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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왜 이렇게까지…석탄발전소 살리려 ‘수은 배출 규제’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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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환경청, 배출 기준 2012년 수준 후퇴
석탄발전기업 ‘정화장치 비용’ 절감 목적
“전력원가 낮춰 국민 생활비 줄인다” 주장
트럼프 대통령 ‘깨끗한 석탄’ 철학 반영
과학·시민단체 강력 반발…“건강 악영향”
경향신문

미국 켄터키주에 있는 밀 크리크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지난달 말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석탄발전소의 수은 배출 기준치를 완화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AFP연합뉴스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석탄화력발전 기업을 살리겠다며 환경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나섰다. 석탄발전소 굴뚝에서 나오는 수은 배출 기준을 10여 년 수준으로 후퇴시킨 것이다. 석탄발전 기업이 치러야 할 환경 보전 비용을 깎아주려는 의도다.

이번 조치에는 공개 석상에서 ‘아름답고 깨끗한 석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철학이 녹아있다. 현지 과학·시민단체들은 국민 건강을 외면하는 조치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수은 배출 3배 넘게 허용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지난달 말 발표한 공식 자료를 통해 ‘수은·유해대기물질 배출 기준(MATS)’이라는 정책을 크게 수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MATS는 석탄화력발전소 굴뚝에서 나오는 오염물질, 특히 수은을 규제한다.

석탄은 수천만 년 이상 걸리는 생성 과정 동안 땅이 머금은 수은을 흡수한다. 이런 석탄을 가만히 놔두면 별문제가 없다. 하지만 불을 붙여 태우면 대기 중에 수은 기체를 발산한다. 현재 MATS는 2024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만들어진 기준으로 수은 배출을 엄격히 규제한다. 그런데 이를 2012년 적용됐던 느슨한 배출 기준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이 이번 EPA 조치의 핵심이다.

구체적인 수치를 들여다보면 완화 폭은 크게 체감된다. 배출 기준이 1.2파운드(544g)/TBtu에서 4.0파운드(1800g)/TBtu로 바뀐다. 1TBtu는 대략 석탄 4만t에서 나오는 열량이다. 이 정도 석탄을 태울 때 나오는 수은을 현 규정에서는 544g에서 틀어막아야 한다. 그런데 앞으로는 3배 이상 많은 1800g까지 내보내도 정부가 건드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리 젤딘 EPA 청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성장과 국민 건강, 환경 보호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며 “어느 한 가지만 선택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수은은 만만한 물질이 아니다. 석탄발전소에서 나온 수은은 공중을 떠다니다가 지구 중력에 이끌리거나 비에 녹아 낙하한다. 강과 바다, 토지에 스며드는 것이다. 그 뒤에는 먹이사슬을 타고 음식물에 녹아 사람 식탁까지 올라간다. 수은에 만성 중독되면 발음 장애, 정서 불안, 기억력 소실 등이 일어난다. 태아가 다량 노출되면 인지 발달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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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소 중인 석탄. 석탄 내부의 수은이 기체로 바뀌어 대기로 방출된다. 위키피디아 제공


현지 시민사회 강력 반발


EPA가 수은이 가진 위험성에도 이번 규제 완화를 추진한 이유는 뭘까. 석탄발전 업계를 경제적으로 돕기 위해서다. EPA는 공식 자료에서 “2028년부터 2037년까지 (석탄발전 기업들이) 6억7000만달러(약 9500억원)를 절감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PA가 언급한 액수 대부분은 수은 등 오염물질을 감시·정화하는 기기를 사기 위해 석탄발전 기업들이 쓰는 비용이다. 환경 기준이 느슨해지면 자연히 이 비용은 줄어든다. 이를 통해 석탄발전 기업의 전기 생산 원가가 낮아지면 소비자가 내야 할 전기료도 낮아질 것이라는 게 EPA 논리다.

EPA는 공식 자료에서 “(전기료가 낮아지면) 미국 가정은 생활비를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자국민을 위해 이번 조치를 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미국 사회에서는 즉각 성토가 터져 나왔다. 미국 과학자와 일반인 등 50만명이 가입한 유력 시민단체 ‘참여 과학자 모임(UCS)’은 “트럼프 행정부가 과학과 법을 저버리고 오염 유발자들에게 면죄부를 내줬다”며 “수은을 배출할 공간을 활짝 연 셈”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현지 시민단체 ‘천연자원보호위원회(NRDC)’는 “깨끗한 공기를 마실 권리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했고, ‘어스 저스티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석탄 산업에 혜택을 주기 위해 어린이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하지만 이런 반발에도 EPA 조치가 쉽게 철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석탄 산업 진흥은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트럼프 대통령 철학과 맞닿아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서 “아름답고 깨끗한 석탄”이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사용한다. 이 때문에 향후 수은 배출 확대가 가져올 결과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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