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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정주영 회장의 '해봤어?'정신, 전북에서 '서해시'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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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규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장]
전북에서 열린 10번째 타운홀미팅은 상징적 장면을 남겼다.

미팅 시작전 오전 행사에서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자리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새만금에 약 9조 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AI·로봇·수소산업을 아우르는 미래 혁신거점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공장 신설 차원이 아니라, 전북을 첨단 산업 전환의 실험장이자 전략 거점으로 삼겠다는 방향 제시로 읽힌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고 정주영 회장을 언급하며 새만금의 상징성을 환기했다. “정주영 회장께서도 자랑스러워하실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장내에는 큰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새만금은 오랜 시간 가능성의 공간으로만 머물러 있었다. 그 상징적 인물이 다시 소환된 것은, 단지 과거를 회고하기 위함이 아니라 지금이 전환의 시점이라는 메시지에 가까웠다.

정부는 방향을 제시했고, 기업은 구체적 계획을 내놓았다. 이제 남은 질문은 이것이다. 전북은 이 기회를 지켜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새만금을 둘러싼 군산, 김제, 부안의 이해관계는 그동안 반복적으로 충돌해 왔다. 관할권, 개발이익, 상징성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지역 내부의 에너지를 분산시켜 왔다.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토지 면적이 아니라 행정의 불확실성이다. 여러 지자체가 얽혀 있고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할수록 속도는 느려지고, 책임은 흐려진다.

수소, 로봇, AI 산업은 속도의 산업이다. 글로벌 공급망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이다. 소규모 행정단위로는 대규모 첨단 산업 생태계를 일관되게 설계하기 어렵다. 기업이 원하는 것은 단일 창구, 명확한 의사결정, 예측 가능한 규제 환경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하나의 제안을 하고자 한다.

군산·김제·부안을 아우르는 새로운 통합 도시, 가칭 ‘서해시’의 출범이다.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인 국가다. 동해에는 동해시가 있고, 남해에는 남해군이 있다. 그러나 서해에는 ‘서해시’라는 이름의 도시가 없다. 이 공백은 상징의 공백이기도 하다.

이름은 단순한 지리적 표식이 아니다. 이름은 전략이다.

‘서해시’라는 명칭은 새만금을 중심으로 한 서해권 산업벨트의 출발을 선언하는 상징이 될 수 있다.

이는 어느 한 도시의 흡수나 종속이 아니라, 세 지역이 더 큰 단위로 재편되는 통합 전략이다. 각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존중하되, 산업과 행정은 하나로 묶는 방식이다.

행정 통합은 곧 산업 전략의 통합으로 이어져야 한다. 수소 특화지구 지정, 로봇 실증 클러스터 조성, AI 기반 스마트 산업단지 구축 등을 통합 행정단위에서 일괄 추진해야 한다.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규제 샌드박스를 확대하며, 연구개발 지원과 세제 혜택을 패키지로 설계해야 한다.

기업은 공장만 세우지 않는다. 사람과 생태계를 함께 데려온다.

따라서 주거, 교육, 문화 인프라를 동시에 구상해야 한다. 연구인력이 정착할 수 있는 도시, 청년이 돌아올 수 있는 도시, 가족이 삶을 설계할 수 있는 도시여야 한다. 통합 행정체제는 이러한 종합적 설계를 가능하게 하는 최소 조건이다.

이번 타운홀미팅에서 확인된 것은 분명하다. 정부와 기업은 큰 판을 깔았다. 그러나 그 판 위에서 경기를 완성하는 것은 지역의 몫이다.

30년 넘게 ‘가능성’이라는 말과 함께해 온 새만금은 이제 ‘결단’의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갈등을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갈등을 구조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산업은 갈등이 지속되는 공간에 뿌리내리지 않는다.

프레시안

▲황태규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 학장. ⓒ


지금 전북은 역사적 분기점에 서 있다.

현대가 제시한 9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은 단지 수치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서해가 새로운 산업 전선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신호다.

중국과 맞닿은 전략적 위치,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 생산 잠재력, 넓은 부지와 항만 인프라를 갖춘 새만금은 이미 조건을 갖추고 있다. 부족한 것은 결단의 구조다.

정주영 회장이 상징했던 것은 ‘그거 해보기나 해봤어?’ 또는 ‘할 수 있다’는 정신이었다. 이제 그 정신을 제도와 행정의 혁신으로 이어가야 한다.

현대가 만들어갈 새로운 경제 영토, 대한민국 서해를 ‘서해시’라는 이름으로 선물하자.

그 이름은 단지 도시 명칭이 아니라 통합과 혁신의 선언이 될 것이다. 갈등을 넘어선 구조 개편, 산업 중심의 행정 재설계, 기업 친화적 환경 조성을 한꺼번에 담아내는 상징이 될 수 있다.

서해는 더 이상 변방이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미래 산업의 전략 공간이다.

이제 선택은 전북의 몫이다.
기회를 구조로 바꿀 것인가, 다시 상징으로만 남길 것인가.

서해시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자.
그리고 그 이름 아래, 전북의 다음 50년을 설계하자.

[황태규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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