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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자랑한 ‘1호 사내 영어유치원’···법 위반 아니라고요?[뉴스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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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페이스북 갈무리.


“현대카드, 현대커머셜의 직원 자녀들을 위한 사내 영어유치원인 ‘the Kids English’. 기존의 사내 유치원인 ‘the Kids’의 자매 유치원. 기업들 중에서 영어유치원은 처음이라고 한다. 어머님들 마음 편히 일하세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입니다. 현대카드의 사내 영어유치원을 표방하는 ‘더 키즈 잉글리시’가 다음달 개원합니다. 정 부회장은 ‘어머니’인 사원을 콕 찝어 돌봄 부담을 줄이겠다며 ‘국내 최초’ 사내 영어유치원을 강조했는데요. 현대카드는 지난해부터 구인공고에 사내 복지 중 하나로 ‘사내 영어유치원 운영’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법적으로 유치원의 요건을 갖추지 않은 채 유치원을 표방하는 것은 법 위반입니다. 현행 유아교육법상 정식 유치원은 정부의 누리과정을 따라야 하고 유치원 교사의 교원 자격도 제한됩니다. 영어유치원을 내세우는 곳은 대부분 누리과정을 지키지 않을 뿐더러, 국가 자격을 갖춘 교원이 아닌 원어민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영어유치원은 유치원 대신 보통 유아 대상 학원으로 등록합니다.

27일 현대카드 측은 정 부회장이 소개한 ‘더 키즈 잉글리시’는 “유치원이 아니라 어학과 음악을 가르치는 종합학원이고 별도의 돌봄 과정은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 부회장이 흔히 쓰는 단어로 ‘영어유치원’을 이야기했을 뿐, 실제 유치원이 아닐 뿐더러 유치원처럼 운영하진 않을 것이라는 취지입니다. 그러면서 “임직원 자녀에게 영어 몰입 교육을 제공해 자녀들이 스스로 자신의 재능과 꿈을 발견하고 키워갈수 있도록 지원하는 차원에서 개원했다”고도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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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구인사이트에 올라온 현대카드 채용 공고. ‘사내 영어유치원’ 운영이 복지 혜택에 담겨 있다. 홈페이지 갈무리


유아 대상 학원을 표방하지만, 운영 내용을 보면 사실상 영어 유치원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현대카드 ‘더 키즈 잉글리시’에선 점심 급식을 제공합니다. 통상 유아 대상 학원은 오전이나 오후로 나눠 반일제인데, 이곳은 오전과 오후 수업을 모두 진행하는 전일제로 운영됩니다.

물론 유아 대학 학원이 점심을 제공한다고 해서 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교육부는 “학원법에 식사 제공 전면 금지하는 조항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1회 급식 인원이 50명 이상이면 식품위생법에 따라 집단급식소로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를 해야한다고 했습니다. 현대카드 측은 “이날(26일) 중 관할 보건소에 급식소 설치와 운영 신고를 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방학 중 점심을 챙겨주는 학원이 요즘 들어 늘어나는 추세지만, 전일제로 상시 급식을 제공한다면 보육의 기능 역시 상당 부분 책임지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결국 현대카드의 ‘더 키즈 잉글리시’는 영어유치원인 듯 하지만 법적으론 영어유치원이 아니면서 법에 걸릴 문제는 대부분 피해간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영어유치원 규제가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운영은 영어유치원 형태지만 얼마든지 제도를 우회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교육부는 2019년에도 영어유치원을 표방하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을 두고 ‘유아 영어학원의 유치원 명칭 사용은 불법’ ‘불법 사설 학원은 누리과정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철저히 단속’ ‘엄정 대처’와 같은 표현이 당시 교육부 보도자료에 등장합니다. 정부의 엄포에도 영어유치원 수는 지난해 기준 820개까지 늘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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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블로그 갈무리.


사각지대에 있는 영어유치원의 규제 수준을 높이는 작업도 만만치 않습니다. 학부모와 학원업계의 반발처럼 현실적인 문제와 더불어 학습권이나 과잉금지 원칙 등 헌법과 조화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해 9월 대표 발의한 학원법 개정안은 영어유치원 규제가 쉽지않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해당 개정안은 4세 고시·7세 고시로 불리는 영유아 대상 레벨테스트(레테)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돼 있는데 법안소위,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며 수정됐습니다. 입학시 레테는 막되, 입학 이후 테스트는 허용하도록 했습니다. 학습권의 과도한 침해 등을 고려해 나온 절충안입니다. 이마저도 통과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영어유치원, 규제 외에는 해법이 없는 것일까요?


☞ [가보니]“‘4세 고시’ 없지만, ‘7세 고시’는 보장해 드릴게요”…지독한 ‘영유 아웃풋’의 유혹
https://www.khan.co.kr/article/202511060600001



☞ 몸집 불린 ‘프랜차이즈 영유’, 대기업 사내 유치원까지 노린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11080700001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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