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11월 4일 테헤란 미국 대사관 인질극 발생 직후 장면. 이 사건은 양국 관계 파탄의 결정타가 됐다./미 육군 |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란 공습 수 시간 전인 27일 이란을 부당한 구금 후원국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루비오는 성명에서 “오늘 나는 이란을 부당한 구금(State Sponsor of Wrongful Detention) 후원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같은 지정의 계기로 1979년 테헤란 미 대사관 인질 억류 사건을 언급했다.
루비오는 “47년 전 이란 정권이 권력을 장악했을 때, 아야톨라 호메이니는 미국 대사관 직원들의 인질 억류를 지지해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이후 수십 년 동안 무고한 미국인들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국민들까지도 다른 국가에 대한 정치적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 잔혹하게 구금해 왔다”며 “이러한 가증스러운 관행은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과 의회의 법 제정으로 국무부는 이란을 부당한 구금 후원국으로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됐다”며 행정적 절차를 설명했다. 이어 “이란 정권은 인질 억류를 중단하고 부당하게 구금된 모든 미국인을 석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어떤 이유로도 미국인은 이란을 방문해서는 안된다. 현재 이란에 체류 중인 미국인들은 즉시 출국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타국에 취해온 조치 중에서 ‘부당한 구금 후원국’이라는 것은 처음이다. 미 연방상원 외교위원장인 짐 리시 상원의장은 “이란만큼 부당한 구금 후원국으로 지정하기에 이란만한 나라가 없다”며 “너무 많은 미국인들의 그들의 손아귀에서 고통을 받아왔다”고 했다.
1979년 대사관 인질 억류 사건을 적시한 미국의 이번 부당 구금 후원국 지정이 사실상 이란에 대한 전면 공습의 신호탄이었던 셈이다. 이 사건은 1979년 11월 일어났다. 그 해 4월 루홀라 호메이니가 이끄는 이슬람 세력이 친서방 팔레비 왕정을 축출하고 이슬람 공화국을 선포하며 양국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었다. 여기에 지미 카터 미 행정부가 이란 왕족들의 미국 정착을 허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분노한 과격파 대학생들이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에 난입해 공관원 등을 인질로 억류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 사건은 미국 외교사의 최대 굴욕으로도 기록된다. 1980년 4월 지미 카터 행정부는 정부 대사관에 억류되어 있는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직접 특수부대를 투입했다. 작전명은 독수리 발톱 작전(Operation Eagle Claw)이었다. 미국 국조 독수리의 이름을 작전명으로 삼을 정도로 자존심을 건 작전이었지만 결과는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당초 계획은 C-130 수송기로 작전 병력을 이란 중부 사막지대로 착륙시킨 뒤 이들을 헬기로 태워 테헤란 시내로 이동시켜 CIA(중앙정보국)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마련한 트럭으로 대사관에 진입해 인질을 구출한 뒤 공항으로 가서 탈출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작전은 수송기의 사막 착륙부터 난항을 겪기 시작하면서 어긋나기 시작했고 일거수 일투족이 이란 당국에 포착됐다. 수송기가 헬기가 충돌하는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인질구출은 실패했고 특수부대 등 작전 요원들만 희생됐다.
이 사건으로 인해 지미 카터 행정부의 지지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결국 444일동안 억류되었던 인질들은 로널드 레이건이 취임하던 1981년 1월 20일에야 풀려난다. 이 사건은 미국 현대 외교사의 최대 굴욕으로 기록됐다. 이 사건은 2013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영화 ‘아르고’가 작품상을 받으면서 다시 조명됐다.
영화는 당시 이란 대학생들의 미국 대사관 점령 당시 혼란을 틈타 도망친 대사관 직원들의 탈출기를 그렸다. 이들은 캐나다 대사관에 은신했는데, 이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말그대로 영화 같은 작전이 실행돼 성공한다는 내용이다. CIA 요원이 영화 촬영을 위한 현지 로케 일행으로 신분을 속여 테헤란에 들어온 뒤 영화 관계자들로 위장시켜 빠져나간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 같은 이야기는 30년 뒤 기밀문서 해제로 실제 작전이었음이 밝혀졌다. 아르고는 당시 이란 당국을 속이기 위해 CIA 등이 둘러댔던 엉터리 영화제목이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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