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카 원전 추가 공사비 정산 놓고 소송전
‘한지붕 두 공기업’ 내분에 원전 수주 저해
수출 창구 일원화·독립된 제3기구 용역 중
적극행정위 첫 적용… “상당 부분 합의”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4호기. 한국전력 제공 |
산업통상부가 한국 원전 수출을 담당하는 두 대표 공기업인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이 2009년 한국 최초의 원전 수출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추가 공사비 정산 문제를 두고 해외에서 중재 분쟁을 벌이는 것에 대해 국내로 옮길 것을 공식 권고했다. 과도한 소송 비용과 기간을 단축하고 원전 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집안싸움’은 내부에서 하라는 취지다.
산업부는 27일 제29차 적극행정위원회를 개최하고 한수원이 한전을 상대로 영국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신청한 중재를 대한상사중재원(KCAB)으로 이관할 것을 양 기관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단순히 중재기관을 바꾸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양 기관이 정기적으로 ‘협의체’를 열어 근본적인 합의안을 찾으라고 강조했다. 산업부의 권고안에 대해 한전과 한수원은 각 기관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자율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권고에 대해 양 기관 간에 상당 부분 합의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용 자체보다 중재 기간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며 “국내에서 진행하면 절차가 보다 신속해져 결과적으로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대한상사중재원으로 옮기면 값비싼 해외 로펌 비용과 중재 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
UAE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전경 - 바라카 원전 전경. 연합뉴스 |
앞서 한수원은 지난해 5월 UAE 바라카 원전 건설 과정에서 설계 변경 등에 따라 공기 지연이 발생하자 추가 공사비 10억 달러(약 1조 4000억원)를 한전에 청구했다. 이는 한수원이 2010년 5월 한전과 체결한 시운전과 운영지원시스템 구축 등 ‘운영지원용역(OSS) 계약’에 근거한 것이다. 22조 6000억원 규모 총 원전 4기 건설 과정에서 원전 1~3호기는 각각 2~3년 지연돼 2021년에야 1호기 상업운전을 시작했고, 마지막 4호기는 2024년 9월 상업운전을 시작했으나 정산 문제로 최종 준공이 이뤄지지 못했다.
한수원은 발주사인 UAE 정부와 사업 시행자인 한전 등의 귀책으로 공기 지연이 발생한 만큼 대규모 추가 비용을 한전이 정산해줘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한전은 ‘팀코리아’ 차원에서 UAE로부터 추가 비용을 받아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맞섰다. 양 기관 간 수차례 협의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한수원은 회사가 입을 손해에 대한 책임 회피 시 경영진의 배임 등 법적 책임을 우려해 OSS 계약에 근거해 LCIA에 소송을 냈고 한전도 맞소송을 냈다.
수주할 때만 해도 원전 수출 ‘원팀’이었던 모기업과 자회사 관계인 한전과 한수원이 추가 정산 문제를 놓고 해외에서 대형 로펌을 동원해 법적 다툼을 벌이자 비판 여론이 쏟아졌다. 2024년 10월 국정감사 당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양 기관의 계획된 소송비로만 368억 원이었고 소송이 장기화되면 비용은 더 늘 수밖에 없다. 소송 과정에서 영국계 로펌 등에 각종 자료가 제출돼 설계·운영 등 민감한 원전 기술 정보 유출은 물론 수주 경쟁력 저하도 우려됐다. 외국 입장에서는 내부 분쟁이 발생한 한국 원전 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다음 원전 협상에서 미국, 프랑스 등 경쟁국보다 불리해질 수 있다.
13일 UAE 바라카지역에 건설된 바라카원전의 모습. 2023.6.13 박지환기자 |
이 때문에 국감 당시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강하게 비판했고 원전 수출 창구 일원화, 독립된 제3기관 등 유사 분쟁 재발을 막기 위한 구조 개선 용역도 이르면 1분기 내 마무리해 정부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원전 수출은 그동안 모기업 한전이 전담해오다 2016년부터 한수원과 나눠 수주하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왜 초반에 해외 소송을 적극 막지 않고 이제 와서 국내 소송을 권고하는지 의문도 제기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제3조에는 공기업의 자율적 운영을 보장하고 있어 한수원에 소송 취하를 압박하면 직권남용 논란이 나올 수 있어 적극 개입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이날 적극행정위원회를 통해 권고 이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와 쟁점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해당 권고안을 의결했다. 위원회가 ‘국익과 합리적 재량 범위 내의 조치’라고 판단하면 정부의 권고가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고 수용한 기관장의 결정도 배임으로 보기 어렵다는 장치를 만든 것이다. 대형 공기업 간 분쟁 사안에 적용한 사실상 첫 사례다.
김창희 산업부 원전전략기획관은 “이번 산업부의 권고를 계기로 한전과 한수원이 그간의 갈등 관계에서 벗어나고, 국제사회와 해외 파트너로부터 신뢰받는 사업자로서 위상을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세종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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