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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지방 활성화 이끌 '열정' 공무원 "제2의 김선태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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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용 대표 / 이벤트넷
이데일리

엄상용 대표 / 이벤트넷


일본에서 공무원을 지칭하는 말 중에는 ‘슈퍼 공무원’이라는 말이 있다. 과장된 허구 속 인물이 아닌 행정의 틀을 넘어 기획자이자 마케터, 때로는 기업가 역할을 하며 지역을 되살린 이들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이들이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서 보여준 성과는 단순한 성공담을 넘어 지역 행정의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한 사례로 평가 받는다.

이시카와현 하쿠이시 소속 계약직 공무원 출신 ‘다카노 조센’은 지역 농산물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일군 슈퍼 공무원이다. 그는 지역 특산품인 고시히카리 쌀에 스토리를 입혀 ‘미코하라쌀’이라는 브랜드를 개발하고 시장을 설계했다. 교황청에 쌀을 헌납해 화제가 된 이야기는 훗날 《교황에게 쌀을 먹인 남자》라는 책으로 출간된 데 이어 드라마 《나폴레옹의 마을》의 모티브가 됐다.

시마네현 이와미초 출신 지방 공무원 ‘데라모토 에이지’도 슈퍼 공무원 타이틀이 달린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지역 휴게소, 특산품 콘테스트, 먹거리 여행, 인터넷 플랫폼 구축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행정 집행자가 아닌 지역경제 생태계를 설계하는 기획자로 역할을 했다. 식문화를 특화 전략으로 삼아 잇달아 레스토랑을 세우고 지역 브랜드를 고도화한 그는 훗날 중앙정부 ‘지역활성화 전문가’에 임명됐다.

일본 최초의 파산 지자체인 유바리시의 사례도 빼놓을 수 없다. 방만한 투자와 분식회계로 붕괴 직전까지 내몰린 도시를 재건한 주인공은 중앙에서 파견된 젊은 공무원 ‘스즈키 나오미치’였다. 그는 구조조정과 재정개혁을 단행하는 동시에 새로운 상품과 관광자원을 개발해 외부의 시선이 지역을 향하게 했다. 위기에 놓인 도시를 구하며 행정이 도시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음을 증명한 그에겐 ‘홋카이도 최연소 지사’라는 타이틀을 안겼다.

각기 다른 성과로 슈퍼 공무원에 등극한 이들에겐 지역을 ‘문제’로 보지 않고 ‘자원’으로 봤다는 공통점이 있다. 공무원이라는 직함에 갇히지 않고, 단체장의 전폭적 지원과 자율성을 보장 받았다는 점 그리고 이들이 일군 성과가 승진과 같은 개인적 보상이 아닌 지역의 변화로 이어졌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국내에서도 일본처럼 슈퍼 공무원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었다. 팀장으로 초고속 승진 후 최근 사직한 충주시청 소속 김선태 주무관이 그 주인공이다. 김 주무관은 재직시절 유튜브에 충추시 채널을 개설하고 스스로 ‘충주맨’으로 활동했다. 기발한 아이디어의 콘텐츠와 영상 채널을 활용한 온라인 홍보 전략은 전국민의 관심을 이끌어내며 도시 이미지를 바꿔 놓았다.

지방소멸은 인구 숫자의 문제가 아닌 기획 역량과 실행 의지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과 접근법에 가장 최적화된 이들이 지자체 공무원이다. 현지 사정에 밝은 지역 출신 공무원은 인맥도 넓어 어떤 외부 전문가보다도 나을 때가 많다. 문제는 이들이 편하게 제안하고 과감한 실행과 실험에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하는 환경과 분위기를 갖추고 있느냐다.

‘제2의 김선태’는 무조건 기다리기만 한다고 탄생하지 않는다. 지자체 내에 지역 활성화 전담 트랙을 만들고, 일정 기간 프로젝트 중심의 자율권을 부여해 의도적이고 전략적으로 발굴, 육성해야 한다. 단체장과 조직의 조력은 필수적이다. 단체장은 단기 치적 쌓기보다 구조적인 변화를 과감하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지방은 사라지는 곳이 아니라 다시 설계해야 할 공간이다. 지역자원 치밀한 재해석과 브랜드 전략, 콘텐츠 개발, 폭넓은 네트워크와 디지털 플랫폼 활용 등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행정과 민간, 중앙과 지방의 경계를 넘는 기획 역량과 추진력도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지역마다 ‘제2의 김선태’ 같은 슈퍼 공무원이 탄생해야 한다. 지역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이들이 지역을 다시 살리는 구조. 이것이야말로 지방소멸 시대에 우리가 선택해야 할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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