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제프리 엡스타인의 소유지에서 촬영된 사진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한 여성이 함께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미국 법무부·로이터 연합뉴스 |
욕조에서 한 여성과 함께 찍힌 사진이 공개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 출석해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의 범죄를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전직 대통령이 의회의 소환에 응해 증언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27일(현지시간) 클린턴 전 대통령은 뉴욕주 채퍼쿠아 인근에서 열린 미 하원 감독위원회의 엡스타인 관련 비공개 조사에 출석했다. 그는 소환장을 받고 증언대에 섰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사전에 공개한 모두발언에서 “나는 엡스타인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며 “아무것도 보지 못했고, 잘못한 것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가 무슨 짓을 하는지 조금이라도 짐작했다면 그의 비행기에 타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08년 엡스타인이 유죄를 인정하며 사실이 드러났을 무렵에는 이미 교류를 오래전에 끊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엡스타인과 교류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범죄 연루 의혹은 부인한 것이다.
앞서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엡스타인 수사 문건에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엡스타인의 과거 연인이자 공범인 길레인 맥스웰 등과 함께 수영장이나 욕조에서 찍힌 사진이 포함됐다. 법무부는 해당 욕조 사진 속 여성 가운데 일부는 엡스타인의 성범죄 피해자라고 밝혔다.
‘엡스타인 문건’에 담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욕조에 한 여성과 함께 들어간 사진. AFP 연합뉴스 |
다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엡스타인 관련 범죄로 기소되거나 고발된 적은 없다.
전날에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같은 위원회에 출석했다. 그는 “엡스타인을 만난 기억이 없고, 그의 비행기를 타거나 사유지를 방문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화당 주도의 위원회가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관계에서 관심을 돌리기 위해 나를 소환했다”고 비판했다.
하원 감독위원회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전용기 탑승 이력과 과거 교류 기록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은 의혹 규명을 위한 정당한 조사라고 강조했지만, 민주당은 정치적 공세라고 반발하고 있다.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수감 중 2019년 사망했다. 이후 정·재계 인사들과의 교류 기록이 공개되면서 미국 정치권 전반으로 파장이 확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관련 질문에 “그가 소환된 것을 보는 게 좋지 않다”면서도 “민주당은 나를 훨씬 더 집요하게 공격했다”고 말했다.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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