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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에 눈돌리고 휴대전화 늘어나는 북한…핵 때문에 경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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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wooksik@gmail.com)]
조선(북한)이 최근 개최한 9차 노동당 대회에서 지난 5년간 이룬 인민경제의 전면적인 발전을 높이 평가하면서 지속적인 발전의 토대를 닦았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핵과 미사일 개발에 치중하는 조선이 여전히 경제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 유행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은행의 2025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과 조선의 국내총생산(GDP) 격차는 59배, 1인당 소득은 30배 정도의 차이가 난다. 그럼 조선 인민은 한국 국민의 30분의 1 생활 수준에 머물러 있을까? 아니다.

양측의 물가와 한국은행 추정치의 불확실성도 따져봐야겠지만,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우리는 시장에서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는 자본주의 체제이지만, 조선은 인민의 기본적인 재화와 서비스를 국가가 책임지는 사회주의 체제이다. 화폐소득만으로 생활수준을 완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주택을 예로 들어보자. 한국인의 경우엔 주택을 구매하려면 약 10년치의 소득에 해당하는 비용이 필요하다. 이에 반해 조선인은 기본적으로 주택을 무상으로 제공받는다. 주택뿐만 아니라 식량, 교육, 의료 등도 조선에선 대부분 무상이다.

쉽게 말해 한국과 같은 자본주의 체제에선 노동의 대가를 현금으로 받지만, 조선에선 노동의 대가의 상당 부분을 재화와 서비스로 받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전적 소득을 기준으로 남북의 경제력 차이를 논하는 것은 핵심을 비껴간 진단이다.

관건은 조선 당국이 인민에게 필수적인 재화와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느냐에 있다. 과거에는 그러지 못했다. "고난의 행군"이라는 말이 상징하듯, 주택·교육·의료는 물론이고 식량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해 수많은 사람들을 '생존의 벼랑끝'으로 내몰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눈에 띠게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 9차 당대회 보고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평양에 5만 세대, 농촌에는 11만여 세대의 살림집을 건설했다. 최근 조선을 방문하고 돌아온 한 동포에 따르면, 평양뿐만 아니라 농촌 지역에서도 현대식 주택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필자에게 말해주었다. 그는 이런 말도 들려주었다.

"과거에는 전력난 때문에 평양에서도 저층 아파트가 인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고층이 인기라고 해요. 제가 조선에 머문 5일 동안 전력 문제도 없었고요."

주택뿐만이 아니다. 알곡 생산도 크게 늘어났고 먹거리도 빠른 속도로 다변화되고 있다. 또 9차 당대회 보고에선 "소학교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학생들에게" 교복·신발·가방·교과서·학용품 등을 정상적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현대식 장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2025년부터는 "보건혁명"이라는 이름 하에 보건의료시설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이렇듯 인민 생활에 필수적인 재화와 서비스 공급이 하나둘씩 정상화되면서 조선인들의 소비 수준도 올라가고 있다. 금전적인 소득은 많지 않지만, 상당 부분의 필수품을 당국에서 제공하면서 소비 여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핸드폰과 자동차를 사는 사람이 크게 늘어났고 공교육으로 만족할 수 없다며 사교육에 눈을 돌리는 사람도 있다. 평양을 중심으로 상점과 문화예술 시설도 크게 늘어났고, 여러 곳에 놀이·관광 시설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그만큼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진단이 우리보다 조선식 사회주의 체제가 우월하다거나 김일성·김정일 시기에 한때 거짓부렁이로 말했던 "지상 낙원"이 실현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조선 체제의 특성상 무상 제공의 수혜자는 특권·충성 계층에 집중되어 있을 공산이 크고, 물질적 삶이 개선되었다고 해서 인권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고 볼 수도 없다.

하지만 편견에 갇힌 우리 사회의 시선 교정이 필요한 것만은 분명하다. 일각에선 "플루토늄(핵무기를 상징하는 표현)을 먹고 살 수는 없다"며 조선이 경제적으로 무너질 날이 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일각에선 조선이 스스로 경제난을 극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특수'도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며, 조선이 한국을 필요로 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이렇게 아전인수식으로 조선을 바라보면 각주구검(刻舟求劍)의 우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바닥을 친 조선은 더더욱 멀리 달아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평양 화성지구 4단계 1만세대 살림집 준공식이 16일 진행되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wooksi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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