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루왁커피 농장에서 발견된 사향고양이.[PETA 홈페이지 갈무리] |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이렇게까지 해서, 커피를 먹어야 해?”
인도네시아 한 농장, 곳곳에 배설물이 널브러진 열악한 환경에서 작은 동물 한 마리가 발견됐다.
동물의 정체는 한 번쯤은 들어 봤을 ‘사향고양이’.이들이 철창에 갇힌 이유는 ‘루왁커피’ 생산 때문이다.
루왁커피는 커피 열매를 먹은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에서 채취한 원두로 만든 커피를 말한다. 맛과 향이 독특하고, 생산량이 적어 최고급 커피 중 하나로 여겨진다.
인도네시아 루왁커피 농장에서 발견된 사향고양이.[PETA 홈페이지 갈무리] |
문제는 루왁커피 생산에 투입된 사향고양이들의 현실. 업자들은 매일 적정량을 넘어서는 커피 열매를 강제로 먹이고, 배설물을 채취한다.
이렇게학대당한 사향고양이들은 피부병, 탈모, 영양실조 등 각종 질병을 앓고 이상 행동을 보인다. 평균 수명의 절반을 채우는 경우도 드물다.
인도네시아 루왁커피 농장에서 발견된 사향고양이.[PETA 홈페이지 갈무리] |
그러나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규제는 마땅치 않다. 멸종 위기종도 아닌 데다, 사향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별도의 세부 사육·복지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
이에 소비자들이자발적으로, 루왁커피를 포함해 동물 배설물로 만든 커피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향고양이 배설물에서 채취한 원두.[colipsecoffee 홈페이지 갈무리] |
루왁커피 주산지인 인도네시아 농림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루왁커피 생산량은 전체 인도네시아 커피 수출액(16억4000만달러)의 0.5% 수준에 불과하다. 한화로 하면 약 143억원 수준으로, 명성에 비해 수출액이 많지 않다.
이는원두를 채취하는 방식에서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루왁커피는 커피 열매가 사향고양이의 소화기관을 거치는 동안 가공된다. 하루 먹을 수 있는 양이 정해진 데다, 30시간이 넘게 소요된다. 심지어 배설물에서 일일이 콩을 수집해 가공하는 수고를 거쳐야 한다.
인도네시아 루왁커피 농장에서 발견된 사향고양이.[PETA 홈페이지 갈무리] |
가격은 품질 정도에 따라 kg당 200달러 수준에서 최고가로는 1000달러 이상을 호가하는 경우도 있다. 국제 아라비카 원두 도매가가 kg당 5달러 내외인 것을 고려하면, 수십배까지 차이가 벌어지는 것. 소매점에서는 커피 한 잔에 10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판매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도 루왁커피가 소비되는 이유. 독특한 풍미다. 이론적으로는 사향고양이의 소화 과정에서 단백질 분해가 일어나며, 맛의 변화가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아무나 마실 수 없는 ‘귀한 커피’라는 고급 마케팅 또한 루왁커피 소비가 이어져 나가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인도네시아 루왁커피 농장에서 발견된 사향고양이.[PETA 홈페이지 갈무리] |
전통적인 루왁커피의 경우, 동물보호 문제와 상충하지 않는다. 커피열매를 먹은 야생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을 찾아 채취하는 방식이었기 때문. 하지만 사향고양이는 커피열매뿐만 아니라 곤충 등 다양한 먹이를 섭취하는 ‘잡식성’ 동물이다. 꾸준히 생산량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
이에루왁커피 농장에서는 사향고양이를 가둬 두고, 커피열매를 먹여 배설물을 채취하는 방법을 이용한다. 이 과정에서 학대가 발생한다. 가장 주요한 것은, 적정 섭취량을 넘는 커피열매를 강제로 먹이는 것. 더 많은 배설물을 얻기 위해서다. 이 밖에도 지나치게 비위생적이고 좁은 사육 환경 등이 지적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루왁커피 농장에서 발견된 사향고양이.[PETA 홈페이지 갈무리] |
동물보호단체 PETA아시아는 지난 2020년과 2024년 인도네시아 루왁커피 생산 농장을 방문해, 실제 학대 현실을 고발했다. 조사관들에 따르면,해당 농장의 사향고양이들은 자기 배설물로 뒤덮인 좁은 철망 안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아울러 영양실조, 기생충 감염, 시력 상실 등 건강상 문제를 앓았다.
흔히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에게 나타나는 정신적 증상, 정형행동도 관찰됐다. 같은 자리를 빙빙 돌거나 벽에 머리를 박는 등 행위다. 사향고양이는 원래 숲속 나무를 오가며 각종 먹이를 섭취하는 동물이다. 본능과 다르게 행동반경이 제한되면서 정신적 증상이 나타났다는 게 PETA 측의 설명이다.
인도네시아 루왁커피 농장에서 발견된 사향고양이.[PETA 홈페이지 갈무리] |
PETA는 보고서를 통해 “사향고양이들은 배설물, 썩은 커피열매, 기타 오물로 뒤덮인 우리에 갇혀 있는 데다, 견딜 수 없는 더위 속에서 끊임없이 헐떡였다”며 “수의학적 치료를 받지 못해 피가 흐르는 상처를 입은 사향고양이들도 여러 마리 발견했다”고 언급했다.
이런 루왁커피 산업의 잔혹성은 지속해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루왁커피 유통과 소비는 이뤄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 ‘루왁커피’를 검색하면, 루왁커피 원두나 이를 사용한 제품들이 다수 보인다. 상품평 페이지에서는 오로지 루왁커피의 ‘맛’만을 언급한 후기들이 눈에 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루왁커피.[홈페이지 갈무리] |
아울러 루왁커피 중에서는 100% ‘야생산’이라고 광고하는 상품이 적지 않다. 야생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에서 채취했기 때문에, 동물 학대 문제와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루왁커피의 100% 야생 채취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분 상품이 사육장에서 나온 원두를 섞어 허위 표시를 붙이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PETA는 “소비자와 소매업체들은 사육된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을 ”야생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생산자들에 의해 기만당하고 있다”며 “어느 나라에 있든, 어떤 보증을 받았든, 윤리적으로 생산된 루왁커피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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