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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룡의 밀리터리 인사이드] '강구영 시즌2' 소용돌이에 휩싸인 KAI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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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인선이 '방산버전의 인사 농단' 논란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신임 사장으로 김종출 전 방위사업청 무인기사업부장이 내정되자, KAI 노동조합은 지난 24일 첫 공식 입장문을 내 "군 출신 낙하산 인사"라며 정면 반발했다. 김 전 부장이 이용철 방위사업청장과 같은 2005~2006년 '방사청 개청 멤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방사청 인맥이 KAI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는 불신이 사천 현장과 방산업계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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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산업(KAI) 개발센터의 야경.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2026.02.27 gomsi@newspim.com


지난 25일 KAI 이사회는 서울사무소에서 김 전 부장 선임 안건을 올리려다 노조의 기습 항의와 점거로 결국 상정을 포기했다. 노조는 26일 사천 근로자복지회관에서 한국노총 경남본부·서부지역지부와 집회를 열고 "인선 철회·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그러나 KAI 이사회는 27일 외부 출입을 차단한 채 기습적으로 서울사무소 탈의실에서 김 전 부장 이사 선임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절차상의 흠결을 감수했다.

노조의 핵심 문제 제기는 김종출 개인의 출신이 아니라 '능력 부재'다. 김 후보자는 공군 중령 예편 뒤 방사청 4급(서기관) 특채라는 '운 좋은 발탁'을 얻었지만, 승진 정점은 국장급(무인기사업부장) 3개월에 그쳤고, 차장급으로는 올라서지 못했다.

2019년 퇴직 뒤에는 경남테크노파크 항공우주(방위산업) 본부장 공모에서조차 "획득·조달 위주 행정 경력일 뿐 산업·정책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 속에 탈락했다. 그래서 내부에서는 "지방 방산본부장 자리도 못 맡긴다고 판단된 인물을, 그보다 훨씬 중책의 글로벌 국책항공사 KAI 사장으로 앉히는 것은 무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당초 김 후보자는 국방기술품질원 산하인 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 자리를 제안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 논란의 축은 한 명이 아니다. 이번 회기 KAI 이사회에서 수출입은행 몫이던 김경자 이사(전 수출입은행 부행장)와 군 상징성이 컸던 김근태 전 1군사령관(예비역 대장)이 빠지고, 그 자리에 수출입은행 경협사업본부장 출신이자 이용철 청장과 연세대 법학과 선후배인 홍순영, 방사청 관련 업무를 맡아온 것으로 알려진 법무법인 광장 소속 이태영 변호사가 들어왔다. 이태영 변호사는 단순 사외이사가 아니라 이사회 감사위원장까지 맡아 KAI 내부 통제와 감사 기능을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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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현지시각) 루마니아 국방부에서 이용철 방위사업청장과 라두 디넬 미루처 국방장관이 면담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방위사업청 제공] 2026.02.27 gomsi@newspim.com


여기에 KAI 정관상 2인 체제인 사내이사의 마지막 한 자리는 김종출 내정자의 울산 학성고 후배이자 '최종원 라인' 최상위 직급인 송호철 생산구매부문장(전무)에게 돌아갔다. 지난 22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방산 스타트업 육성방안' 발표 행사에서 이용철 청장이 "방위산업 4대 강국 진입"을 외치자, KAI 측 대표로 참석한 최종원 본부장이 "정부와 기업이 함께하면 'K-팔란티어'도 가능하다"고 화답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이 선을 이어보면 그림이 선명해진다. 방사청 개청 멤버 김종출 전 부장을 앞세운 이용철 청장, 사내의 최종원 본부장·송호철 부문장, 여기에 연세대 법대·방사청 인맥인 사외이사 홍순영·이태영 감사위원장까지 더해지면서 KAI 안팎 요직이 '이용철 라인'으로 연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KAI의 한 관계자는 "방사청장이 정말 오랜 기간 치밀하게 KAI를 '사유화'하려 치밀하게 준비해 온 것 같다"며 "대표이사, 사외이사, 감사위원장까지 자기 사람으로 꽉 채우는 구도가 완성되는 중"이라고 했다. 내부에서는 "이제 완전히 자기들만의 리그가 짜였다"는 냉소도 흘러나왔다.

