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에 위치한 한림대동탄성심병원 본관 4층 수술실. 4K 초고화질 모니터에 척추 신경을 압박하던 비후된 황색 인대가 종이 한 장 두께로 걷혀 나가는 장면이 실시간 중계되고 있었다. 최일 신경외과 교수가 엔도비전의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UBE·Unilateral Biportal Endoscopy) 솔루션을 활용해 척추관협착증 환자의 수술을 시연하는 모습이다. 1cm도 되지 않는 두 개의 구멍으로 카메라와 수술 기구가 자유자재로 오가며 병변을 제거하자, 생중계를 숨죽여 지켜보던 한 교육생이 ‘환상적(fantastic)’이라며 탄성을 터뜨렸다. 더욱 흥미로운 건 이날 수술장에 모인 교육생 5명의 국적과 성별이 전부 제각각이란 점이다. 파키스탄 미안 무함마드 트러스트 병원에서 내시경 척추 수술 전문의로 근무하던 중 UBE 연수차 동탄성심병원을 찾았다는 미안 아와이스(Mian Awais)씨는 “자유롭게 질문을 주고받으며 실전 지도를 받을 수 있어, 내시경 수술 역량을 발전시키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받았다”며 “모국에 돌아가서도 선진화된 교육 내용을 임상 현장에 더욱 잘 녹여내기 위해 한국산 수술기구 세트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척추 내시경술은 흔히 ‘허리디스크’로 불리는 요추 추간판 탈출증, 척추관 협착증 등 퇴행성 척추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최소 침습 수술법이다. 전통적으로는 피부를 크게 절개해 직접 눈으로 보면서 척추관 등 신경이 지나는 공간을 넓혀주거나 튀어나온 디스크 부위 등을 제거하는 수술이 주로 시행됐다. 그런데 갈수록 고령층 환자 비중이 늘어나면서 절개 부위를 최소화해 수술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건강보험심평가원에 따르면 척추질환 환자는 2016년 839만 7832명에서 959만6890명으로 7년새 14.3% 늘었다. 경추질환 환자 264만 1777명까지 포함하면 환자 수는 약 1224만 명까지 늘어난다. 그 중 60대 이상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고령층은 대부분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동반하고 있어, 출혈 위험이 크고 전신마취 하에 장시간 수술을 진행하는 개방형 척추수술은 상당한 부담이 됐다. 이후 현미경 수술이 도입되면서 절개 범위가 줄었고, 최근에는 한 단계 더 발전한 척추 내시경술이 대세로 자리 잡아가는 추세다.
척추 내시경술은 크게 하나의 절개창으로 이뤄지는 단방향과 두 개의 절개창에서 이뤄지는 양방향으로 나뉜다. 초기엔 단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이 주를 이뤘지만, UBE 도입을 계기로 내시경 수술의 활용 범위가 한층 넓어졌다. 단방향 척추 내시경은 하나의 구멍에 카메라와 수술 기구를 동시에 넣다 보니 집도의의 움직임이 제한적이었다. 반면 UBE는 0.5cm 남짓의 작은 구멍 두 개를 뚫어 한쪽엔 내시경을, 다른 한쪽엔 수술기구를 넣어 병변을 치료한다. 초고화질의 내시경 카메라를 통해 미세 현미경보다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으니, 한층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손톱 크기의 절개창만 내기 때문에 불필요한 조직 손상을 줄이고 신경과 근육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다. 그 결과 출혈 등 합병증 위험을 낮추고 수술 후 통증과 흉터 부담이 적으며 회복도 빠른 편이다. 최 교수는 “기저 질환이 있는 고령 환자도 전신마취 부담 없이 안전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양방향 척추 내시경술의 가장 큰 강점”이라며 “체력 소모가 크지 않은 직업군은 단기간에 업무 복귀가 가능해 젊은 층의 선호도도 높다”고 귀띔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은 지난해 2월부터 엔도비전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해외 의사를 대상으로 척추 내시경 수술 교육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최소 한 달 이상 한국에 머물며 모든 척추 질환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을 받는 국제 전임의 과정뿐 아니라 동탄성심병원과 인근 종합병원인 수원 윌스기념병원에서 4~5일간 교육 및 수술 참관을 하는 단기 과정 모두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국제학술대회나 국제학술지에 실린 논문을 보고 교육 신청이 들어오더니 차츰 입소문이 나면서 호주, 대만,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베트남, 포르투갈, 멕시코 등 12개국 50여 명의 의사들이 연수를 다녀갔다. 교육 프로그램은 단순한 기술 전수를 넘어 국산 의료기기의 수출 물꼬를 트는 ‘글로벌 전초기지’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최 교수와 장준수·노찬양 교수로 구성된 신경외과 연구팀은 퇴행성 질환을 넘어 종양, 선천성 기형 등 난공불락의 영역으로 척추 내시경술의 적용 범위를 확장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내시경 수술을 통해 경추 부위에 생긴 신경원성종양의 일종인 ‘슈반세포종’을 제거하고 척추 전이암에 대한 감압술에 성공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소뇌나 뇌간 일부가 두개골 하단(후두공)을 통해 척추강으로 내려앉는 선천적 구조 이상인 ‘아놀드 키아리(Arnold-Chiari) 기형’을 내시경 대후두공 감압술로 치료해 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러한 성과가 가능했던 건 척추 내시경 수술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많은 경험이 축적된 덕분이다. 최 교수는 “한국의 우수한 척추 내시경 술기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 해외의 수많은 환자들이 최신 의료기술의 혜택을 받게 되어 큰 보람을 느낀다“며 ”혁신적인 국산 장비가 의학적 근거를 쌓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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