제는 병원이 수익 모델로 사기를 설계하고 환자를 끌어들이는 ‘기업형 범죄’가 대세다.

전국적으로 확산 중인 병원 주도 사기는 치밀한 3단계 공정을 거친다. 첫째는 ‘고가 비급여 유도’다. SNS를 통해 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이나 다이어트 시술을 권유한다. 둘째는 ‘서류 세탁’이다. 실손보험 보상이 안 되는 비만치료제 ‘마운자로’ 투여나 피부 미용 시술을 해놓고, 서류에는 보험금 청구가 쉬운 ‘체외충격파’ 등으로 허위로 기재한다. 셋째는 ‘청구 대행과 관리’다. 병원이 직접 허위 진료기록을 작성하고 환자가 보험금을 받는 과정까지 치밀하게 관리한다.

이런 기획 사기는 이미 전국에서 대규모 조직 형태로 적발되고 있다. 지난해 한 요양병원은 병원장과 상담실장이 환자의 보험 한도에 맞춰 허위 치료계획을 직접 설계했다. 환자 136명은 실제로는 피부미용 시술을 받았음에도 조작된 서류를 통해 72억원을 가로챘다. 부산에서도 의사, 약사, 손해사정사, 보험설계사가 공모해 미용시술을 도수치료로 둔갑시켜 33억원을 속여 뺏은 사건이 드러났다. 의료인부터 설계사까지 보험 생태계의 전문직이 총동원되는 구조다.

최근에는 비만치료제 열풍을 타고 고가의 살 빼는 주사를 맞은 뒤 통증 치료를 받은 것처럼 꾸미는 수법도 성행한다. 병원은 비싼 약값을 챙겨서 좋고, 환자는 공짜로 살을 빼서 좋다는 ‘사기의 공생’이 이뤄지는 현장이다.

이런 흐름은 통계로도 증명된다. 2024년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1조1502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는데, 이 중 58.2%가 ‘사고내용 조작’이다. 병원 발급 진료 기록과 영수증 자체를 조작하는 수법이 주류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도수치료 막히자 ‘신종 비급여’ 사냥…끊이지 않는 풍선효과
헤럴드경제

진화하는 보험사기 유형·수법



병원 주도 사기의 또 다른 축은 규제를 피해 새로운 비급여 항목을 찾아내는 이른바 ‘풍선효과’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그동안 과잉 진료가 성행했던 비급여 의료행위 중 ▷도수치료 ▷방사선온열치료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 등 3개 의료행위를 ‘관리급여’로 지정했다. 관리급여로 지정되면 해당 의료행위에 건강보험 재정이 지원되며, 의료기관은 정부가 고시하는 기준 가격에 따라 진료비를 받아야 한다.

이후 수가 하락과 관리 강화에 직면한 의료기관들은 새로운 비급여 항목으로 속속 이동하고 있다. 도수치료의 경우 관행 수가가 20~30만원에서 7만원 수준으로 떨어지자, 체외충격파나 신장분사치료 등 다른 법정비급여 항목을 발굴해 실손보험 한도에 맞춰 수가를 책정하는 양상이다. 신장분사치료는 영하 78도의 극저온 액화 이산화탄소를 고압 분사하는 비침습적 치료법으로, 기존에 수천원 수준이던 것을 수십배 부풀려 청구하는 사례까지 확인되고 있다.

암 환자에게 시행하던 고주파 온열치료도 마찬가지다. 요양병원 등을 중심으로 회당 25만원 수준의 비급여 청구가 이뤄졌는데, 이 역시 관리가 강화되자 최근에는 ‘무통증 신호요법’ 활용이 급증하고 있다. 이 요법은 피부에 전극을 부착해 인공적인 무통증 신호를 뇌로 전달, 통증 인식을 차단하는 신경행동 인지치료다. 결국 규제를 강화해도 의료기관이 새 비급여를 찾아내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실손보험이 의원의 수익 파이프라인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진료 서류 위변조라는 신종 수법까지 등장했다. A 보험사에서는 두 자녀의 어머니가 실제 내원한 자녀 한 명의 기록을 AI로 변조해, 내원하지 않은 자녀의 의무기록까지 만들어낸 사례가 적발됐다. 변조된 기록은 진단서·세부내역서·영수증 등 개별 서류상으로는 특이사항을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했다. 동일 병원 전체 데이터를 교차검증하는 과정에서 고유식별번호의 이상이 포착돼 비로소 적발됐다.

현재 보험사들의 서류 검증 시스템은 제출된 서류만으로 확인하는 구조여서, AI로 정교하게 수정된 서류는 사실상 걸러내기 어렵다는 게 보험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병원에서 의무기록을 조작해버리면 검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보가 없으면 물증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사후 검증 대응의 한계…장벽 허무는 데이터 통합 필요
이렇듯 병원 주도의 실손 사기, 규제 회피형 비급여 발굴, AI 서류 위조라는 세 갈래 수법이 동시에 진화하면서 서류 기반 사후 검증만으로는 대응에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영보험 관계기관과의 데이터 연계를 통해 실시간 교차검증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비급여 치료 내역은 건강보험으로는 파악되지 않고, 민영 실손보험 청구에서만 드러나기 때문에 공·민영 간 정보가 합쳐져야만 과잉진료와 허위청구를 잡아낼 수 있다.

변혜원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민영 보험사기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런 시스템을 통해 보험사기 적발 후 처리결과와 관련 통계 집적·관리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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