이 구도의 정점에는 이용철 청장이 서 있다. 그는 국방부와 사전 조율 없이 방사청을 국무총리실 직속 '국가방위자원산업처'로 격상하자는 이른바 '처 승격 구상'을 대통령에게 직보했다가,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강한 질책과 반발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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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강남구 KAI 서울사무소 로비에서 KAI노조 집행부가 김종출 사장 선임 반대 집회를 펼치고 있다. [사진= KAI 노동조합] 2026.02.27 gomsi@newspim.com


군 안팎에서는 이 사건을 두고 "둘 사이는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그 직후에도 범정부 방산 관련 TF 구성에서 인사 문제를 놓고 국방부와 갈등설이 돌았고, 중동 최대 방산전시회 '2026 WDS'에는 방산 획득·수출 컨트롤타워인 방사청이 직원 한 명 보내지 않아 주위를 의아하게 만들었다.

반면, 이용철 청장 본인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루마니아 K9 자주포 공장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 "정부 대표단과 보조를 맞추기보다는 특정 업체 일정에 더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논란을 자초했다. 여기에 이른바 '성남파'와의 밀접한 관계, 이재명 대통령 최측근 그룹과의 연결고리까지 거론되면서, 관가에서는 "청와대를 등에 업고 황태자 행세를 한다"는 비판까지 따라붙는다.

방산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KAI 사장·이사회 인선을 "이용철 청장이 KAI를 테스트베드 삼아 방산·재정·정책까지 아우르는 사적 권력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으로 본다.

한 관계자는 "애초 자신이 가려 했던 KAI 사장 자리에 개청 측근 김종출을 앉히고, 방사청 업무와 관련 있던 여성 변호사를 포함한 인맥을 사외이사·감사위원장에 앉히면서 회사를 장악하려는 구도가 완성돼 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KAI 인사 농단을 안규백 장관이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면 '핫바지 장관'이라는 소리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KAI 내부에선 "지금 벌어지는 인사는 '강구영 시즌2'를 위한 주연·조연 캐스팅"이라는 자조섞인 말들이 돌아다닌다. 실제로 김 후보자는 과거 강구영 전 사장 임명을 '신의 한 수'라고 극찬하는 신문 칼럼을 통해 강 전 사장의 노선을 사실상 옹호해온 인물이다.

강구영 전 KAI 사장 시절 회사 경영은 각종 논란의 집합체였다. 취임 이후 임원진 60%를 한 번에 갈아치우고, 그 자리에 측근과 공군 출신 인사들을 채웠고, 1000억 원대 스마트플랫폼 사업을 '전 정권 지우기'식으로 중단해 내부 반발을 키웠다. 폴란드 FA-50 수출 계약과 관련, 선수금 10억 달러 운용을 둘러싸고 "600억 원 이상 환차손을 냈다"는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의 문제 제기로, 그는 2025년 명예훼손·업무방해·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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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2일 경남 사천 남해 상공에서 KF-21 시제 4호기가 비행성능 검증 임무를 수행하며 비행시험을 전면 완료했다. KF-21 개발은 총 1600여 회, 1만3000개 항목에 이르는 비행시험을 단 한 번의 사고 없이 완료하며 안전성을 입증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2026.02.27 gomsi@newspim.com


KAI는 KF-21 한국형 전투기, 수송기, 헬기, 우주까지 책임지는 국가 전략 플랫폼이다. 단순 제조기업이 아니라, 수십조원대 국책 사업과 대한민국 방위력의 축을 쥔 글로벌 방산기업이다.

이런 회사의 이사회와 최고경영진이 능력과 책임이 아닌 학맥·인맥·라인 논리로 재편되면, 의사결정의 기준은 기술·사업·안보가 아니라 '권력 눈치'와 '내 사람 챙기기'로 기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노조는 이번 인사가 "KAI를 정부·방사청의 외부 통제 수단으로 만들 수 있다"며 결사항전을 선언했고, 경남 지역 한국노총도 "낙하산·경력단절 인사 반대"를 외치며 가세했다.

정치적 파장도 적지 않다. 경남 도민들 눈에, 방사청 과장 출신으로 항공우주·경영 능력이 제대로 검증되지도 않은 인사를 '방사청장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글로벌 항공사 사장에 꽂는 그림은, 고스란히 이재명 정부의 '인사 철학'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이런 인식이 굳어지면, KAI 사장 인선은 곧바로 경남 민심 이반과 여권 책임론으로 튀어 오를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가 짊어져야 할 정치적 부담은 그만큼 커진다.

결국 질문은 단순하다. KAI는 '국가의 기업'인가, '권력의 기업'인가. 이용철 청장과 그를 둘러싼 정치·관료 네트워크가 이 질문에 잘못된 답을 내리는 순간, 무너지는 것은 한 공기업의 지배구조만이 아니다. 한국 방위산업 전체의 신뢰와 체질이 함께 흔들릴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누구 사람'을 심는 일이 아니라, KAI의 '밀린 숙제'들을 풀고 독립성과 전문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대한 냉정한 점검을 해야 하는 때인 것이다.

goms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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