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성전기 홈페이지 캡쳐] |
[서울경제TV=김혜영기자] 인공지능(AI) 산업의 주도권이 반도체 설계를 넘어 하드웨어 인프라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칩의 연산 속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지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기판과 수동부품이 전체 시스템의 성능을 결정짓는 하드웨어 병목 현상이 핵심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과거 스마트폰 부품사로 분류됐던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AI 인프라의 핵심 공급망으로 재평가받으며, 올해 나란히 영업이익 ‘1조 클럽’ 진입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전기CI.[사진=삼성전기] |
◇ AI 서버의 ‘심장’과 ‘혈관’…삼성·LG, AI 인프라 핵심 파트너
AI 슈퍼사이클의 2막은 단순한 수요 확장이 아니다. 고성능 AI 칩이 폭증한 연산량과 전력 소모를 감당하는 과정에서, 기판과 수동부품이 시스템 성능을 좌우하는 ‘하드웨어 첨병’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제 칩의 속도만으로는 경쟁력이 완성되지 않는다. 전력 안정성과 열 관리 능력이 곧 AI 인프라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미래 AI 인프라의 승부처를 열관리와 전력 효율에서 찾는다. AI 서버는 일반 서버보다 10배 이상의 연산 능력을 24시간 쏟아붓는다. 그만큼 발열과 전력 소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 과정에서 시스템 안정성을 유지하는 핵심 부품이 바로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와 FC-BGA(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 기판이다.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FC-BGA 역시 AI 칩 대형화에 따라 면적과 층수가 확대되며 부가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칩 미세화가 물리적 한계에 다다를수록 이를 감싸고 연결하는 기판 완성도가 시스템 전체 성능을 좌우하는 구조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발 수요가 크게 늘어나며 반도체가 그리고 있는 상승 궤적을 부품주들이 후행하며 따라가고 있다”며 “올해는 국내 부품사들이 단순 제조사를 넘어 AI 인프라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이노텍 CI. [사진=LG이노텍] |
◇ "가동률 100% 육박"…무라타발 ‘가격 인상’ 호재까지
현장의 열기는 숫자로 증명된다. 과거 70~80% 수준이던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공장 가동률은 이미 100% ‘풀캐파(Full Capacity)’를 향해 치닫고 있다. 삼성전기 장덕현 사장은 최근 “주요 라인이 하반기부터 풀가동될 것”이라며 증설 가능성을 시사했고, LG이노텍 역시 반도체 기판 가동률이 이미 90%를 넘어섰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의 2026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약 26% 늘어난 1조 1,400억 원으로 2022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며 “전장과 산업용 비중 확대가 판가 인하 압력을 상쇄하며 믹스 개선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이 CES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선보이고 피지컬AI 시대를 선언했다.[사진=현대차] |
◇ 다음 격전지는 ‘피지컬 AI’와 ‘유리기판’
부품 업계가 주목하는 다음 승부처는 ‘피지컬 AI(Physical AI)’다. 챗봇 같은 소프트웨어를 넘어 로봇이나 자율주행차처럼 물리적 실체에 AI가 이식되는 단계다. 외부 환경의 극한 조건을 견뎌야 하는 로봇 부품은 IT 기기보다 훨씬 높은 신뢰성을 요구한다. 삼성전기는 전장용 MLCC 기술력을 로봇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LG이노텍은 자율주행의 ‘눈’인 라이다와 정밀 제어 액추에이터에서 독보적인 고지를 점하고 있다.
기존 기판의 한계를 돌파할 ‘유리기판’ 전쟁도 본격화됐다. 유리기판은 열에 강하고 평탄도가 높아 데이터 처리 속도는 40% 높이고 소비 전력은 30% 줄일 수 있는 꿈의 소재로 불린다. 삼성전기는 ‘패스트 무버’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2026년 양산 준비를 마치고 2027년 본격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이노텍은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구미 공장에 시범 생산 라인을 세워 글로벌 빅테크와 시제품 개발에 매진하며 완성도로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유리기판은 인텔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차세대 패키징의 표준으로 점찍은 만큼,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공정 주도권 확보는 북미 칩 메이커들과의 공급망 결속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다만 장밋빛 전망 이면에는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유리기판과 고성능 FC-BGA는 기존 공정과는 차원이 다른 정밀도를 요구하는 만큼, 초기 양산 과정에서 안정적인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 비율)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가 수익성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또한, 글로벌 빅테크들의 요구에 맞춘 선제적 설비 투자(CAPEX) 규모가 조 단위에 달해, 단기적인 재무 부담과 감가상각비 증가를 상쇄할 만큼의 확실한 수주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hyk@sedaily.com
김혜영 기자 jjss123456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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