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대통령 한 마디에 쏙 들어간 '빵플레이션'

댓글0
[주간유통]파리바게뜨, 뚜레쥬르 제품 가격인하
이재명 대통령이 발언 직후 가격 인하 결정
업계 "실적 악화에도 정권 압박에 가격 내려"


비즈워치

그래픽=비즈워치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

빵플레이션

지난해 식품업계에서 유행했던 말 중에 '빵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빵과 인플레이션을 조합한 합성어인데요. 무슨 뜻인지는 직관적으로 이해되죠. 빵값이 너무 오르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어릴 적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빵이 이렇게 비싸진 않았습니다. 빵집에 가면 웬만한 빵은 한 개에 1000원대였고요. 케이크도 1만~2만원대면 가족들이 함께 먹을 수 있는 큼지막한 걸 살 수 있었죠. 돌이켜보면 좋은 시절이었습니다.

비즈워치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지금은 '맨빵'에 가까운 소금빵도 한 개에 3000원이 훌쩍 넘습니다. 케이크는 저렴한 제품도 3만원대, 조금 공이 들었다 싶으면 5만원을 넘기 일쑤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물가도 오르는 게 자연스럽다지만, 다른 제품군에는 붙지 않는 '빵플레이션'이라는 표현이 생겼다는 건 소비자들도 빵값이 유독 많이 오른다고 느끼고 있다는 방증일 겁니다.

치솟는 빵값 탓에 여러 이슈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경제 유튜버 슈카월드가 소금빵을 저렴하게 판매하다가 논란이 불거진 게 대표적입니다. 그래도 당시엔 제빵업계의 편을 드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슈카월드가 실제 현장과 같은 구조가 아닌, 일회성 마케팅으로만 가능한 가격을 들고 나왔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이번엔 그때처럼 쉽게 넘어가기 힘든 상황입니다. 제빵업계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던 '원가'를 제대로 건드렸거든요. 빵의 원가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밀가루와 설탕 등의 가격이 내려갔는데도 빵 가격이 내리지 않는 데 대해 대통령이 직접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이게 되네?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설탕값은 내렸는데 설탕을 쓰는 상품은 가격을 그대로 유지해서 소비자는 혜택도 못 받고 공정위가 열심히 한 결과물을 업체들이 독식하게 하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간접적인 표현이지만 정확히 제빵업계와 제과업계를 타깃으로 한 발언이었습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도 같은 날 브리핑을 통해 "서민 경제의 근간을 위협하는 '빵플레이션'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밀가루와 설탕 가격을 조직적으로 담합해 온 기업들의 폭리가 국민 장바구니 물가 폭등의 주범이었음이 확인됐다"고 지원 사격에 나섰습니다.

비즈워치

빵 소비자가격 물가 지수 추이/그래픽=비즈워치


국정 지지율 64%의 대통령이 꺼낸 한 마디는 무거웠습니다. 이틀 만인 26일. 대표적인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가 빵과 케이크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단팥빵과 소보루빵 등은 100원 안팎 내리고 케이크는 1만원이나 내리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인건비와 기타 등등 다양한 이유로 가격을 올려야만 한다고 했던 것에 비하면 너무나 빠른 항복이었죠.

그와중에 꼼수 아닌 꼼수도 보였습니다. 양 사는 일부 케이크 가격을 무려 1만원이나 내리기로 했는데요. 배포가 큰 결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닙니다. 가격 인하를 결정한 케이크는 모두 캐릭터 콜라보레이션 상품입니다.

연중 판매되는 케이크라면 1만원 인하가 앞으로도 계속 유지돼야 하고, 다른 케이크 가격에도 영향을 주겠지만 캐릭터 협업 케이크는 한 시즌만 버티면 되는 이벤트 상품입니다. 단종시키면 '1만원 저렴한' 케이크는 사라지는 셈입니다.

왜 우리만?

물론 이 대기업 프랜차이즈들도 할 말은 있습니다. 지금의 '빵플레이션'을 이들이 주도했다고 말하기 다소 억울한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파리크라상의 2024년 영업이익률은 1.16%였습니다. 2023년은 0.9%였죠. 지난해에도 1%를 간신히 넘겼을 것으로 보입니다.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도 4% 남짓으로, 업계 평균을 밑돕니다. 적어도 이들이 '폭리'를 취해서 빵값이 이런 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우리가 "요즘 빵이 너무 비싸다"고 할 때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를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다. 이 때 소비자들이 떠올리는 빵집들은 성수동 등 핫플레이스에 자리잡은 SNS에서 핫한 빵집들입니다.

그 중 가장 성공한 브랜드인 '런던베이글뮤지엄'을 볼까요. 기본 플레인 베이글이 3800원이고요. 바질이나 토마토 베이글 등 토핑 베이글은 4700원 안팎입니다. 파리바게뜨의 경우 매장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플레인 베이글이 2800원부터 시작입니다.

비즈워치

그래픽=비즈워치


문제는 정부의 '빵플레이션' 단속이 대기업 프랜차이즈에만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대기업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정부의 동향에 민감합니다.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르지 않을 경우 모기업에 대한 압박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하지만 SNS에서 아무리 유명한 빵집이라 해도 '기업'의 규모에 이르지 못하면 정부가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밀가루와 설탕 가격이 아무리 내려도 '성수동 빵 맛집'이 가격 인하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입니다.

물론 아직 결론을 내리기는 이릅니다.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은 한창 진행 중이고 기업들의 가격 인하도 이제 시작입니다. 제빵업계가 백기를 들었으니 비슷하게 밀가루와 설탕을 많이 사용하는 제과업계도 곧 가격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업 규모는 작지만 영향력 있는 '유명 빵집'들에도 경고장이 날아갈 수도 있겠죠.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의 다음 타깃은 어디일까요. 궁금해집니다.

ⓒ비즈니스워치(www.bizwatch.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비즈워치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이 선택한 뉴스

  • 연합뉴스텔레픽스, AI 큐브위성 영상 유럽 첫 수출
  • 뉴스1"취향따라 고르자"…경동나비엔, 나비엔 매직 인덕션 컬러 추가
  • 노컷뉴스신한금융, MSCI ESG 평가 2년 연속 최상위 등급
  • 아시아경제OK저축은행, 읏맨오픈 8월12일 개막…최윤 "모두의 축제"
  • 전자신문정관장 '기다림', '진짜 침향' 캠페인 나선다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