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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세 김석훈 “체력 예전과 달라”…노화만의 문제 아니었다 [노화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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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 줄기세포가 생존을 우선하도록 변화한다는 UCLA 연구
동아일보

배우 김석훈이 SBS 지식·건강 예능 ‘세 개의 시선’에서 노화에 대한 솔직한 불안을 털어놓았다. SBS 제공


53세 배우 김석훈이 최근 방송에서 “체력이 예전과 달라졌다”고 털어놓으며 신체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이가 들수록 운동 뒤 피로가 오래가고, 예전 같으면 금세 풀리던 근육통이 며칠씩 이어지는 경험은 많은 중장년층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변화다.

대부분은 이를 단순한 노화로 받아들인다. 체력이 떨어지고 몸의 기능이 점점 약해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인식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이런 변화가 단순히 몸이 ‘망가져서’ 나타나는 현상만은 아닐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미국 UCLA 연구진은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연구에서, 나이가 들수록 근육을 회복시키는 줄기세포가 빠르게 손상을 복구하기보다 오래 살아남는 방향으로 작동 방식을 바꾼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생쥐 모델 실험에서 진행됐다.

● 근육이 약해진 게 아니라 ‘속도를 늦춘’ 것이었다

근육에는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는 ‘근육 줄기세포’가 존재한다. 운동이나 부상 이후 근육이 회복되는 과정은 이 세포들이 활성화되면서 시작된다.

연구진이 젊은 쥐와 노령 쥐의 근육 줄기세포를 비교한 결과, 나이가 든 개체에서는 NDRG1이라는 단백질 양이 약 3.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백질은 세포가 즉시 활동을 시작하지 않도록 신호를 억제하는 일종의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그 결과 근육 재생 속도는 느려지지만, 세포는 스트레스 환경에서도 더 오래 생존할 수 있게 된다.

겉으로 보면 회복 능력이 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세포가 쉽게 소모되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상태라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시간이 지나면서 빠르게 재생 능력을 발휘하지만 쉽게 소모되는 세포보다, 재생 능력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스트레스 환경에서 오래 버티는 세포가 상대적으로 남게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쉽게 말해 일을 가장 잘하던 세포보다, 가장 오래 살아남는 세포들이 남게 되는 일종의 ‘적자생존’ 결과라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를 ‘세포 생존 편향(cellular survivorship bias)’이라고 부른다.

● 회복을 빠르게 만들자 오히려 문제가 생겼다

연구팀은 NDRG1의 작용을 억제해 노령 쥐의 근육 줄기세포를 다시 빠르게 활성화시켰다.
결과는 즉각적이었다. 근육 회복 속도는 젊은 개체와 비슷한 수준으로 빨라졌다.

하지만 장기 관찰에서는 예상치 못한 문제가 나타났다. 줄기세포 생존률이 낮아지면서 반복적인 손상 이후 근육 재생 능력이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빠른 회복을 가능하게 한 대신, 회복에 필요한 세포가 더 빨리 소진됐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빠른 회복 능력과 장기적인 신체 유지 사이에는 피할 수 없는 균형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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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후 종아리 근육 통증을 느끼며 스트레칭하는 중년 여성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 몸은 왜 나이가 들수록 일부러 느려질까

이 결과는 최근 노화 생물학에서 주목받는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세포 성장과 회복을 촉진하는 mTOR 신호 체계는 근육 생성과 재생에 핵심 역할을 한다. 그러나 다양한 동물 연구에서는 이 신호가 낮아질수록 스트레스 저항성이 높아지고 수명이 연장되는 경향이 반복적으로 확인돼 왔다.

간헐적 단식이나 열량 제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찰된다. 영양 공급이 줄어들면 몸은 성장보다 유지와 복구에 에너지를 쓰고, 손상된 세포를 정리하는 ‘자가포식’ 과정이 활성화된다.

즉 몸이 항상 빠르게 회복하는 상태가 장기적으로 가장 유리한 것은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느린 회복은 세포 자원을 아끼기 위한 적응 반응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생물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생명체가 제한된 에너지를 성장과 재생, 그리고 생존 유지 사이에서 나눠 사용한다는 ‘소마 이론(Disposable Soma Theory)’이 제시돼 왔다. 젊을 때는 빠른 회복과 성장에 에너지를 집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몸은 장기적인 유지 쪽으로 전략을 바꾼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변화가 근육 줄기세포 수준에서도 실제로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 몸살 뒤 근육통이 오래 간다고 꼭 더 늙은 건 아닐지도 모른다

물론 이번 연구는 생쥐의 근육 줄기세포를 대상으로 진행된 실험이어서 결과를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연구가 던지는 관점은 일상에서 느끼는 변화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만든다.

젊을 때는 감기 몸살을 앓은 뒤 나타나는 근육통이나 피로감이 하루 이틀이면 사라졌지만, 나이가 들수록 몸살 이후 근육의 뻐근함이 일주일 가까이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전 같으면 금방 회복됐을 통증이 오래 남으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고 느끼기 쉽다.

하지만 이번 실험 결과를 떠올려 보면, 회복 속도가 느려졌다는 사실이 반드시 더 빨리 늙고 있다는 의미만은 아닐 수도 있다. 세포가 빠른 재생보다 오래 버티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면, 당장은 회복이 더디게 느껴지더라도 몸의 자원을 아끼며 유지하려는 과정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하루 만에 거뜬히 회복하지 못한다고 해서 지나치게 낙담할 필요만은 없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몸은 지금, 속도를 조금 늦추는 대신 더 오래 버티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논문 출처
https://stemcell.ucla.edu/news/muscle-stem-cells-build-resilience-lose-regenerative-power-age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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