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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in제주] "감귤 작업중 손가락 절단돼 헬기타고 육지로"…의료공백 극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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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절단 사고만 100건 이상, 수술 가능 전문의는 1명뿐
"'섬' 특수성 고려해 수지 접합 전문의 인력 추가 확보해야"
연합뉴스

손가락 절단 사고 환자 이송하는 소방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에서 손가락 절단 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제주도내에서 응급 수술을 감당할 전문의 부족으로 의료 공백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감귤나무 간벌과 가지치기 작업이 늘어나는 봄철에 사고가 집중되면서 일부 환자는 항공편을 이용해 다른 지역에서 치료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이주노동자부터 80대 노인까지 끊이지 않는 절단 사고

지난 3일 오후 1시 38분께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파쇄기 작업 중이던 네팔 국적 30대 남성 A씨의 왼손 검지와 중지, 약지 일부가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혈압 저하로 위독한 상황에 빠지자 소방헬기로 서울 소재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하루 전날에는 서귀포시 대정읍에 사는 80대 할머니 B씨가 집에서 키우던 개에게 물려 손가락이 절단됐다.

오른쪽 새끼손가락 3∼4㎝ 정도가 절단된 B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도내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은 뒤 다시 봉합수술을 위해 서울 소재 병원으로 옮겨졌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해마다 제주에서 100건 이상의 신체 절단 사고가 발생한다.

지난해 접수된 도내 절단 사고 관련 119 신고는 총 134건이다.

이 중 110건은 도내에서 봉합수술이 이뤄졌지만, 24건은 제주에서 치료받지 못하고 헬기 또는 항공편을 통해 타지역으로 이송돼 치료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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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도 절단 사고 및 이송 연도별 현황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4년에는 절단사고 103건 중 2건이, 2023년에는 120건 중 2건이 타지역으로 이송돼 치료받았다.

제주에서 봉합 수술을 받은 이후에도 추가 치료 또는 재수술을 위해 타지역 병원을 찾는 환자도 적지 않다.

특히, 봄철 제주에는 감귤농가에서 간벌·전정 작업 후 발생하는 나뭇가지를 잘게 부수는 파쇄기 사용이 빈번해지면서 손가락 절단 사고가 급증한다.

최근 5년간(2021∼2025년) 제주에서 발생한 파쇄기 안전사고는 총 97건(사망 2명, 부상 95명)으로, 이 중 손가락 등이 잘리는 '절단' 사고가 40.2%(39건)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과수 전정 작업이 집중되는 3∼4월에 전체 사고의 53.6%(52건)가 몰려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사고로 인해 제주도소방안전본부는 농번기 파쇄기 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한다.

◇ 1㎜ 혈관 잇는 미세수술 1명에 의존…동시다발 사고엔 속수무책

손가락 등 절단 사고가 끊이지 않지만 제주에서 수지(手指) 접합 수술을 할 수 있는 전문의는 사실상 1명뿐이다.

수지접합수술은 미세현미경을 사용해 1㎜ 이내의 미세한 신경과 혈관을 이어 절단된 손이 제 기능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는 수술이다.

제주도 보건정책과에 따르면 6개 종합병원과 병의원 등 도내 987개 의료기관 중 제주대학교병원과 한라병원 2곳에 수지접합 전문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라병원에서는 실제로 수술이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구급 출동 당직 스케줄에도 한라병원은 수지접합 '불가'로 표시될 정도여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119구급대원들은 대부분 제주대학교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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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에 발생한 파쇄기 안전사고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봄철 파쇄기 안전사고가 집중되면 전문의 한 명에게 모든 부담이 집중되는 만큼 병원 내 과부하가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손가락 절단 사고가 나면 재접합 수술 골든타임은 사고 발생 후 24시간이다.

또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 수술의 특성상 다친 손가락 수에 따라 5시간에서 길게는 10시간 이상의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여러 명의 절단 사고 환자가 한꺼번에 몰리거나 전문의가 다른 정형외과 수술을 진행 중인 경우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

제주도소방본부 관계자는 "전문의가 1명뿐인 상황에서 (의사가) 다른 수술이나 진료 중인 경우 어쩔 수 없이 환자를 수술 가능한 다른 지역 병원으로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대부분의 봉합수술을 제주의 전문의 1명이 도맡아 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지접합 수술은 전국적으로도 전문의가 부족한 상황이다.

영리성이 낮은 고난도 수술이어서 병원 측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를 비롯한 제주도민들은 "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하는 등의 사고 예방만큼이나 '섬'이라는 지리적 특수성을 고려해 수지접합 수술 전문 인력을 추가로 확보하고 관련 인프라를 지원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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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외상 수술
[연합뉴스 자료사진]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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