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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詩)는 오랜 울림 남아... 명시 배달부로 살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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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제비꽃’ 저자 반칠환 시인 인터뷰
“일상의 깨달음·감정 표현하고 공감 불러일으켜”
시인, 시 해설가, 숲 해설가의 ‘1인 3역’ 활동 펼쳐
본지 ‘시로 여는 수요일’ 칼럼 12년째 맡아 명시 소개
서울경제


“좋은 시(詩)는 짧아도 울림이 오래 남습니다. 바쁜 현대인에게 정서적 휴식을 줄 ‘명시(名詩) 배달부’로 살고 싶습니다.”

반칠환(사진) 시인은 27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직장인들이 시를 통해 잠시나마 ‘망중한(忙中閑)’을 즐기고 이후 다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 시인은 1992년 한 종합일간지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한 시인이다. 그는 ‘뜰채로 죽은 별을 건지는 사랑’, ‘웃음의 힘’, ‘전쟁광 보호구역’ 등 다수의 시집을 펴냈다.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노랑제비꽃’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2014년 5월부터 본지의 시 해설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로 독자를 만나고 있다. 그는 12년간 매주 게재한 시 해설칼럼을 모아 ‘당신의 짐이 당신의 날개’를 펴냈다. 그동안 지면에 소개한 시는 580여 편에 달한다. 반 시인은 “그동안 기고했던 글을 정리해보니 단행본 8권 정도에 달했다”며 “이 중 첫 번째 책이 발간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를 해설하는 시인’이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졌다. 반 시인은 시 해설 칼럼과 관련 “삶에 필요한 정보가 가득한 경제신문에서 독자들은 ‘시로 여는 수요일’을 통해 마음의 휴식을 얻을 수 있다”며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줄 수 있는 시를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많은 시 가운데 분량이 길지 않으면서도 강한 울림을 주는 작품을 콕콕 집어낸다. 현대인의 문학 취향에 맞춘 전략이다. 그는 “홍성란 시인의 ‘소풍’이란 시는 총 길이가 6줄밖에 안 된다”며 “길이는 짧아도 읽을수록 자꾸 기억에 남는데 이런 작품을 계속해서 발굴하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그의 시 해설과 관련해선 ‘골수팬’도 적지 않다. 그는 “훌륭한 시인들이 먼저 부른 노래에 답가를 부른다는 생각으로 시 해설을 하고 있다”며 “제가 소개한 시의 저자, 즉 시인들이 직접 문자를 보내고 격려하기도 하는데 무척 감사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강연을 하러 갔다가 그동안 신문에 게재된 칼럼들을 직접 종이에 옮기고 출력해서 제본한 사람을 만나 감동한 적이 있었다”며 “칼럼으로 공부해 시인으로 등단했다는 사람도 만났는데 여러모로 시의 대중화에 한몫하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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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시인이 문예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그는 학창 시절 접한 유치환의 시 ‘춘신(春信)’이 인생 경로의 가장 큰 영향을 줬다고 언급했다. 그는 “입학을 앞두고 중학교 임시소집일에 받아온 국어교과서에서 춘신을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감정이 지금도 생생하다”며 “적막한 겨울을 지나 봄에 만난 작은 멧새 한 마리의 안부를 묻는 시인의 시선에 전율했다”고 회상했다. 시의 매력에 빠진 그는 국어교과서의 시들을 외우면서 문학과 더욱 가까워졌다고 했다. 그는 이어 “대학 졸업 이후 출판사에 취직했는데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시인의 길을 걷게 됐다”며 “시인 생활을 한동안 하다가 2003년부터 시를 소개하고 해설하는 평론의 길을 걷게 됐고 지금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인, 평론가와 더불어 숲 해설가로도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2007년 산림청 인증 1호 ‘산림교육전문가’ 자격을 취득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서정주 시인의 시 구절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라는 문장처럼 ‘나를 키운 건 구 할이 숲’이었다”며 “대학교 입학 전까지 20년가량 인근에 민가가 없는 숲 속 외딴 집에 살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숲은 선행학습을 통해 나를 시로 이끈 존재”라며 “1년에 한 번씩만 읽을 수 있는 봄·여름·가을·겨울의 네 장짜리 책을 스무 번 읽은 경험이 지금과 같은 시 쓰기의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반 시인은 앞으로도 좋은 시 해설가로 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국내 2~3만 명가량 되는 시인들의 수많은 작품 가운데 심금을 울리는 시를 발견했을 때 그야말로 ‘심 봤다’고 소리를 지를 정도로 희열을 느낀다”며 “때론 같은 시인으로 질투심이 느껴지기도 한다”며 웃었다. 이어 “물질적 가치가 인정받는 세상에서 어찌 보면 무용(無用)한 것일지 모르는 시를 함께 즐겨주는 독자들에게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박경훈 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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