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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확고한 미군 신뢰, 그 뿌리는 어디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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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원 기자의 외교·안보 막전막후 <100회>]
베네수엘라 침공 이어 한달 만에 다시 이란 공격
군의 전문성과 사기 존중하는 미국 사회 분위기
게이츠 국방, 오바마 대통령 비판했다는 이유로
경질된 아프간 사령관 전역식 참석차 19시간 비행
국방부는 감찰 조사 끝에 관련 혐의 벗겨 주기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군은 어제(2월 28일) 이란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트럼프는 전쟁 개시 후, 백악관에서 USA라고 크게 쓰인 흰색 모자를 쓰고, “이란 정권은 지금 당장 무기를 내려놓으면 완전한 면책을 보장받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확실한 죽음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미국은 지난달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에 이어 제럴드 R 포드함까지 이란 근해에 파견, 군사적 행동을 예고했습니다.

이에 앞서 미군은 트럼프의 지시에 따라 지난 1월 베네수엘라를 침공, 마약 밀매 등과 관련 혐의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미국 본토로 압송했습니다. 당시에도 큰 파문이 일었는데 미국의 이란 공격에는 이스라엘이 참여하고 이슬람 국가들이 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커 보입니다.

트럼프의 군에 대한 신뢰 두터워

트럼프의 이란 공격 명령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와는 별개로 분명한 것이 있습니다. 트럼프가 미군의 상무(尙武) 정신과 준비 태세, 작전 능력에 대해 크게 신뢰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불과 한 달여 만에 정권을 회생 불가능한 상태로 몰고 갈 수 있는 공격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10대 시절 일반 학교 대신 뉴욕주에 위치한 군사학교 New York Military Academy를 다닌 그는 미군에 대한 존경심,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달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 무기 시스템을 무력화한 첨단 장비를 ‘디스컴버뷸레이터’라고 부르며 미군의 능력을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는 “(디스컴버뷸레이터가) 적의 장비를 무력화했다. 베네수엘라는 러시아산, 중국산 로켓을 갖고 있었지만 전혀 발사하지 못했다. 우리가 들어갔을 때 그들이 (작동) 버튼을 눌렀지만,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더 말하고 싶지만, 말하면 안 된다”고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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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전쟁 개시 후, USA라고 크게 쓰인 흰색 모자를 쓰고, “이란 정권은 지금 당장 무기를 내려놓으면 완전한 면책을 보장받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확실한 죽음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트루스소셜


게이츠 국방 장관의 급거 귀국

필자는 카투사로 군 생활을 하고, 워싱턴 특파원 시절 미 국방부를 취재하면서 왜 미군이 역대 대통령과 미국 시민의 신뢰를 받는지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종군 기자로 가서 왜 미군이 이렇게 강한지도 살펴봤습니다. 제가 내린 소결론은 미국 사회의 군인에 대한 존중과 군의 사기를 지켜주려는 분위기가 그 배경에 있다는 것입니다. 2010년에 경험한 이를 보여주는 사례를 소개합니다.

2010년 7월 워싱턴 특파원 시절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전용기에 동승해 그의 아시아 순방을 취재했습니다. 게이츠 장관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호텔을 떠나 귀로에 오른 것은 오전 5시 45분이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을 대신해 인도네시아 방문을 마친 후였습니다.

저를 포함해 동행 취재 중이던 기자들도 영문을 모른 채 졸린 눈을 비비면서 그의 전용기에 올라타야 했습니다. 게이츠의 전용기는 두 차례 공중급유를 받아가며 워싱턴 DC를 향해 19시간 비행했습니다. 그가 귀국을 서두르는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아마도 오바마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를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생겼다고 추측했습니다.

그의 전용기가 메릴랜드주의 앤드루스 공군 기지에 도착하기 직전에야 의문이 풀렸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릴 준비를 하던 취재진에게 연설문이 한 장 배포됐습니다. 그가 2시간 뒤 스탠리 매크리스털 전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의 전역식에서 낭독할 연설 원고였습니다. 그 순간, 경험해보지 못한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조선일보

2010년 7월 아시아 순방에 나선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18일(현지시각) 하와이의 히캄 공항에 도착해 영접을 받고 있다. 기관총을 멘 군인들이 뒤에 도열해 있다. 게이츠 장관은 한국에 이어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후, 워싱턴 DC로 돌아갔다./이하원 기자


