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성인은 한 시간 걸으면 6000~7000보 남짓 찍힌다. 1만보는 쉬지 않고 한 시간 반 가까이 걸어야 하는 수치다. 그러니 영업·현장직처럼 매우 활동적인 직종이라면 모를까 웬만한 도시인이 일상에서의 활동만으로 매일 달성하기는 쉽지가 않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일상에서 얼마나 걷고 있을까? 얼마 전 해외의 스포츠워치 전문기업 ‘가민’의 자사 앱 사용자 통계에서 한국인의 평균 보행 수가 하루 평균 1만보 가깝게 나왔다며 뉴스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가민 사용자는 대부분 러닝이나 스포츠 마니아들이라 일반인의 수치로 보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2017년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스마트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낸 5755보가 훨씬 현실적이다. 1만보를 달성하려면 적어도 30분은 따로 걷기운동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시작이 다소 불순했던(?) 건 차치하고, 1만보가 정말 의미 없는 수치일까? 많은 자료에서 6000~7000보 이상은 걸을 필요가 없고, 굳이 1만보까지는 의미가 없다는 내용을 많이 볼 수 있다.
실제 어느 정도의 보행 수가 건강에 가장 유익할지에 관해 최근 여러 연구가 이루어졌다. 지난해 8월에는 학술지 ‘랜싯 공중보건(The Lancet Public Health)’에 보행 수와 건강, 수명에 관한 메타분석 결과가 실렸다. 메타분석은 기존 여러 연구를 합쳐 큰 대상으로 다시 통계를 낸 것을 말한다. 이 연구에서는 2014년부터 2025년까지의 연구들을 취합해 총 16만명 정도의 통계를 분석했다. 매우 비활동적인 사람들의 평균 걸음 수인 2000보를 기준으로 1만2000보까지, 각 보행 수별로 어느 정도의 건강 수치 변화가 나타났는지를 확인했더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일단 2000보에서 걸음 수가 많아질수록 수명, 심혈관 건강, 암 발생 등 모든 건강 지표가 개선되는 건 분명했다. 그런데 사망률이나 심혈관질환 사망, 암 사망, 낙상 등은 대략 6000~8000보 사이에서 추가적인 이득이 크지 않다는 결과를 보였다. 이 연구도 기존 자료처럼 투자 대비 효율적인 걸음 수가 7000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런데 그 외의 수치, 특히 당뇨병, 우울증, 치매 발생 등에서는 많이 걸을수록 다다익선이라는 결과를 보였다. 즉 7000보보다 더 걸을 수만 있다면 이득의 증가가 더뎌질 뿐 여전히 좋다. 이 연구에서의 결론도 그렇다. 다만 이 경우는 과도한 피로나 무릎 관절 등 근골격계 손상에 주의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결론적으로 효율을 따진다면 굳이 만보까지 걷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몸과 시간이 허락한다면 많이 걷는 게 분명 더 좋다. 많이 걷는다는 게 꼭 보행 수만 말하지는 않는다. 근골격과 심폐기능이 좋고 걷기를 운동 차원으로 한다면 숨이 찰 만큼 빠른 속도로, 같은 시간이라도 숨차게 멀리까지 걷는 게 더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피|운동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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