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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SPC그룹의 'SPC' 지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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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된 산재와 사법 리스크로 '그룹 위기'
'SPC' 이름 바꾸고 '상미당'으로의 회귀
남겨진 숙제는 실행 통한 신뢰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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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비즈워치


전국의 편의점과 마트 빵 매대를 점령하고 있는 'SPC삼립'의 간판이 바뀝니다. 오는 3월. SPC삼립은 9년 동안 써온 이름을 버리고 다시 '삼립'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사실상 'SPC시대'의 종료를 선언한 셈이죠. 이번 결정은 누적된 악재를 털고 그룹의 기반을 다시 세우려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절박한 승부수로 해석됩니다.

글로벌 도약의 상징 'SPC'

SPC그룹의 역사는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허영인 회장은 2002년 삼립식품을 인수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우리가 잘 아는 '삼립식품'과 '샤니'가 별개의 회사로 운영됐는데요. 2004년 허영인 회장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 만든 통합 CI(Corporate Identity)가 바로 'SPC'입니다.

이때부터 SPC그룹이라는 명칭 아래 사업이 운영돼 왔습니다. 2016년에는 그룹 모태 기업인 '삼립식품'이 'SPC삼립'으로 명칭을 바꿨습니다. 파리바게뜨를 앞세워 미국과 중국 등 해외 시장을 확장하던 시기 '삼립'이라는 이름이 가진 국내 제과 이미지를 벗기 위함이었죠.

사명 변경 직후 SPC그룹은 공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여 덩치를 키웠고 계열사 실적도 가파르게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영광의 이면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는데요. 2017년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5300여 명에 대한 '불법 파견' 판정은 SPC그룹 도덕성에 균열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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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비즈워치


결정적인 사건은 공장에서 발생했습니다. 2022년 10월 평택 SPL 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소스 배합기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사고 직후 SPC가 보여준 대처는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 했습니다. 고인의 빈소에 답례용 빵 두 상자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입니다. 소비자들은 분노했고, 이는 'SPC 불매 운동'으로 번졌습니다.

여기에 총수의 사법 리스크까지 더해졌습니다. 2024년 허영인 회장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에게 민주노총 탈퇴를 강요한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글로벌 도약의 발판으로 삼았던 'SPC'라는 이름은 어느새 기업 이미지에 상처를 주기 시작한 겁니다.

초심으로 회귀

허 회장이 선택한 탈출구는 '뿌리 찾기'였습니다. SPC그룹은 올해 1월 지주회사 체제를 강화하며 사명을 '상미당홀딩스'로 변경했습니다. '상미당'은 1945년 고(故) 허창성 명예회장이 황해도 옹진에 세운 작은 빵집의 이름인데요. 80년 전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입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장인 정신'과 '전통'을 강조함으로써 지난 몇 년간 쌓인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사명 변경의 또 다른 배경은 '리스크 분산'입니다. 그간 특정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SPC'라는 공통 이름표를 타고 그룹 전체로 번졌는데요. 이는 결국 사고와 무관한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등 다른 브랜드와 가맹점주까지 피해를 입는 구조가 반복돼 왔습니다. "왜 잘못은 본사가 하고 피해는 점주가 보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던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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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비즈워치


이번 지주사 '상미당홀딩스' 출범은 'SPC그룹'에서 벗어나 계열사들에 개별적인 독립성을 부여하겠다는 의미로 읽히는데요. 향후 특정 계열사에서 사건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브랜드로 불매 운동이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는 일종의 '방화벽'을 세운 셈이죠.

상미당홀딩스는 중장기 비전과 글로벌 사업 전략 수립 등의 역할을 수행하며, 준법·안전·혁신 등 핵심 가치가 각 계열사에 일관되게 구현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분산돼 있던 안전 관리 시스템을 지주사가 직접 챙겨 '체질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담겼습니다. 시흥 공장의 끼임 사고와 화재 등 반복되는 악재 속에서 단순히 이름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를 갈아엎어야만 소비자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신뢰 회복의 관건은 '실행'입니다. 노동 환경의 실질적인 개선과 안전 관리 시스템의 혁신 그리고 총수 일가의 책임 있는 경영 행보가 실제 결과로 입증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번 'SPC 지우기'가 위기 모면을 위한 일시적인 눈가림에 그칠지, 아니면 기업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출발점이 될지는 앞으로 그룹의 행보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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