백악관으로부터 ‘역적’ 취급받던 매크리스털

매크리스털은 한 달 전 잡지 ‘롤링 스톤’ 인터뷰에서 오바마의 군 통수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이유로 경질된 군인이었습니다. 나중에 오해가 풀렸지만, 당시만 해도 매크리스털은 백악관으로부터 ‘역적’ 취급을 받고 있었습니다. 롤링 스톤의 보도에 따르면 매크리스털은 측근들에게 오바마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로서 준비가 안 된 것처럼 말했습니다. 또 조 바이든 부통령의 대테러 전략을 비판했습니다. 이 잡지는 사태가 확산되자 “매크리스털 사령관이 대(對) 아프간 정책 방향성에 대해 좌절하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이번 인터뷰는 이런 입장을 전달하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오바마는 매크리스털의 인터뷰를 ‘하극상’으로 판단했습니다. 단단히 화가 나 6월 23일 그를 백악관으로 소환 후, 30분간 면담 후 사표를 내도록 했습니다. 그 후, 백악관 로즈가든에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중요한 통치 행위를 강조할 때 활용하는 로즈가든의 기자회견에서 그는 매크리스털 교체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경질 사유에 대해선 “최근 보도된 기사에서 표출된 행동은 사령관이 준수해야 할 기준을 지키지 못한 것”이라며 “그것은 우리 민주주의 시스템의 핵심인 군에 대한 문민(文民) 통제를 훼손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 팀이 함께 일하는 데 필요한 신뢰를 무너뜨렸다”며 “우리 군의 강인함과 위대함은 군의 엄격한 행동 수칙이 군을 지휘하는 장성과 민간인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데서 비롯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시 오바마는 두 달 넘게 계속되던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태로 정치적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반전의 기회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조선일보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사령관이 2010년 2월 19일 카불 주재 ISAF(국제안보지원군) 사령부에서 조선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면서, 한국 PRT(지방재건팀)와 병력이 주둔하게 될 파르완 지역 인근을 가리키고 있다. 매크리스털 사령관은 4개월 뒤에 오바마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경질됐다가 이듬해 미 국방부 감사관실 조사로 관련 혐의를 벗었다./이하원 기자


아버지에 이어 한국 근무한 매크리스털

저는 2010년 2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종군기자로 현장을 취재했을 때 매크리스털을 인터뷰한 바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 겸 국제안보지원군(ISAF) 사령관은 당시 국제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었습니다. 타임과 뉴욕타임스 매거진을 비롯, 주요 시사주간지의 표지인물로 등장한 것도 여러 번입니다.

190㎝가량의 큰 키에 깡마른 체격의 그는 인터뷰 시작 전에 “81년부터 1년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근무했다”는 말로 한국에 친근감을 보였습니다. 그는 “지금은 캠프 보니파스로 이름이 바뀐 캠프 키티호크에서 생활했다”며 “당시 매우 긴장이 높았지만 매우 좋은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와 장인도 한국과 인연이 깊습니다. 6·25 당시 그의 아버지는 보병 중대장(대위)으로 장인은 탱크 소대장(중위)으로 참전했으며 각각 중장과 소장으로 은퇴했습니다. 매크리스털은 “웨스트포인트(육사) 재학시절 집에 갔다가 아버지와 장인이 참석한 모임을 계기로 아내와 결혼하게 됐다”며 웃었습니다. 그의 형인 스콧도 80년대 후반에 한국에서 군목(軍牧)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런 그가 사임하게 됐을 때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사를 썼었습니다.

경질당한 사령관에게 격식 갖춘 게이츠 장관

그런데, 그렇게 오바마의 눈 밖에 나고 역적 취급을 받는 그를 위해 게이츠는 워싱턴 포트 맥네어 연병장에서 열린 그의 전역식에 참석해 최고의 예우를 갖췄습니다. 그는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사람 중 매크리스털만큼 뛰어나고 중요한 인물은 없을 것”이라며 “그는 미국이 배출한 가장 특출한 군인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군은 예포를 발사했고, 정부 고위 인사들이 참석해 그의 34년 군 경력을 기렸습니다.

게이츠는 바쁜 해외 출장을 핑계로 그의 전역식에 참석하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게이츠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말 실수와 과장 보도가 겹쳐서 안타깝게 물러나는 매크리스털을 위로해서 군의 사기를 세워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백악관의 눈치를 보지 않은 채 국방장관으로서 독자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 눈에 띕니다.

대통령 결정 뒤집은 미 국방부

또, 한번 미군을 다시 보게 된 것은 2011년 한국에 귀국한 후입니다. 2011년 4월 미국 국방부는 오바마에 대한 하극상 혐의로 해임된 매크리스털이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미 국방부 감사관실은 매크리스털 과 그의 참모가 국방부 규칙을 위반했는지 여부와 관련, 잘못을 했다는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매크리스털과 그의 참모가 민간인 상관들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나, 논란이 된 모든 일이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또, “일부 부분에서는 보도된 것과 같은 언급을 했거나, 그런 말을 들었다는 목격자를 찾을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후 매크리스털은 백악관 자문위원이 돼 군인 가족지원 프로그램을 감독하는 3인 자문위원회를 이끌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대통령이 하극상을 이유로 사임시키면 권력기관이 모두 동원돼 문제된 사안과 관련 없는 별건의 죄목을 만들어서 매장시키는 것과는 달랐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황당한 계엄 소동 당시 ‘계엄버스에 30분간 탔다’는 이유만으로 징계하거나 경력을 단절시킨 것과도 대비됩니다.

정치적인 이유로 박해를 받아도 군의 명예와 전문성을 존중해 주는 것이 국가 안보를 떠받치는 기둥이라는 분위기가 미국 사회에 있는 듯 합니다. 그것이 여전히 미군을 세계 최강으로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하원 외교안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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