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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사법 3법’ 광풍에 풍전등화 사법부…“재판할 때 고소·고발 감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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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이나 검사, 경찰이 형사사건에서 의도적으로 법을 왜곡해 적용할 경우 처벌하는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를 비롯해 재판소원, 대법관 증원 등 더불어민주당의 ‘사법 3법’이 차례로 국회 통과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사법부가 풍전등화 처지에 놓였다. 사법행정 책임자인 박영재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전격 사의를 밝혔지만 민주당은 강행 처리 의지를 꺾지 않고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법관들은 “이제 3심제는 사실상 사라진 것”이란 의견과 함께 “재판할 때 고소·고발을 감수해야 하는데 누가 애를 쓰며 일 하겠느냐”는 우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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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처장은 날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박 처장은 기자단에 보낸 입장문에서 “최근 여러 상황과 법원 안팎의 논의 등을 종합해볼 때 제가 물러나는 것이 국민과 사법부를 위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아 처장직을 내려놓게 됐다”며 “사법부가 많은 어려움을 겪는 시점에 물러나게 돼 여러모로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디 현재 진행되는 사법제도 개편 관련 논의가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 처장이 지난달 16일 조희대 대법원장으로부터 처장직에 임명된 지 40여일 만이다. 조 대법원장이 사의를 받아들일 경우 박 처장은 대법관 재판 업무에 복귀할 전망이다.

민주당이 지난해 사법 3법 입법을 추진한 이후 이와 관련해 사법부 고위직이 사의를 표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은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 왜곡죄 도입법(형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전날 저녁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인 이른바 ‘재판소원’을 가능하게 하는 헌법재판소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대법관을 12명 증원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도 곧 통과시킬 방침이다.

대법원은 그간 세 법안 모두 사법체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 예상되는 만큼 충분한 공론화 및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수차례 국회에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 왜곡죄가 일부 수정을 거쳐 본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나머지 두 법안도 통과가 확실시되자 사법행정 책임자이자 국회 대외 업무를 총괄하는 박 처장이 책임을 지고 직을 내려놓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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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여권에선 박 처장이 사퇴하자 “조희대 대법원장도 사퇴하라”는 압박이 나왔다.

한편 법원 내부에선 법 왜곡죄 시행을 두고 강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형사재판 업무에 부담을 느끼고 형사 재판부를 기피하는 법관이 늘고 있는데, 법 왜곡죄 시행이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이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법 왜곡죄 도입으로 판사들이 더 이상 정치·사회적 관심도가 높거나 논쟁의 여지가 있는 큰 형사사건을 맡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론을 거스르는 판결을 하면 고소·고발을 당할 수 있으니 용기를 내 양심적인 판결을 하려는 판사도 찾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무난하고 안전지향적 판결을 하려는 경향은 강해질 것이고, 이는 국민들의 기본권 보장과 멀어지는 결과를 낳을 것”고 덧붙였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상급심에선 하급심 판결을 깰 경우 하급심 재판부가 법 왜곡죄로 수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끝에 하급심과 같은 판결을 내리려 할 것이고 이런 경향이 굳어지면 3심제는 사실상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확정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을 가능케 하는 재판소원제까지 도입되면 분쟁의 종결은 늦어질 것이고 그만큼 국민의 권리 구제도 지연될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홍윤지 기자 h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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